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한 몽고메리만 순항..보라스 외면했던 시장 흐름은 결국 옳았나[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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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보라스에게 휘둘리지 않은 시장의 판단은 결국 옳았던 듯하다.

오타니 쇼헤이의 '언론 통제'로 유독 조용했던 지난 오프시즌은 스캇 보라스의 굴욕으로 마무리됐다.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리던 보라스는 FA 시장에서 외면을 당하며 승자가 되지 못했다.

보라스는 12월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이정후를 6년 1억1,300만 달러 역대 야수 포스팅 최고액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시키면서 올해도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지난 겨울 보라스가 거둔 성공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보라스는 블레이크 스넬, 코디 벨린저, 조던 몽고메리, 맷 채프먼, J.D. 마르티네즈 등 FA 대어들을 다수 보유한 에이전트로서 또 한 번 겨울 시장을 자신이 손바닥 위에 놓고 조종하려 했다. 2022시즌에 앞서 텍사스 레인저스에 두 명의 내야수(코리 시거, 마커스 세미엔)를 합계 5억 달러에 보냈고 2023시즌을 앞두고는 '유리몸' 카를로스 로돈(NYY)에게 무려 6년 1억6,200만 달러 계약을 안겨준 보라스였다.

하지만 이번 오프시즌은 달랐다. 보라스는 로돈으로 대형 계약을 따냈듯 자신이 보유한 선수들을 모두 아주 비싼 가격에 계약하고 싶어했지만 구단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보라스가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사이 CAA 스포츠 에이전시는 오타니에게 역대 프로스포츠 최고액인 10년 7억 달러 계약을 안겼다. 와서맨 에이전시 역시 빅리그 경험이 없는 '포스팅'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2,500만 달러 계약을 안겼다.

자신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한 에이전트들의 선전에 자존심이 상한 것일까. 보라스는 '누가 봐도 약점이 있는 선수들'을 계속 비싼 값에만 계약하려고 고집을 부렸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인 스넬은 기복이 너무 심한 것으로 유명하고 지난해 재기상을 수상한 벨린저는 세부 지표가 전성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채프먼은 수비력이 뛰어나지만 데뷔 초의 강력했던 공격력을 몇 년째 전부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고 몽고메리는 최근 활약이 좋지만 커리어는 부족했다. 마르티네즈는 황혼기에 접어든 노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명확한 약점에도 보라스는 하늘을 찌르는 수준의 요구만을 고집했다.

결국 시장 최대어로 불리던 평가받던 선수들은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이 돼서야 총액을 확 낮춘 짧은 계약으로 행선지를 찾았다. 3월 30일(한국시간)에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 1년 2,500만 달러가 보장되는 1+1년 계약을 맺은 몽고메리는 보라스를 해고하고 와서맨 에이전시로 둥지를 옮겼다. 그야말로 보라스의 굴욕이었다.

개막 한 달이 지난 현재, 보라스를 철저히 외면했던 구단들의 선택은 전적으로 옳았다. 보라스가 마지막까지 '배짱 장사'를 했던 대어들은 전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보라스가 가장 공들인 선수였던 스넬은 부상을 당했다. 총액 2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요구했지만 3월에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년 6,2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스넬은 올시즌 3경기에 등판해 11.2이닝을 투구하며 3패, 평균자책점 11.57을 기록했다. 처참한 성적을 쓴 스넬은 4월 25일 내전근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시카고 컵스의 퀄리파잉오퍼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섰지만 외면을 받은 후 2월 말 컵스와 3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잔류한 벨린저도 25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벨린저는 전날 경기에서 수비 도중 펜스와 충돌했고 갈비뼈 골절 부상을 당했다. 부상도 문제지만 시즌 성적도 22경기 .226/.320/.440 5홈런 17타점으로 전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스넬보다 조금 이른 3월 초 샌프란시스코와 3년 5,4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채프먼은 건강은 하지만 부진하다. 25일까지 시즌 26경기에 출전한 채프먼은 .228/.278/.416 4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쓰고 있다. 그래도 수비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과 스넬, 벨린저와 다르게 건강하다는 점은 위안이다.

개막 일주일 전에야 뉴욕 메츠와 1년 1,2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마르티네즈는 늦은 시즌 준비가 늦었고 준비 과정에서 등 부상까지 겪으며 팀 데뷔가 계속 지연됐다. 이번 주말에야 메츠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보라스와 인연을 끊은 몽고메리는 순항하고 있다. 몽고메리 역시 늦은 합류로 시즌 시작이 늦어졌지만 두 경기에서 13이닝 3자책, 평균자책점 2.08로 견고한 피칭을 선보였다(1승 1패). 보라스의 마수를 뿌리치고 인내한 끝에 몽고메리를 1+1년 계약으로 영입한 애리조나는 어쩌면 가장 큰 승자가 될 수도 있다. 몽고메리가 보라스와 '손절'한 만큼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연장계약을 맺는다는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선수들의 계약도 이제 막 시작됐다. 반등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과연 부진한 초반을 보내고 있는 보라스의 고객들이 남은시즌 평가를 뒤집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위부터 블레이크 스넬, 코디 벨린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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