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처장 “재판관 공석 피해야”… 與 “민주당 탓” 野 “합의 중”

방극렬 기자 2024. 10. 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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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헌법재판소사무처장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오는 17일 이후 예상되는 이른바 ‘헌재 마비’ 사태에 대해 “재판관 공석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재판관의 공석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볼 수 있겠죠”라고 묻자, 김 사무처장은 “예. 공석 사태는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답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17일에 끝나는데, 국회 몫인 세 재판관의 후임이 여야 대립으로 선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재판관 3명 자리가 공석이 되면, 헌법사건 심리 정족수(7명)에 미달해 재판이 멈추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재판관 공석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물었다.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대로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합의로 선출하자는 입장인데, 민주당은 의석 수에 비례해 여당 1명이 야당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10월에 (재판관) 공백이 생기면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심판 등도 지연된다. 언론에서는 민주당이 헌재를 이용해서 국정 공백의 장기화를 의도적으로 노렸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헌재는 심리를 서두르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김 사무처장은 “재판관 임기가 임박하면 헌재는 항상 신속한 사걸 해결에 큰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재판관 3명이 추가 임명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당한) 공무원의 직무 정지가 상당 기간 진행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우려가 있다”면서 “헌재소장님이나 처장님께서 신속한 후임 재판관 임명을 촉구하는 입장을 보여달라”고 했다. 헌재 마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 이 위원장이나 손준성 검사 등의 직무가 계속 정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민주당은 반발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관례에 따르면 (의석의) 절대다수를 가진 당이 재판관 2명을 추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게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관 추천 관련) 여야가 거의 합의를 하고 있다. 곧 임명 절차가 추진될 것”이라며 “헌재는 정치권의 논의를 기다려달라”고 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헌재가 심리하는 각종 탄핵 관련 사건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헌재는 이진숙 위원장, 손준성 검사 탄핵 사건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을 심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을 수사해 온 검사들에 대한 탄핵도 시도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탄핵 남발 때문에 국민 혈세가 매우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곽규택 의원은 “22대 국회의 가장 큰 특징은 탄핵의 정쟁 도구화”라고 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22대 국회 들어서 민주당에서 발의한 탄핵소추안만 7건”이라며 “(탄핵 사건 관련) 문제들을 조속히 결론내서 혼란을 종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사무처장은 “알겠다”고 했다.

반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검사와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가 발의하는 게 불법이냐”고 물었고, 김 사무처장은 “탄핵안 발의 범주에 포함돼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자 서 의원은 “검사나 공무원이 잘못했을 때 국회가 지적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박근혜 탄핵을 윤석열 정권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주변에 제기되는 각종 의혹이 대통령 탄핵 사유인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느냐”고 묻자, 김 사무처장은 “관련해서 국회 논의가 이뤄지고 청문회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사무처장은 “형사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분이 대통령이 돼 임기 중 당선무효형이 나오면 대통령직을 상실하느냐”는 박준태 의원의 질문에 “법률 효과상으로는 그렇다고 보인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재판을 받다가 시험에 합격한 공무원이 임무 수행 중 확정 판결을 받게 되면 당연히 퇴직하게 된다”면서 “이게 우리나라의 법이고 국민의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각종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재판이 계속돼 유죄 판결이 확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의 불소추(不訴追)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와 관련해, 대통령에 대해 기소만 할 수 없는지 이전부터 받던 재판도 할 수 없는지 해석이 엇갈렸다. 그런데 이날 헌재 사무처장이 사실상 피고인이 대통령이 돼도 재판을 계속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대장동 비리, 불법 대북 송금 등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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