- 최정욱 소믈리에가 만난 예인와인 고은혜 대표 -

최정욱 소믈리에(이하 최) : 안녕하세요. 대표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은혜 대표(이하 고): 반갑습니다. 경주에서 와인을 만드는 예인화원 대표 고은혜입니다.

최: 많은 소믈리에들이 다양한 이유로 주류에 입문합니다. 누군가는 와인에 빠져서, 누군가는 농산품 활용을 찾다가 등 정말 다양한데요. 대표님이 와인 시장에 들어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고: 태어나니 저는 포도밭집 딸이었습니다. 제 이름이 그러하듯 기독교를 일찍 받아들인 집안이고, 집안에서 포도 농사를 지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농사를 거든 게 기억나고요. 채식을 하다 보니 주위의 채식인들이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누가 좀 만들자는 제안에 ”포도는 내가 좀 알지” 하고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고 나가다 보니 허가를 내고 와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원래 취미 삼아 하다가 주업이 되었어요.

최: 예인화원의 와인들은 자연주의 및 채식을 지향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다들 와인은 채식이 아니냐는 시선도 큰데, 채식? 자연주의?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는 물음이 크더라고요. 예인화원의 와인은 기존 와인과 달리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고: 채식 와인이라기 보다는 제가 채식을 하는 게 소문나다 보니 그렇게 인식이 된듯해요. 그냥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와인이라고 해야겠죠. 이산화황. 아황산, 소르빈산 등 와인에 주로 첨가되는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요. 심지어는 짐전제나 필터링도 하지 않고 자연침전만 하고 있습니다.
최: 예인화원의 와인은 크게 남산애 & 가을빛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 두 가지의 브랜드 차이에 대해 알려주세요.
고: “가을빛”이 처음 브랜드명이었는데 경주 남산 밑에 사니 ”남산애(사랑)" 라는 애칭이 붙어 그게 주 브랜드명이 되었어요. 가을빛은 이리저리 사용하고 있고요.
최 :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와인에 대한 특별한 철학 또는 신념을 알려주세요.
고: 철학이라기보다는 내가 먹는 와인. 사실 매일 와인을 마시거든요. 내 몸에 좋은 와인이 제가 만드는 와인이라는 생각입니다.

최: 수제로 하나하나 제조하다 보면, 여러 가지 에피소드 및 경험이 생길 것 같습니다. 기계로 제조하는 것과 달리 수제는 손맛이란 특별함을 부여하는 일이니깐요. 제조 및 사업 중에 생긴 이색적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답변: 재료를 작업할 일손을 구하지 못해서 식구들 다 불러 모아 밤샘을 시킨 적이 있어요. 평소 저희 와이너리에 일하러 오는 팀이 있는데 그날 아무도 못 오겠다는 연락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식구들을 부르게 되었어요 한 알 한 알 가위로 따다 보니 일손을 익지 않고 일은 더디고, 재료가 상하기 전에 일은 해야겠고, 사실 그날 품삯은 안 들었는데 밥값과 커피값이 더 들어갔어요. 카페 커피 아니면 못 마신다 & 어떤 음식 아니면 안 먹는다 고집을 부리더고요. (웃음)
최: 예인와인을 유통, 시음회, 공모 등 다방면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시고 그만큼의 많은 평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 평가 중 하나로는 ‘빈티지에 따라 맛이 달라 비교하며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가 있겠죠. 수많은 평가 중, 대표님의 마음에 닿거나 자극이 된 평이 있으셨을까요?
고: 늘 맛있게 잘 만들고 싶지만 누구에게나 맛있게는 힘들어요. 시음하다 보면 여러 가지 평들을 다 듣게 돼요.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지만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아직 과정이고 하다 보면 늘 잘못이 있는 것 같아 나쁜 평도 좋은 평도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크게 자극받은 기억이 없어요.

최: 장인들 하면 경지에 닿는 것을 소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주의 와인의 장인이신 대표님이 꿈꾸는, 경지의 와인은 어떤 와인이실까요?
고: 아직 장인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웃음) 농사는 내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하늘이나 자연이 얼마만큼은 도와주는 게 농사이자 와인이 되는 것이니 그 힘을 거스리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의 결과는 있겠죠.
최 :이렇게 대표님의 손에서 탄생한 와인은 경주의 유니크한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향후 목표와 마지막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 제가 제조하는 와인은 오로지 수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려워요. 그래서 와이너리 확장이나 공장화는 힘들어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하려고 해요. 현재 조카가 뒤를 잇겠다고 와인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 친구가 역량을 다하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