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정상, 北러 밀착 겨냥 “北관련 핵기술 이전 막아야”
“北도발 규탄,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
北과 군사협력 강화 국가에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쿼드 4개국 정상은 이날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윌밍턴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UNSCR)을 위반한 핵무기 추구를 규탄한다”며 “북한이 UNSCR에 따른 모든 의무를 준수하고 추가 도발을 자제하며 실질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4개국 정상은 북한 관련 핵과 미사일 기술의 이전 가능성도 우려했다. 선언문은 “북한 관련 핵과 미사일 기술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또 “북한이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기 위해 (핵)확산 네트워크 및 악의적 사이버 활동, 해외 노동자 등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으로의 무기 및 물자 이전과 북한으로부터의 조달을 금지한 UNSCR을 준수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선언문은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를 직접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미사일과 탄약 공급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윌밍턴 선언은 그간 쿼드가 내놓은 공동성명 가운데 북한에 대한 우려를 가장 강도 높게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도 정상회의 관련 사전 온라인 브리핑에서 “북한과 남중국해에 대해 역대 가장 강력한 표현이 선언문에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북한 문제에 대해 쿼드가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2004년 출범한 안보협의체다. 초기엔 장관급 회의체였으나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시켰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사저가 있는 윌밍턴으로 외국 정상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쿼드 정상 “北과 군사협력 강화 우려… 인태지역 우리가 감시”
“北으로 무기-관련 물자 이전 금지”
바이든 “中이 우릴 시험하고 있다”
마이크 켜진 상태서 견제 속내 노출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 협의체) 4개국 정상이 21일(현지 시간) 발표한 ‘윌밍턴 선언’에는 북한 관련 핵·미사일 기술 이전 및 확산과 이를 위해 군사 협력을 키워가는 국가들에 대한 우려가 전례 없이 담겼다. 선언은 “북한과 군사적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국가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북한과 군사, 외교적으로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쿼드 정상들은 선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란 기존의 방침도 재확인했다.
● 북한과 밀착 교류하는 러시아 압박
쿼드 정상들은 이날 선언에서 ‘심각한 우려(grave concern)’ ‘깊은 우려(deep concern)’ 등 강한 외교적 수사를 사용해 북한 및 북한과 군사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를 비판했다. 특히 “모든 국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UNSCR)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으로의 모든 무기 및 관련 물자 이전, 북한으로부터의 조달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부족한 탄약과 미사일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는 대가로 첨단 군사 관련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을 우려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자료를 인용해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에 미사일과 무기를 제공했고, 모스크바는 평양과 테헤란과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과 러시아의 교류는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 6월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했다. 이달 들어서도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17일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또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13일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 북한 핵 대응 한미일 3국 공조 다짐도
이번 선언에는 중국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직접적으로 ‘중국’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남중국해에서 분쟁 지형의 군사화와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기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AP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 뒤 마이크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중국이 계속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이 지역에서 우리 모두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선언문 내용을 감안할 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실수로 보인다.
쿼드 정상들은 인도태평양에서 훈련을 위한 새로운 지역적 해양 이니셔티브(MAITRI)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쿼드 국가가 힘을 합쳐 해역을 모니터링하고, 불법 행위를 억제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한편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쿼드 정상회의에 앞서 별도로 가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미일 3국 공조 체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게 한 기시다 총리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기시다 총리의 용기와 신념을 통해 2023년 8월 역사적인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대한 새 시대가 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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