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범 컬럼] 'LA 레이커스의 모든 것을 체험하다' bibigo ARENA TRIP 동행 취재기

[점프볼=손대범 전문기자] “내가 정말 여기에 있는 거라고???” 플로어를 밟은 참가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우승 그 이상의 특별한 경험에 대해 누군가는 ‘환상숲을 거니는 기분’이라고도 말했다.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진행됐던 ‘비비고 아레나 트립’의 분위기였다.
2022년 10월, 프로농구가 긴 잠에서 깨어나 팬들에게 첫 인사를 할 무렵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에서는 챔피언이 탄생했다. ‘바스켓볼고3on3(BASKETBALL GO 3on3)’ 대회 우승팀이었다. 팬들에게는 SPOTV NBA 해설위원으로 유명한 ‘조코피 TV’와 ‘오늘의 농구’ 채널이 호스트로, CJ제일제당 비비고가 메인스폰서를 맡은 이 대회는 철저히 비선출들로만 참가 자격을 제한해 눈길을 끌었다. 초, 중, 고 어느 무대에서든 선수 자격이 있었던 이들은 나설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결선 수준은 상당했고 열정 또한 뜨거웠다.
대회 우승팀에는 어마어마한 리워드가 제공됐다. 바로 LA 레이커스 홈경기를 현지에서 직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글로벌 K-Food 브랜드 비비고가 제공한 통 큰 리워드였다.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 리워드는 ‘비비고 아레나 트립(이하 아레나 트립)’으로 명명됐다. 남자부 우승팀 메이드(신선재,임강휘, 정두령)와 여자부 우승팀 바투(이무늬, 홍영자, 김혜주, 송시은)가 여행에 나섰고, 대회 호스트 역할을 맡았던 조현일 위원이 동행했다.

DAY1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억하며
로스엔젤레스 공항에 도착하자 맑게 개인 하늘이 선수들을 반겼다. 바로 전주까지 현지에서는 ‘LA 답지 않게’ 비가 끊이지 않았다. 혹시 몰라 우산을 챙겼는데, 고맙게도 우리가 도착한 날부터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 예년의 LA 날씨를 회복하고 있었다. 첫 일정은 뮤럴(mural) 탐방이었다. 우리말로는 ‘벽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시내 곳곳에는 레이커스 레전드 뿐 아니라 문화의 아이콘들의 벽화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중 우리가 본 ‘첫’ 레이커스 벽화는 바로 샥스 개러지(Sharks Garage) 부근에 그려진 ‘레이커스 트리오’의 벽화였다. 홈구장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5km 정도 떨어진 이곳에는 르브론 제임스-러셀 웨스트브룩-앤서니 데이비스 트리오의 대형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2021년 10월에 LA 취재를 왔을 때 가보고 싶었지만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포기했던 곳인데, 마침내 와보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이 벽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제작자 때문이다. 이 벽화를 그린 인물은 한국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Royyal Dog’ 심찬양 작가다. ‘거리의 예술가’라고도 불리는 심찬양 작가는 2021년 가을, 비비고의 레이커스 후원 계약을 계기로 이곳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참가자들은 저마다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기분을 냈다.
이어 우리가 향한 곳은 크립토닷컴 바로 건너 레바논 거리(Lebanon Street)에 있는 코비 브라이언트 벽화였다. 유명 작가 조나스 네버(Jonas Never)가 남긴 벽화로, LA의 관광지로 등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레이커스 팬들의 성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포효하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그림에는 그를 추모하는 수많은 팬들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우리가 벽화를 보며 감탄하는 중에도 레이커스 저지를 입은 팬들이 하나, 둘씩 찾곤 했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찾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이곳은 아주 밝을 때만 찾길 권유한다. 크립토닷컴 아레나 인근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위치는 ‘Kobe Mural’을 검색하면 추천 장소로 바로 나온다. 우리의 숙소는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도보로 10~15분 거리였다. 우리가 도착한 날, 레이커스는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휴스턴 로케츠를 상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첫날은 여독을 풀 겸, 호텔에서 다같이 모여 레이커스 경기를 보며 서로를 더 알아가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함께 공수해온 비비고 제품이 낯선 땅에서의 입맛을 달래주었다.

DAY2 베니스비치에서 농구한 썰 푼다
이튿날 일정은 베니스비치에서 시작됐다. “여기가 헐크 호건 고향이야.” 나지막이, 수줍게 이야기를 꺼내자 일행들은 다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의 ‘각본상’ 고향이 캘리포니아주 베니스비치다. 어린 시절 프로레슬링 중계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각인된 지명이다. 그런데 현지 ‘농구 덕후’들에게 베니스비치는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있는 야외 코트가 먼저 떠오른다. 이른바 ‘MUST HOOP’ 플레이스다. 코트 뒤에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새파란 바다가 눈앞에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냥 대충 찍어도 화보가 될 것만 같다. ‘메이드’와 ‘바투’팀 선수들은 베니스비치에 도착하기 무섭게 셀카 행진에 돌입한다. ‘비선출’이라고는 해도 1년 365일 농구 생각만 해온 이들이다 보니 뭘 입어도, 어떤 포즈를 취해도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베니스비치까지 온 이유는 화보 촬영이 전부는 아니었다. 혼성팀으로 서로 3대3을 하는가 하면, 현지인들을 섭외해 친선전도 가졌다. 실력이 상당했다. 현직 모델 겸 강사로 활동 중인 신선재는 실제로 2019년 KBL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도전한 적이 있을 정도. 빅맨 정두령은 길거리농구의 고수로 이미 점프볼에서도 몇 차례 소개된 적이 있다. 임강휘 역시 KUSF가 개최하는 클럽챔피언십을 비롯해 크고 작은 대회에서 에이스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한번은 내가 중계한 경기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수들 못지않은 열정을 불태워 모두를 감동시킨 적도 있다.
이들의 여유있는 플레이에 ‘긴급 섭외’된 현지 동호인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결국 경기는 우리의 완승. 그러나 승패를 떠나 남녀 선수 할 것 없이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0월, 결선 중계 당시에도 봤던 그 표정이었다. 그렇게 오전 내내 정신없이 공을 튀기며 코트를 왕복했는데도 그 에너지는 여전히 떨어질 기색이 안 보였다. “이따 저희랑 2대2 한번 하실래요?” 신선재가 멀뚱히 서있던 조현일 위원과 내게 경기를 제안한다. 아서라. 조현일 위원이야 농구 좀 한다고 쳐도, 제대로 붙으면 한 골은커녕 드리블 한번 제대로 못 할 것 같았다. “어우, 여기서 저 농구하는거 보시면 앞으로 제 중계 안 보실 거 같습니다. 하하.” 멋쩍게 웃으며 사양해보지만 그들은 여전히 경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DAY2 유일하게 허락된 대사 ‘우와’랍니다
허기를 달래고 향한 곳은 엘 세군도(El Segundo)였다. 이곳에는 LA 레이커스의 훈련 체육관이 있다. 레이커스의 보도자료를 보면 발신지가 ‘엘 세군도’로 되어 있는데, 바로 레이커스 체육관이 모든 일의 근원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UCLA 헬스 트레이닝 센터(UCLA Health Training Center, 이하 UHTC)다. 2017년에 오픈했으며 UCLA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나는 2017년 가을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취재 목적이 아니었기에 극히 일부분만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본격적인 ‘아레나 트립’의 시작이다. 우리가 탄 차는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체육관에 도착하자 선수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1, 2명이 아니라 참가자 모두가 그랬다. 왜 그런지 봤더니 레이커 걸스(Laker Girls)가 참가자들을 반기고 있는 것 아닌가. 레이커 걸스는 NBA에서 가장 전통있는 댄스팀 중 하나다. 할리우드에 본거지를 둔 만큼, 레이커 걸스 멤버 중에는 유명 가수(폴라 압둘)를 비롯해 배우, 안무가, 모델 등 많은 유명인사들이 배출됐다. 이들은 나에게도 사인을 해주며 함께 사진 촬영을 해주었다. 내 사진을 본 모두가 입을 모았다. “형이 이렇게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인줄 몰랐어요.” 너무 웃었나보다. 괜히 민망해졌다. 글로벌 파트너십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실내로 들어갔다. 시작부터 참가자들이 흥분했다. 로비 전광판에는 참가자들의 이름을 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마치 참가자들에게는 단 하나의 단어만 허락된 것 같았다. ‘우와!’
어딜 가든 감탄사부터 나왔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토론토 랩터스 클럽하우스를 취재했던 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선은 비디오 미팅룸, 선수들의 휴게 시설, 라커룸, 샤워실 순으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가장 큰 감탄사를 내뱉은 공간은 바로 라커룸이었다. 선수들이 실제로 사용 중인 라커룸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촬영이 허가되지 않았는데, 수십 켤레의 농구화에 참가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샤워실의 샤워기는 어찌나 높이 달려있는지, 회복실과 물리치료실의 시설은 어찌나 좋은지 저마다 감탄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레이커스의 물리치료실에는 크라이오테라피 기계까지 갖춰져 있었다. 크라이오테라피는 NBA 선수 중에서는 르브론 제임스가 가장 먼저 사용해 유행하기 시작했다. 르브론은 선수들 중 재활 등 몸 관리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르브론은 트레이닝 방법, 사용 기계 등에 있어 ‘얼리어답터’로도 통하는데, 한때 레이 앨런과 크리스 보쉬, 드웨인 웨이드, 케빈 러브 등은 르브론이 사용하면 믿고 따른다는 선수들도 많았다. 크라이오테라피 기계를 들인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봤다.

웨이트 트레이닝 룸을 통과하자 연습 코트가 나왔다. UHTC는 풀코트만 3개를 갖추고 있었다. 벽에 크게 새겨진 비비고 로고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사실, 일반 취재기자들에게 허락된 공간은 입구에 위치한 프레스 컨퍼런스 룸과 이곳 코트가 전부다. 라커룸, 샤워실 등까지 모두 보게 된 것은 역시나 오피셜 파트너의 힘 덕분이었다. 레이커스는 이 체육관을 G리그팀 사우스베이 레이커스와 함께 사용 중이다. G리그 정규경기도 이곳에서 열리는데, 경기가 열릴 때는 간이 관중석이 설치된다.
우리가 막 설명을 듣고 있을 무렵, 코트 한쪽에서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입틀막’이라는 신조어는 이럴 때 쓰라고 생겼음을 느끼게 됐다. 바로 2009-2010시즌 챔피언팀 멤버 메타 월드피스가 등장한 것이다. 지금 공식(?) 이름은 메타 샌디포드-아테스트다. 샌디포드는 아내의 성인데, 2020년에 아내의 성과 자신의 성을 함께 사용하여 개명했다. 현역시절에는 ‘평화’라는 단어가 참 안 어울리는 플레이를 많이 했던 그였지만, 레이커스의 레전드 선수로서 자리한 이날은 내가 본 그의 표정 중 가장 인자한 얼굴로 참가자들을 마련했다.
긴 말할 것 있나. 그가 농구공을 던져주자 참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공을 들고 코트로 뛰쳐나갔다. 오전 내내 농구했던 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팔팔했다. 간단한 슈팅 드릴을 마치자 15점 풀코트 픽업게임까지 제안했다. ‘바투’팀의 홍영자가 유창한 영어로 “한국에서 3on3 대회에서 우승하고 왔다”고 자신들을 소개하자 아테스트는 흥미로운 듯 관심을 보였다. 홍영자는 현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이다. 국내 대회 결선 당시 압도적인 피지컬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했다. 이날도 NBA 선수에 주눅 들지 않고 장기인 훅슛을 시도했다. “오, 카림의 훅슛이군.” 홍영자의 슈팅 장면을 본 한 레이커스 관계자가 추임새를 넣으며 흥을 돋웠다. 아테스트가 열성적으로 게임에 임해주면서 경기는 흥을 더했다.
15점 내기가 끝났을 때 그의 상의 역시 땀으로 흥건했다. 임강휘는 “코트 바닥이 대단하다”는 내 말에 엄지손가락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코트 투어가 끝난 뒤에는 2010년 우승 트로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우승이자 레이커스의 통산 16번째 우승 트로피였다. 참가자들은 트로피를 앞에 둔 채 아테스트, 레이커 걸스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이튿날 일정을 마쳤다.

DAY3 코트 사이드에서 이걸 본다고?
공식적인 마지막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레나 트립’의 종착역이자 하이라이트이기도 했다. 바로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의 경기 관람이다. 경기에 앞서 르브론이 발목 통증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이전 백투백 2경기를 모두 소화했기에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미국시간 기준으로 15일 필라델피아 76ers와의 경기에서 35분을 뛴 그는 바로 다음날 휴스턴 전에서 35분을 소화했다. 두 경기에서 그는 각각 35점, 48점씩을 올렸는데 휴스턴 전에서의 48점 활약 덕분에 레이커스는 가까스로 3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연패도 끊었고, 무리도 했던 만큼 결장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1월 초에도 6, 7일 경기를 뛴 뒤 1월 9일 경기를 결장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당일 오전 출전 소식이 들려왔고, 나는 불안함을 덜 수 있었다. 레이커스의 르브론 의존도를 생각했을 때, 그의 결장 소식만큼 참가자들에게 맥 빠지게 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경기 팁오프 시간은 7시 30분이지만, 우리는 그보다 이른 5시에 도착했다. 마치 유원지에 온 듯한 표정이었다. 게다가 이날은 구단주 고(故) 제리 버스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버스의 밤(Buss Night)’으로 명명되어 크립토닷컴 아레나 앞 광장에서 한바탕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자유투 던지기 게임도 있었고, 치어리더와 레전드 AC 그린 팬 사인회도 있었다. 입장객들에게는 구단주 이니셜을 딴 ‘JB’가 새겨진 뱃지 3종 세트가 선물로 주어졌다.
체육관에 들어서고 우리가 처음 향한 곳은 플로어였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플로어는 단지 구경을 위해 스쳐 가는 과정 정도로 생각했다. 실제로 LA 레이커스 취재를 가면 경기 전까지는 플로어에서 사진, 영상 촬영이 허락되곤 하기에(그 마저도 관중들이 들어차기 시작하면 시큐리티들이 ‘이제 거기 서있으면 안 돼’라고 눈총을 보낸다) 이번에도 그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자가 사이드라인 벤치에 앉아보라고 하지 않는가. 최연장자 이무늬, 홍영자부터 막내 임강휘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재빨리 착석! NBA에서 가장 비싼 티켓값을 자랑하는 구단 중 하나인 레이커스의 1열에서 선수들의 슛 어라운드를 감상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조현일 해설위원조차 “이런 리워드는 처음인 것 같다. 코트사이드에서 선수들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새롭다”며 놀라워했다. 우리는 후안 토스카노-앤더슨과 패트릭 베벌리, 데니스 슈로더 등의 웜업을 지켜봤다. 베벌리가 실전에서는 잘 쓰지 않는 스텝백 3점슛을 넣을 때면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아레나 투어’ 2단계를 위해 2층으로 이동했다. 2층으로 이동할 때도 선수들이 사용하는 통로를 사용했다. 조명도, 바닥도 기자석이나 일반 관중석으로 향하는 통로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모든 구장들은 VIP들을 위한 통로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돈을 쓴 만큼, 줄을 서더라도 최대한 짧게 서고, 최대한 안전하고 조용히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통로를 통해 향한 곳은 VIP 스위트룸이었다. 딱딱한 돌바닥이 아닌 고급 카페트가 깔린, 고급
바(bar)를 연상케 하는 방이었다.

DAY3 우리만의 공간
Style, Comfort & Privacy. NBA가 지향하는 VIP 스위트룸의 방향이다. VIP 스위트룸은 친구, 비즈니스 파트너 등과 경기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2000년 이후 NBA 구단들이 경기장을 지을 때 가장 우선 시 했던 부분 중 하나다. 스위트룸의 가격은 위치에 따라, 평수에 따라 다르지만 저렴한 방의 경우 수백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는 172개가 있는데, 2월 23일에 열리는 레이커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기는 가장 저렴한 스위트룸이 현재 913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우리가 경기를 관람할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51번 방에 들어서자 음식과 함께 바텐더가 대기하고 있었다. 오로지 우리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식탁에서 음식을 먹으며 볼수도 있었고, 음료를 갖고 내려와 앞이 확 트인 의자에서 편히 발을 뻗은 채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었다. 경기에 앞서 참가자들을 설레게 만든 순간이 또 있었다. 남자 우승팀 ‘메이드’와 여자 우승팀 ‘바투’의 선수 1명씩을 코트 중앙으로 불러낸 것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게임볼 딜리버리. 말 그대로 공식 사용구인 윌슨 오피셜 게임볼을 심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임강휘와 이무늬가 그 잊지 못할 순간의 주인공이었다.
1981년부터 레이커스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해온 로렌스 텐터(Lawrence Tanter)가 직접 둘을 소개했다. 이 또한 엄청난 영광이었으리라. 그 흥분감이 가시기 전에 참가자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든 순간이 또 찾아왔다. ‘댄스캠’ 이벤트 시간에 우리의 모습이 화면에 잡힌 것이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대형 전광판에 모습이 담기자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다. 열심히 저지를 흔들며 분위기에 도취됐다. 나 역시 1초 정도 화면에 잡혔는데, 오랫동안 취재를 해오면서 남들이 이벤트를 즐기는 장면만 바라보다가 직접 화면에 나오니 나도 모르게 흥분하여 소리를 질러댔다.

아쉽게도 이런 열정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레이커스는 연승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승부처에서 나온 아쉬운 실수로 인해 111-116으로 패하고 만 것이다. 그렇게 경기는 끝이 났지만 참가자들의 흥분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은 듯 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입을 모았다. 잠실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혜주는 “환상숲을 거닌 느낌이다. NBA도 직관하고, 응원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언젠가 농구교실을 더 크게 발전시키는 것이 꿈이라는 신선재도 “직접 보니 NBA 선수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많은 영감을 받았고, 돌아가서도 농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주장 이무늬 역시 “꿈만 같다.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농구는 나를 열심히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홍영자는 “이런 스폰서십 활동을 통해 ‘비비고’라는 한식 브랜드를 더 큰 시장에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늘 응원하겠다.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젊은 에너지로 가득찼던 ‘비비고 아레나 트립’은 그렇게 짧고 굵게 마무리 됐다. 농구 뿐 아니라 브랜드 행사를 동행해온 입장에서도 훈련 체육관 곳곳을 거니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장에서도 게임볼 전달, 1열 직관, VIP스위트룸 관람을 할 기회는 처음이었다. ‘NBA 직관’이 리워드라고 들었을 때는 잘 보이는 좌석에서 농구를 보는 것 정도만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아무리 NBA 구단의 스폰서라고 해도 쉽게 제공하지 못하는 체험 기회였다. 실제로 해외 모 브랜드의 경우, NBA 구단의 패치 광고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권리조차 얻지 못해 아쉬워 한 바 있다.

행사를 기획한 CJ 제일제당 비비고 관계자는 “비비고는 함께 하는 즐거운 경험을 만드는 브랜드다. 긴 여정에 함께 한 선수들이 이번 3on3 대회부터 NBA 직관에 이르는 ‘비비고 아레나 트립’을 통해 ‘비비고 모먼트’를 잘 느끼고 간직했으면 좋겠다. 3on3 대회, ‘비비고 아레나 트립’처럼 오로지 비비고만이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수들뿐 아니라 레이커스 팬들, 다양한 소비자들이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비비고의 글로벌 캠페인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LA 레이커스는 전반기 가장 많은 유니폼을 판매한 구단 중 하나다. 1월 21일 발표된 선수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도 르브론 제임스(2위)와 앤서니 데이비스(13위)가 TOP15에 이름을 올렸다. 한 구단에서 2명이 리스트업된 것은 레이커스와 브루클린 네츠(케빈 듀란트, 카이리 어빙)뿐이다. 또한 레이커스는 크리스마스 게임을 비롯해 전국 방송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구단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22-2023시즌에는 총 27회에 걸쳐 ABC, TNT, ESPN 등 채널을 통해 전국으로 경기가 전파된다. 27회는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한다.

비록 2020년 우승을 재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LA 레이커스 구단과 팬들, 그리고 스폰서들은 NBA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엄청난 순간을 곧 맞이할 것이다. 바로 르브론의 역대 최다득점 1위 달성의 순간이다. 1월 24일 현재, 르브론은 카림 압둘-자바가 세운 3만8387점까지 200점 정도만을 남겨두고 있다. 압둘-자바하면 레이커스의 골드&퍼플 유니폼을 입고 스카이 훅슛을 던지는 장면이 먼저 나오듯, 르브론의 최다득점 장면에는 비비고의 패치 광고도 따라다닐 것이다. 역사적인 장면에 로고를 남기는 것. 이 역시 글로벌 파트너에게는 기념비적인 순간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비비고 아레나 트립’에 함께 한 ‘바스켓볼GO 3ON3’ 우승팀 선수들에게는 코트를 밟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매 순간이 마치 꿈을 꿨던 것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광의 순간으로 남지 않을까. 농구와 스포츠 비즈니스를 매개로 한 비비고의 이런 활동이 새롭게 참여하게 될 국내외 소비자, 그리고 농구 마니아들에게도 계속해서 색다른 영감을 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_CJ제일제당 비비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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