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씨(BC)카드가 주력인 결제 프로세싱(매입 업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측면의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카드 고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신용판매와 수수료 관련 지표 성장세는 더디게 나타나면서다.
최근 비씨카드 결제망을 이용하는 고객사의 독립이 본격화한 것을 고려할 때 개인 간 거래(B2C) 사업 강화를 위한 승부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회사는 자체카드 상품 라인업 다변화와 고객 접점 확대로 장기적 관점의 체질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비씨카드의 자체 신용카드를 쓰는 개인 고객은 375만명으로 전년동기(325만명) 대비 15.4% 증가했다. 8개 전업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 중 절대 규모에서는 열위지만 단순 증가율로는 독보적인 수치다.
자체 카드는 제휴된 은행을 거치지 않고 비씨카드로부터 직접 발급받은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을 일컫는다. 그동안 비씨카드는 다른 카드사에 결제망을 빌려주는 프로세싱 사업을 주력으로 해오다가 자체카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다.
자체카드 고객이 양적으로 성장한 것은 의미있는 부분이지만 보완점도 남아있다. 비씨카드의 자체 신용카드 신용판매액은 올 5월 누적 기준 1조9481억원으로 전년동기(1조9174억원)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객 증가가 온전히 결제 확대까지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자체카드 사업의 입지는 여전히 작은 상황이다. 비씨카드의 올 1분기 자체카드 수수료수익은 168억원이다. 같은 기간 총 영업수익(795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다.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에는 여전히 규모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프로세싱 사업 중심의 브랜드 정체성에 따라 장기간 자체카드 사업에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성숙기에 접어든 카드업에서 후발주자로 뛰고 있는 만큼 점유율 확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해 놓여있다. 지표상 단기간 내 눈에 띄는 반등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비씨카드의 자체카드 사업은 생존 전략과도 연결된다. 과거 비씨카드 프로세싱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우리카드와 NH농협카드 등이 최근 독자 결제망 구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사들의 비씨카드 의존도 완화 움직임은 수익 기반 약화로 직결될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 비씨카드의 매입업무수익은 2025년 1분기 6792억원에서 2026년 1분기 6573억원으로 본격적인 감소세에 진입했다. 총 영업수익의 80%대를 책임지는 프로세싱 관련 실적이 뒷걸음질 치면서 외형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 2분기 반등 전환 가능성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계약 구조상 고객사의 독자 결제망 구축이 완료돼도 기존에 발급한 카드로 결제한 전표는 비씨카드가 매입한다. 다만 신규로 발급되는 카드의 수요를 흡수하지 못 하는 것은 중장기 성장 동력의 부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비씨카드가 자체카드 중심의 수익원 다변화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씨카드는 프로세싱 부분의 수익성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카드론 같은 대출성 자산 취급도 늘려가고 있다. 카드론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자수익 증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변동될 수 있는 만큼 확실한 대안으로 평가하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비씨카드는 프로세싱 부문 외형 축소에 대응해 신규 회원사 유치, 자체 카드발급, 대출업무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규 사업이 기존 프로세싱 업무에 비해 높은 위험을 수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전략 변화가 사업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현재 사업·수익 포트폴리오상 프로세싱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기는 어려운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체질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가맹수수료 인하 등 업황 악화에 대응하며 점진적인 자체카드 수익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은 한동안 정체돼 있었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고객의 선택권을 넓혀 접점을 강화하고 결제 실적 증대까지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비씨카드는 현재 대표 브랜드인 '바로BC' 상품군을 현재 22개로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보강 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카드 발급이 폭발적으로 늘더라도 가맹수수료 인하로 수익화가 어렵고 마케팅 비용 부담도 있는 상황"이라며 "고객 선호도가 높은 차별화 상품을 만들고 기존 고객들이 계속 남아 사용량을 늘리는 록인 구조로 전환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유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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