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 톺아보기] 부영그룹 우정학원, 교육공헌 이면에 '오너 지배력 강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그의 아호 ‘우정(宇庭)’을 딴 재단을 여럿 설립해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정교육문화재단 등 공익재단을 통해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교육사업에 기부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왔다.
반면 이 회장이 공익재단을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평도 나온다. 재단 중 하나인 우정학원(화순)은 그룹 지주사인 부영을 비롯해 동광주택산업, 대화도시가스 등 계열사 지분을 쥐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정학원의 의결권 제한 규정 위반행위에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위법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우정학원, 계열사 의결권 행사로 ‘시정명령’
우정학원은 그룹 지주사 부영을 비롯해 핵심 계열사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정학원이 가진 계열사 주식은 지난해 말 기준 △부영 11만주(지분율 0.79%) △동광주택산업 9만주(1.96%) △대화도시가스 6만주(5%) 등이다.
우정학원은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을 위반해 지난달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재발방지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공익법인은 취득하거나 소유한 주식으로 동일인이 지배하는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공정위에 따르면 우정학원은 지난 2022년 12월30일부터 올해까지 부영그룹 계열사에 의결권을 총10회 행사했다. 지주사 부영 3회, 동광주택산업 2회, 대화도시가스 5회 등으로 주주총회에서 소유주식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우정학원이 관여한 사안은 사내이사 선임과 결산 재무제표,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액 승인 등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동일인(이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우정학원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지 않는 한, 동일인이 지배하는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다시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우정학원 측은 올해 7월 공정위 심사보고서상의 위반행위를 인정하고 시정조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우정학원이 법 개정 사실을 모르고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시정명령 이후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 학교법인 통한 교육 사회공헌 활발
우정학원은 1966년 11월 이 회장이 설립한 학교법인으로 소관부처는 전남 화순교육지원청이다. 우정학원의 동일인 관련자 출연금은 145억5700만원으로 △이 회장 76억5000만원 △부영주택 46억3500만원 △부영 22억7200만원 등이다. 현재 이사장은 정병택 전 삼광학원 이사장이 맡고 있지만 대표자는 이 회장이다.
우정학원은 이 회장이 교육을 통한 사회공헌을 위해 설립했다. 그가 은사의 가르침에 보답하기 위해 조성한 전남 화순 능주고를 비롯해 능주중, 덕원여중, 덕원여고, 덕원예고, 창신대 등이 우정학원 산하에 있다.
우정학원의 재산수입은 대부분 예금이자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수익용 재산을 보면 41억원을 예금해 약 1억5000만원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우정학원이 보유한 부영그룹 계열사 주식도 수익용 재산에 포함되며, 주식평가액은 16억원으로 부영 5억5000만원, 동광주택산업 4억5000만원, 대화도시가스 6억원 등이다.
2024학년도 2차 추경예산서에 따르면 내년 세입·세출예산은 각각 23억원이다. 세입은 예금이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월금이며 내년 예산 중 20억원에 해당한다. 세출은 대부분 투자비이며 법정부담금 향후 충당분(적립금)으로 20억원을 배정했고 이외에 사무비, 이사회비, 전출금, 장학금 등에 쓰인다.
공정위의 ‘2024년 공익법인 출자 현황’에 따르면 5월14일 기준 총수 있는 78개 집단 중 48곳의 85개 공익법인이 138개 계열회사 지분을 가졌으며 평균 지분율은 1.15%다. 부영그룹의 공익법인(우정학원) 지분율은 부영 0.79%, 동광주택산업 1.96%, 대화도시가스 5% 등으로 피출자회사의 총자본금을 공익법인 출자금에 비례해 산정했다. △부영 총자본금 700억원, 공익법인 출자금 5억5000만원 △동광주택산업 230억원, 4억5000만원 △대화도시가스 120억원, 6억원 등이다.
나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