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곳간 점검] ①K-ICS 비율 줄줄이 하락…타개책 키워드는 '신계약+리스크 관리'
자본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생명보험 업계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살펴봅니다.
생명보험 업계 1위 삼성생명을 비롯해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주요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 비율이 3분기에도 반등하지 못했다. 시장금리와 부채 할인율 하락이 지표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 생보사가 양질의 신계약을 확대하고, 리스크 관리를 정교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자산 30조원 이상 보유한 주요 생보사 중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3분기 잠정 K-ICS 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증가한 곳은 NH농협생명 뿐이다. 한화생명이 직전분기보다 1.7%p 상승하며 반등의 기미를 보였을 뿐, 나머지 생보사는 직전분기보다 최소 5%p에서 최대 13%p 줄었다.
더욱이 금리 인하와 금융 당국이 오는 2027년까지 보험부채 할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K-ICS 비율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중장기적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보험사는 고실적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 및 할인율 현실화 방안에 따른 (가용)자본 감소로 K-ICS 비율이 하락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 위원은 특히 "보험계약마진(CSM)을 평가할 때 당국의 할인율 방안을 선반영해 보험사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장기채권 매수뿐만 아니라 만기 30년 국채선물, 공동재보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금리 시절 판매했던 상품들이 보험금 지급시기를 맞이하면서 부채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은 과거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취급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금리가 낮은 시기에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당시 확정금리보다 낮아) 보험상품의 역마진이 커지게 된다"며 "이는 부채 부담을 키워 K-ICS 비율 산정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K-ICS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당국은 연결재무제표기준으로 100% 이상 유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가용자본은 보험사에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전해 지급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충작용을 하는 돈을 말하며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요구자본은 보험사에 내재된 리스크량을 측정해 산출된 필요 자기자본을 뜻하며 일정 기간(통상 1년) 동안 일정 신뢰수준(통상 99%)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손실예상액으로 측정한다.
만약 이 수치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적기 시정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요 생보사 중 당국 권고치인 150%에 미달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160%대의 비율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 잠정치를 발표하지 않은 교보생명도 2분기는 160%대로 나타나며 위기가 감돌았다.
비교적 안정권을 지켰던 삼성생명 등도 지표가 계속 하락하자 이제는 권고치에 근접할 것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특히 삼성생명은 지난해 2분기 223.5%를 기록한 후 5개 분기 연속 하락해 200% 마저 깨졌다. 지난 분기에 200% 벽이 허물어진 미래에셋생명도 3분기에 반등하지 못하고 190%대에 머물렀다.
그나마 KB라이프생명과 신한라이프만이 안정권인 200%대 중후반을 유지하며 곳간 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양사도 올해들어 지속적으로 지표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KB라이프생명은 한때 300%를 초과하는 높은 건전성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 290%대로 내려온 이후 3분기에는 280%대까지 계속 떨어졌다.
다만 업계는 크게 걱정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고채 수익률 활용구간(최종관찰만기)을 현행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되면 비율 관리를 조금 더 보수적으로 취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또 당국에서 할인율 현실화와 금리 하락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재무영향평가 결과 업권의 전반적인 건전성에는 문제 없다는 평가가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보험업권의 전반적인 K-ICS 비율이 20%p 내외로 감소할 것이라는 결론을 냈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부채 할인율을 조절하면 요구자본이 늘어나 K-ICS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질의 신계약을 창출하고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공동재보험을 활용해 가용자본 확보에 힘쓸 것"이라며 "아울러 요구자본을 줄이는 대안을 모색해 회사별로 관리하고자 하는 목표치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