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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상법이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국회에서 집중투표제를 포함한 상법개정안이 추가로 통과되면서 기업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추가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그룹은 상법개정으로 인해 당분간 계열사 기업공개(IPO)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상법개정 시기와 맞물려 주요 계열사를 선제적으로 합병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조선 분야는 미국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정부의 지원 등 명분을 등에 업고 속도감 있게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3% 룰·집중투표제’, 대주주 영향력 약화 불가피
8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됐다. 2차 상법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상법개정안의 취지는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체계를 개편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영 자율성을 악화시키고 투기자본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HD현대그룹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지배력은 대주주로서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다. 올해 반기 기준 정몽준 이사장이 26.6%의 지분율을,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6.12%를 보유하고 있다. 사회복지재단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포함하면 37.19%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차 상법개정안에서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의결되면서 대주주의 영향력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2차 상법개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가 통과되면서 HD현대 또한 여타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약화될 전망이다.
1차 상법개정안에서는 이사충실의무를 기업에서 주주로 확대시키는 방안도 의결됐다. 기업의 이사는 의사결정 시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이사의 법적 책임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나 IPO, 인수합병(M&A) 등을 나서는데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HD현대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중 IPO가 거론됐던 곳은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삼호,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이다. 그러나 HD현대그룹은 내부적으로 해당 계열사들의 IPO를 당분간 멈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로보틱스의 경우 상장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 적자 상태로 가까운 시일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3차 상법개정안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다루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HD현대는 지주사 출범 이후 10% 수준의 자사주를 보유해왔다. 올해 반기 기준 10.54%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HD현대는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기업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자사주는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HD현대는 지난해 말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발표할 당시 △배당성향 70% 이상 △ROE 8~10% 달성 등 주주환원 계획을 공유했지만 자사주 소각 계획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HD현대는 8월 증권사를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NDR)에서 “상법 및 세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지켜본 후 전량 소각, 전략적 스왑 등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잇단 계열사 합병 ‘실리·명분’ 챙겨
HD현대그룹 계열사들의 IPO 시계는 멈췄지만 지배구조 개편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HD현대그룹은 7월 이사회에서 건설기계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8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간 합병에 대한 안건도 연달아 의결했다.
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이 가결됐지만 3% 룰이나 집중투표제 등이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면서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시점도 당분간은 미뤄졌다. 다만 향후 추가 상법개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의 방향성에 따라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8월 초 NDR에서 HD현대 측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간 합병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며 “ 인프라 및 건설기계 부문은 유사한 사업 특성 및 시너지 기대에 따라 선제적 통합을 결정했으나 조선3사는 50년 이상 각자의 독립된 기능을 수행해온 만큼 즉각적인 합병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계획과는 달리 조선사 합병 의사결정은 급박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HD현대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 상황이 꼽힌다. 특히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은 미국의 마스가 프로젝트와 정부의 지원 등 시기와 맞물려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명분까지 확보했다.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쟁 우위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또 건설·기계 부문과 조선 부문의 계열사 합병으로 인해 중복상장 논란도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HD현대그룹은 다수 계열사들의 기업공개에 나서면서 중복상장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계열사의 쪼개기 상장이 지주사의 기업 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이유에서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은 더 넓은 시장, 더 강한 조선을 목표로 전략적으로 고민한 결과”라며 “통합 법인 출범으로 시장 확대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이뤄내 미래 조선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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