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형 스마트폰의 귀환? HMD 퓨전 등장

(출처: HMD)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지금과 달리 생김새도 제각각이었고, 눈에 띄는 특별한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도 많았다. 모듈형 스마트폰도 그중 하나다. 과거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 LG전자 G5가 대표적이다. 두 기기는 스마트폰 부품을 모듈화해, 사용 환경에 맞는 부품으로 쉽게 갈아 끼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모듈형 스마트폰은 부품의 모듈화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구글 프로젝트 아라는 발표 이듬해 중단됐으며, LG G5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출시된 G6는 여타 스마트폰과 다른 점이 없는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후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은 사장됐다.

모듈형 스마트폰의 부활 ‘HMD 퓨전’

그간 잊혔던 모듈식 스마트폰이 되돌아왔다. 9월 6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안드로이드어소리티(AnsdroidAuthority)는 핀란드 스마트폰 제조사 HMD 글로벌이 ‘HMD 퓨전’이라는 모듈형 스마트폰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HMD 글로벌은 전직 노키아 직원들이 설립한 회사로, 노키아 휴대전화 브랜드 라이선스를 보유한 전자 제품 제조사다.

(출처: HMD)

HMD 퓨전은 회사가 MWC 2024에서 공개한 프로젝트 퓨전의 양산 모델이다. 당시 회사는 프로젝트 퓨전이라는 콘셉트 스마트폰을 공개하며, 커넥터로 스마트폰과 모듈을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에 다양한 모듈을 부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MD 퓨전은 이러한 회사의 방향을 그대로 구현한 모듈형 스마트폰이다.

케이스형 모듈로 입맛대로

HMD 퓨전의 특징은 모듈을 사용자 취향에 맞게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듈은 후면 케이스 형태로, 스마트폰 후면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본체 하단, 케이스 모듈에는 6개의 핀으로 만들어진 커넥터가 있는데, 각 핀이 맞닿으면 모듈의 기능이 활성화된다. 태블릿 뒤에 키보드 케이스를 붙이면 기능이 작동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회사는 모듈에 ‘퓨전 아웃핏’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웃핏은 기능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먼저 플래쉬 아웃핏은 이름 그대로 커다란 플래쉬를 탑재한 모듈이다. 평소에는 후면 카메라 범프를 둘러싸고 있어 티가 나지 않는데, 이를 앞으로 젖히면 스마트폰 전면을 비추게 된다. 플래쉬 모듈이 내보내는 빛은 전면 카메라를 이용한 셀피 촬영에 도움이 된다.

(출처: HMD)

흥미로운 점은 모듈이 외부 부품이 아니라, 스마트폰 본체와 연동된 원래 부품처럼 작동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기존 카메라 앱과 완벽하게 통합되며, 스마트폰 컨트롤로 조명과 카메라 효과를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듈에 따로 전원을 공급할 필요도 없다. 모듈은 6개의 핀을 통해 본체와 연동되며, 작동에 필요한 전력을 얻는다.

바깥 활동이 많은 이들을 위한 러기드 아웃핏도 있다. 이 모듈은 스마트폰 보호에 특화된 모듈로, 방수·방진 IP68 등급에 응급상황 시 활용 가능한 전용 버튼도 지니고 있다. 이외 맥세이프처럼 자성을 지닌 무선 충전 지원하는 모듈, 스마트폰을 휴대용 콘솔처럼 활용할 수 있는 컨트롤러 모듈 등이 있다.

HMD에서 구상한 모듈 외에도 사용자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자 키트를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모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단 어떻게 개인이 모듈을 만들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개발자나 서드파티 액세서리 업체를 위한 기능이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모듈 부품을 개인이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출처: HMD)

조만간 출시될 것

HMD 글로벌은 HMD 퓨전의 특징을 소개하며 곧 기기를 판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품 가격은 249유로, 우리 돈으로 약 36만원이다. 스마트폰 본체 사양, 모듈 가격, 구체적인 출시 일자는 밝히지 않았다. 제품을 공식 발표한 만큼, 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기 판매는 HMD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고 한다.

한편 최근 스마트폰 부품 일부를 모듈화한 제품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낫싱 중저가 브랜드 CMF는 폰원이라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HMD 퓨전처럼 특정 기능을 모듈로 제공하지는 않지만, 사용자 마음대로 겉모습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각종 액세서리와 뒷판을 사용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