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코스닥 '구원투수' 민경욱 투입…옥석 가리기 급선무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사진 제공=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신임 상임이사이자 코스닥시장본부장으로 민경욱 전문위원이 발탁됨에 따라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민 본부장이 코스피시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코스닥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선임된 민 본부장은 오는 2027년 7월23일까지 코스닥시장본부를 이끈다.

현재 코스닥시장은 실제보다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1739개로 코스피 상장기업 수 842개보다 2.06배 많다. 이같이 상장기업 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데도 코스피 시가총액은 2261조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400조원의 5.65배나 된다.

투자자의 관심 차이도 크다. 지난 23일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은 기관 2조2336원, 개인 6조2996억원, 외국인 2조8469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코스닥 거래대금은 기관 3499억원, 개인 5조8355억원, 외국인 1조734억원이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기관 거래대금 차이는 6.38배, 개인은 1.07배, 외국인은 2.6배에 달한다.

이 같은 격차에 올해 에코프로비엠, HLB, 포스코DX, 엘앤에프, 셀트리온헬스케어, 파라다이스 등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이로써 코스피 이전 상장 기업은 2003년(6개)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장기업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코스닥 상장기업이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라며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거나 작전세력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거래소에서 문제 기업을 상장폐지하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교수 역시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부실한 상장기업이 다수고 가치투자보다 단기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스피시장처럼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코스닥 전체 주가순자산비율(PER)은 올 상반기 107.25배로 2021년의 38.45배에 비해 급등했다"며 "우리 증시가 얼마나 고평가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밸류업보다 시급한 것은 증시 개혁"이라며 "고평가된 한국 증시를 다시 건전하게 만들어 매력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민 본부장이 코스닥 '소방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69년생인 민 본부장은 1994년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거래소에 입사했다. 비서실장을 거쳐 코스닥시장본부 상장관리부장, 전략기획부장, 본부장보,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민 본부장은 2019년 부실기업의 원활한 퇴출을 위해 신설된 코스닥상장관리부 부서장을 맡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팬데믹 시기에는 분산근무 시행 등 안정적인 시장 운영을 지원해 위기대응 능력을 보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민 본부장과 관련해 "시장 운영 및 조직관리 역량을 두루 갖춘 시장 전문가로 퇴출제도 개선을 통한 시장 건전성 제고, 시장구조 개편, 코스닥 경쟁력 강화 등 최근 코스닥시장이 당면한 과제들을 풀어가는 데 역할을 할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거래소는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에 포스코엠텍과 더블유씨피를 추가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우량기업 선발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소가 2022년 11월에 발표한 지수다.

또 코스닥 등 국내 증권시장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억1800만원 규모의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