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는데 뱃살 줄어, 이 남자의 대박 아이디어
이온인터내셔널 한정우 대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다 불편한 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 불편함을 ‘내가 고쳐보겠다’며 창업하는 사람들이 있다. 홈트레이닝 운동 기구를 만드는 이온인터내셔널 한정우 대표(43)는 불편함을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전기로 근육을 자극해 근력 운동 효과를 내는 EMS(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기기가 사용하기 불편하고 비싸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정우 대표가 개발한 ‘리얼 EMS’는 일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3억5000만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등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이온인터내셔널 한정우 대표의 ‘리얼 EMS’ 개발 노트를 엿봤다.
◇복근 운동 효과 통해 뱃살 감소 ‘리얼 EMS’
EMS(Electrical Muscle Stimulation)는 미세전류를 이용한 전기근육자극요법을 말한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활동하는 우주비행사들의 근 손실 방지를 위해 고안됐다. EMS를 사용하면 몸을 쓰지 않고도 근력 운동을 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근육은 뇌에서 전기 신호를 받아 이완과 수축을 반복한다. 리얼 EMS를 몸에 부착하면 뇌에서 내리는 지시와는 상관없이 근육을 쓸 수 있다. 제품에서 나온 전기가 근육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근육 운동이 가능하다.
이온인터내셔널이 개발한 ‘리얼 EMS 챔피온 벨트’는 복부, 허리, 옆구리 등에 착용해 운동 효과를 올려주는 저주파 운동기구다. 기존 제품들의 단점을 보완했다. 시중의 EMS 제품은 본품과는 별개로 피부에 부착하는 패드와 젤을 계속 구매해야 한다. 사용 횟수를 거듭할수록 접착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리얼 EMS의 패드는 물로 세척하면 접착력이 회복된다. 부속품을 살 필요가 없어서 유지비를 아낄 수 있다. 근력운동뿐 아니라, 유산소운동, 마사지 등 다양한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제품과 차별점이다. 덤벨 같은 무거운 기구를 들지 않더라도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어서 운동 초보나 관절이 약한 분도 효과적인 운동이 가능하다. 온라인몰(https://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손목부터 전완근, 팔꿈치까지 관리하는 손 마사지기를 내놨다. 겉근육만 자극하는 두드리는 방식이 아니다. 근육 깊은 곳까지 미세 전류를 전달해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뭉친 근육을 풀고 근육의 피로를 덜어 찌뿌둥한 느낌을 없앤다. 막대 모양 기기를 양 손에 쥐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마사지 크림을 바르거나, 겔 패치를 붙이는 등 번거로운 과정이 없다.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응용 동작을 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 운동에 살고 운동에 죽다
한 대표는 1998년 프랜차이즈 피트니스 센터에 입사해 말단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직이 잦은 업종이지만 10년 이상 진득하게 일한 덕에 경영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운동 센터에서 오랜 기간 일한 덕에 방문객들의 크고 작은 고충을 꿰뚫게 됐다. “그저 운동 좋아하는 청년일 때는 비싼 헬스장 이용권을 끊어 놓고 나오지 않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제가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직장을 다니면서 운동하는 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심지어 저는 헬스장에서 일하는 사람인데도 일에 치이니까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옴짝달싹하기 싫어지더군요. 운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운동 효과를 늘려줄 스포츠용품 유통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이온인터내셔널의 첫 시작이었죠.”
2015년 8월 이온인터내셔널을 세우고 유럽의 EMS 장비를 한국에 들이는 일을 했다. “당시 EMS 장비는 3000만원을 웃도는 고가 제품이었어요. 개인이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자동차처럼 달마다 리스료를 나눠 내는 방식으로 팔았습니다. 주로 피트니스 센터에 영업했죠. 경쟁 매장에 없는 신기한 장비를 갖춰야 좋은 헬스장이라고 입소문 나거든요. 이런 점을 어필해서 거래처를 확보해 나갔죠.”
◇ 한정우 이온인터내셔널 대표의 ‘리얼 EMS’ 개발 노트
1. 불편함을 인식하고, 수정하라
2015년 저주파 헬스케어 제품 붐이 일었다. 집에서 혼자 사용할 수 있는 EMS 제품이 많았는데, 한 대표 눈엔 아쉬운 점부터 들어왔다.
“젤 형태의 패드를 피부에 부착하는 식이어서 몇 번 사용하면 접착력이 떨어졌어요. 젤 패드를 계속 구매해줘야 하는 구조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죠. 저주파 자극 단계가 많지 않은 점도 아쉬웠어요. 소비자마다 원하는 강도가 다를 텐데 말이죠. 안전 인증 취득이나 임상 시험을 하지 않은 제품도 많았어요. 제품력뿐만 아니라 위생, 안전 등 여러 분야에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운 점이 많이 보였어요.”
내친김에 이런 단점을 보완한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가장 큰 문제인 패드의 형태부터 바꾸기로 했어요. 교체형 대신 물로 오염물질을 씻으면 접착력이 회복되는 일체형으로 만들기로 했죠. 젤 대신 물세탁이 가능한 섬유로 패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은’ 성분을 넣기로 했어요. 은이 전도성이 뛰어나고, 곰팡이가 자생할 수 없어 항균효과가 있거든요. 패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으니 유지·보수 비용 측면에서 차이를 명확히 느낄 수 있겠다 싶었죠.”
2. 공장에 내 제품을 정확히 소개해라
제품 설계도를 그린 노트를 들고 공장 문을 두드렸다. 무엇보다도 ‘국내 공장’을 고집했다. “국내 생산을 고수한 이유는 단 한 가지에요.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요. 한국 제품인데 ‘MADE IN KOREA’를 달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질이 더 좋기도 하고요. 이 외에 회사와의 거리, 공장 환경, 공장의 재무 상태, 우리 회사에 대한 이해도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현재의 공장을 찾았습니다.”
제품이 나올 때까지 이틀에 한 번은 꼭 공장을 방문했다. 생산 라인을 직접 보면서 개선점을 찾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질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장에 우리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오직 ‘제작’에만 초점을 맞추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소비자의 입장을 공장에 전달해야 해요. 우리가 직접 소비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것을 전달해드려야 하죠. 예를 들어 ‘이 부품은 약해서 6개월 정도 후면 불만 사항이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다른 것을 사용해보자’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공장과 수백 차례 미팅을 진행하며 아쉬운 점을 계속 보완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6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던 개발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났다.
3. 고객의 도움을 받아라
2019년 12월 복부에 착용하는 ‘챔피온’을 첫 출시 했다. 초도물량 5000개의 유통처를 찾아 나섰지만 적합한 곳을 찾지 못했다. 온라인 시장은 유명한 브랜드 제품이 장악하고 있었다. 우연히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알게 됐다. “만드는 데만 심취해서 팔 곳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유명 브랜드 제품과 경쟁해야 했죠. 일주일에 하나 팔릴까 말까 하는 어려운 싸움이었어요. 이때 누군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추천해줬어요. 무모하게 도전했죠. 우리 이야기를, 우리 제품을 진솔하게 소개했어요. 그렇게 첫 펀딩에서 1억6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어요.”
크라우드 펀딩은 단순 유통처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이때 받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선해 나갔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의 수정사항 99%는 소비자들이 제안한 것입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내 후기란, 회사 메일, 전화 등으로 피드백이 쏟아졌어요. 이를 기반으로 까슬까슬했던 밴드의 소재를 부드러운 소재로 변경했고, 케이블도 약해 보이는 면 소재가 아니라 PVC 소재로 변경했죠. ‘리얼 EMS’는 소비자가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용자의 평도 좋았다. “효과적 운동을 하기 위해 구매하는 분들도 있지만, 재활 중이거나 해당 부위가 아파서 구매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부모님께서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는데, 제품을 사용한 후 통증이 거의 없어서 좋다고 한 후기가 기억에 남네요.”
리얼 EMS는 유산소&마사지(10Hz), 마사지(50Hz), 근력운동(80Hz), 자동(10~80Hz) 총 4개의 운동 모드가 있다. Hz는 1초에 근육을 당기는 횟수를 말한다. 10Hz의 경우 초당 10번의 자극을 주는 것이다. 가장 자극이 적은 유산소&마사지 모드는 지구력을 담당하는 지근에 자극을 줘 실제 유산소 운동을 진행할 때와 비슷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자극이 큰 근력운동 모드는 속 근육까지 깊이 자극을 준다. 용도별로 자극을 달리해서 사용하면 된다.
제품에는 본품과 함께 컨트롤러가 포함돼 있다. 컨트롤러로 4가지의 운동 모드와 12단계로 이뤄진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리얼 EMS는 물티슈나 손빨래로 세척 후 몸에 패드를 부착한 뒤 컨트롤러로 조절해 사용하면 된다.
전기 자극을 이용한 제품이다 보니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이를 위해 국내 KC(국가통합인증마크)부터 유럽 CE(안전, 건강, 환경 및 소비자 보호), 미국 FCC(안전,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인증을 받았다. 유해물질 시험성적서에서는 10대 중금속 불검출 확인을 받았다.
“2021년 리얼 EMS 챔피온(복부 제품) 벨트의 체지방률, 복부 지방률, 허리둘레, 복부 리프팅 개선에 대한 인체 효능평가를 GMRC에 의뢰해 효과를 입증받았어요. 2주 사용 후 복부지방이 감소했다는 이용자가 전체의 85.7%에 달했죠. 복부 리프팅 개선, 허리둘레 감소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줬고요.” 무릎 마사지기는 평소 무릎을 보호하면서 근력운동을 통해 무릎 근육을 강화한다. 리얼EMS는 자사 제품에 대해 온라인몰(https://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4. 지원 사업과 협업에 귀를 기울여라.
현재 5개의 업체와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이들과 기술적 구현 가능성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협업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파트너 제안을 수락했던 것은 아니었다. “파트너사들도 주요 사업이 있으니까 저희 같은 작은 업체의 제안은 귀찮아서 안 받아주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전자 제품 같은 경우는 파트너사가 없으면 불가능하거든요.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막상 안 되는 것들이 많은데, 이런 것들을 파트너사에서 먼저 안 된다고 알려주죠. 저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야 하는 이유를 죽기 살기로 설명하고 있어요. "
정부 정책도 영리하게 이용했다. “2021년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진행한 ‘중소 스포츠 기업 성장지원사업’에 선정됐어요. 제품 컨설팅, 판로개척법, 마케팅 등을 지원해주는 사업이죠. 이런 정부 지원 사업에 무조건 지원하세요. 인증, 임상 시험 등 제품 개발과 출시 과정에서 정말 많은 돈이 들거든요. 일련의 과정을 지원해주는 곳이 필요합니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관련 분야 전문가를 연결해 주기도 하죠.”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전시회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동안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KIMES 2022′,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 등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했어요. 전시회나 박람회 참여의 주요 목적은 제품 홍보지만, 새로운 관계 형성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기업을 만나보겠어요. 서로 안내 책자를 주고받으며 협업 얘기도 해보고 그러죠. 다른 기업에 배우는 점도 많아요. 현재 영업이나 마케팅도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등 협업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5. 자연스러운 입소문 타래에 탑승하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힌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중이다. “헬스장 한두 군데에서 판매를 한 게 입소문이 난 덕에 지금은 먼저 구매 요청이 들어옵니다. 홍보의 경우 ‘유튜브 협찬’을 했어요. 막 시작한 작은 회사라 홍보비를 많이 들일 수 없었거든요. 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채널에서 김계란 씨가 저희 제품을 착용하기도 했고,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등과 같은 곳에 저희 제품을 노출했죠.”
유튜브 협찬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물꼬를 터줬다. “구독자 수가 큰 채널이라고 무조건 제품을 공급한 건 아니에요. 타깃을 명확하게 선정해 운동 채널에만 제품을 협찬했죠. 유튜브 협찬을 계기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어요. 곧 저주파 안마기를 출시합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안되면 어떡하지?’ 생각 접어야
해외 시장을 겨냥한 힙업(hip-up) 제품, 자세 교정을 위한 어깨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한 대표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도전 정신을 잠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창업가라면 위험(리스크)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요. 리스크에 너무 매몰되지 마세요. ‘안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은 나중에 하세요.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약간의 무모함이 필요합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처럼요. 다만 창업 아이템에 대한 명확한 본인만의 색이 있어야 하죠. 제가 헬스 기기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고, 제품에 시중 제품들과는 차별되는 제 제품만의 색을 넣으려고 했던 것처럼요.”
/김수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