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8)이동하지 않는 새들-송림공원

주변에 인적 없어 외로울 것만 같아
위로차 들린 곳에서 붉은 잎을 탐닉했다
꽃들이 없는 공원 허전할 새도 없이
빈틈을 메워주는 홍가시 나뭇잎들
자신의 본분을 알고 빼곡히도 피워냈다
둥글게 틀을 잡고 둥그런 꽃다발 둘
여러 잎 힘을 모아 걸작을 완성하고
길손들 마음 뺏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복산동에 자리한 소공원이다. 주변에 민가는 많지 않지만 1호 소공원인 송림공원이 조성돼 있다. 여기는 '새라공원'을 찾아가던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이곳은 입구가 네 군데이다. 입구의 모양은 모두 똑같은 형태다. 그렇다고 동서남북 길은 아니다. 좌우에 각각 두 개씩 입구를 만들어 두었다. 갓 생긴 공원 느낌이 난다. 나무들이 울창하지 않아 공원이 단조롭고 생기도 약간 없어 보인다.
벤치가 한 방향에 여러 개 놓여 있고 가운데 화단에는 몇 그루의 나무들이 서 있다. 물론 초대하지 않은 풀들도 나무 주변에서 자라고 있다. 홍가시나무는 어디를 가나 눈에 띈다. 몇 그루는 없지만 현재 꽃이 핀 식물이 없는 이곳에서는 꽃처럼 붉은 잎을 피운 홍가시나무가 단연 돋보인다. 인도에서 약간의 언덕을 만든 화단에는 소나무 몇 그루 은행나무 몇 그루가 있다. 새로 조성된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다.
공원이 인도의 높이와 별반 차이가 없어 개방감이 크다. 저쪽에서 이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공원 안이 훤히 보인다. 공원은 사람들을 불러들여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다. 주변에 주택이 밀집돼 있지는 않지만, 누구든지 이곳을 찾게 돼 있다. 그게 공원의 매력이다.
안내도에는 허리돌리기·역기내리기·윗몸일으키기·공중걷기·등허리지압기·등의자로 표기되어 있다. 안내도의 녹색 바탕에 그린 길은 곡선의 느낌이 강해 마치 운동하는 사람 모습처럼 보인다. 이곳 주민들이 운동을 통해 유연한 몸과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 같다. 나도 허리돌리기를 시도해 보았다.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운동하는 나의 모습을 누군가 본들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편안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서툴게 또는 능숙하게 자기의 시간을 남에게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잎도 무성하지 않은 소나무에 새들이 놀고 있다. 둥지가 있는지를 보니까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멋없는 나무처럼 보였지만 새들에겐 마음을 뺏는 나무가 된 것 같다. 공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곳을 떠날 때까지 계속 한자리에 있어 그 새들이 신기했다. 높은 곳에 있어서인지 아쉽게도 사진에 포착이 잘되지 않는다.
디딤돌 사이에는 어김없이 풀들이 자라고 있다. 빈 땅만 보이면 종족 번식을 하려는 풀들의 노력이 가히 놀랍다. 시원스럽게 난 길을 밟으며 풀들을 내려다본다. 빽빽이 박힌 디딤돌 사이로 난 풀이 밉지 않다. 무생물에 생명을 입힌다는 기분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생명은 무엇이든 소중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늘씬하게 뻗은 은행나무 가까이 갔다. 누군가 가지에 줄을 매달아 놓았다. 그 줄로 체력 단련을 많이 해서인지 낡기도 했고 닳기도 했다.
여기에 있는 나무들이 덩치를 키우고 굵은 뿌리를 내리면 곧 한 아름도 넘는 우람한 나무가 될 것이다. 지금은 그런 나무들이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역사가 깊어지면 식물들도 그만큼 몸집을 키울 테다. 몇 년 후 다시 와보고 싶은 곳으로 눈도장을 찍는다. 그땐 홍가시나무가 더 많이 자라 있을 것이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