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떠난 탄자니아, 4K급으로 보는 사파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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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차 문을 열어 놨어?! 원숭이 다 들어갔네, 난 몰라 이제. 운전기사가 열지 말라고 해잖아!"
사파리 당일, 고요했던 우리의 아침은 바분 원숭이 무리의 습격으로 시끌벅적해졌다. 바분 원숭이들은 작게 열려 있는 차 문틈으로 쏙 들어가 영리한 머리로 음식이 든 가방만 잽싸게 낚아채더니 보란 듯이 다 먹어 치웠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손 쓸 새도 없었다. 한 마리가 두 마리 되고, 그렇게 열 마리가 넘어가니 공포 그 자체였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나는 누구 소행인지 알고 있었다. 아빠, 나의 인간 아빠. 사파리 간다고 옷도 깔 맞춤해서 입어 와 놓고, 이게 웬 날벼락인가, 풀이 죽어 있다. 싸해진 현장 분위기를 대충 수습해 사파리로 떠났다.
잠시 후, “아빠! 저거 봐 기린!” 화나고 어이없던 마음은 세렝게티 초원 입구에 서 있는 기린을 보자마자 싹 풀렸다. 나는 아빠와 마주보며 무언의 화해를 나눴다. 어서 와, 세렝게티는 처음이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는 건, 동물원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광활한 초원과 푸르른 산. 이곳에서는 동물들이 놀라지 않도록 소리 없이 감탄하는 게 인간인 우리에게 역할의 전부였다. 자연 앞에서 먼지 같은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일도 부수적으로.
아빠의 첫 아프리카 땅, 탄자니아. 한국에서 탄자니아까지 총 비행시간, 무려 26시간. 아빠랑 왜 이곳을 여행하고자 했을까. 부모가 자식 키우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
탄자니아는 1964년 내륙인 탕가니카와 잔지바르가 합쳐져 수립된 국가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의 자치령으로 내륙과는 별도의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아랍 및 인도와의 무역항 역할을 했고 유럽 식민지 시대엔 노예 시장이었다. 영국 음악가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탄자니아 하면 무엇보다 킬리만자로, 해발 5,895m 위의 만년설이다. 도착한 첫날 모시 타운에 머무는 동안 날씨는 좋았으나 산 주위에 계속 구름이 머물러 정상을 보기 힘들었다. 이렇게 못보고 떠나야 하나 좌절하며 호텔을 떠나는 찰나 마주친 만년설은 실로 신비로롭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우리의 오늘 목적지는 세렝게티 초원이 아닌 응고롱고 분화구. 세계 최대 칼데라 분화구인 이곳엔 ‘사파리 빅5’라고 불리는 사자, 코끼리, 표범, 코뿔소, 버팔로를 포함해 수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우리는 이날 자연의 은혜, 혹은 바분 원숭이의 액땜인지는 몰라도 표범을 제외한 유명 동물들은 다 만나 볼 수 있었다.
분화구 속에서 약 4~5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미지의 행성에 똑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인간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동물들. 그들을 지켜보는 나.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것 같다.
차는 정해진 길로만 움직여야 하고, 나는 동물들에 가까이 갈 수 없기에 동물들이 차로 가까이 와 주기만을 기다린다. 더 좋은 카메라 렌즈를 샀어야 하는데, 후회가 막심하다. 길을 계속 가다 보니 차들이 멈춰서 늘어져 있는 곳에 당도했다. 이곳을 방문한 인간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사자를 만나는 곳이다.
운전기사 피셜, 계절이 바뀌면 다른 동물들은 먹이를 찾아 이곳을 떠나는데 사자는 습성 때문인지 분화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때엔 먹이가 없어 굶어 죽기도 한다고. 이곳에서 총 5마리의 사자를 보았는데 다들 누워만 있고 영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마치 요즘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왠지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다. 열심히 일하고 (사냥해서 먹고) 지금처럼 쉬면 되는 거지. 누가 우릴 손가락질하겠니.
“Where are you from? How do you feel about your travelling?”
영국에서 여행 왔다는 한 여자는 영어라고는 인사말이 전부인 아빠에게 연달아 질문을 해댔다. 아빠는 거기에 한국말로 탄자니아에서 보고 느낀 걸 설명을 한다. 그걸 또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혹은 예의상인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캄캄해진 하늘에 붉은 달이 떠오르고 모두들 술에 취한 채 숙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잠깐만. 운전기사 너 맥주 4병이나 마셨잖아?!”
“함나 시다!” (문제없어!)
글·사진 | 김정화
인류학을 공부하며 국제 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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