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우세, 하지만 'KT 마법의 희망'도 존재하는 이유 [스프]

이성훈 기자 2024. 10. 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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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수다] 준플레이오프 프리뷰
 

SBS 스포츠취재부 야구조 기자들이 매주 색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봅니다.
 

'사상 첫 천만 관중'이라는 놀라운 흥행이 KBO리그 정규 시즌을 지배했다면, 가을 야구의 초입은 'KT의 마법'이 지배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내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철벽 방패'로 두산을 압도하며, 사상 처음으로, 5위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새 역사가 만들어졌다. 이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LG와 KT의 재대결이 플레이오프로 무대를 옮겨 펼쳐진다.

당연히 객관적 전력은 LG가 우세다. LG는 정규시즌에서 KT보다 많은 점수를 냈고, 훨씬 적은 점수를 내줬다. 즉, 공수 모두 KT보다 나았다. 그래서 실제 승률과 피타고라스 승률 모두 KT보다 꽤 앞섰다. 상대 전적에서도 9승 7패로 우위를 점했다.


이변이 많지 않은 준플레이오프의 역사도 LG 편이다. 포스트시즌이 지금의 체제(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가 된 2015년 이후, 준플레이오프에 선착했던 정규시즌 3위 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온 상대 팀을 압도했다. 2015년 이후 9시즌에서 3위 팀의 준플레이오프 승률은 0.647(22승 12패). 준플레이오프 상대 팀과의 정규 시즌 상대 승률 0.512보다 훨씬 높다. 즉, 정규시즌 때 비등비등했던 전력의 균형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위 팀 쪽으로 확 기우는 것이다. 4위 팀이 와일드카드전에서 전력을 소모하는 동안, 3위 팀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전력을 정비하는 효과가 이렇게 큰 것이다. 3위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경우는 단 2번(2018년 한화, 2021년 LG)뿐이다.

KT 선발진의 상황도 LG에 유리함을 더한다. 9월의 부진을 떨치고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눈부신 호투를 펼친 웨스 벤자민은 리그 최고의 '좌타 킬러' 중 한 명이다. LG 타선은 올 시즌 전체 타석의 64%가 좌타자였다. 43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올해의 LG보다 좌타 비율이 높았던 팀은 지난해의 LG(65%)뿐이다. 즉, LG는 리그 역사상 가장 '좌편향'이 심한 타선이다. 올가을에도 주전 라인업 9명 중 오스틴, 박동원을 제외한 7명을 좌타자로 채울 것이다. 그래서 만약 벤자민이 1차전과 5차전을 던질 수 있었다면, LG로선 꽤 곤란한 상황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3일) 88구를 던진 벤자민은 최소한 2차전까지는 나올 수 없을 것이고, 준플레이오프 선발 등판은 한 번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KT에겐 희망은 없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숫자를 자세히 보면, 또 한 번의 '마법의 근거'도 충분하다.

2007년 발간된 '세이버메트릭스 개론서' 성격의 'Baseball Between the Numbers'라는 책이 있다. 지금은 데이터 기반 저널리즘 사이트 'Fivethirtyeight'의 창업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네이트 실버와 데인 페리는 이 책에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로 3가지를 꼽았다.
 
1. 마무리 투수의 능력
2. 투수진 전체 탈삼진 능력
3. 팀 수비력

물론 이 가설은 진리가 아니고, 한국의 가을야구에서 객관적 증명을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위 3가지 요소 중, KT가 확실히 뒤지는 건? 없다.
 

1. 마무리 투수의 능력

유영찬(LG)은 리그 정상급의 마무리 투수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박영현(KT)의 구위가 유영찬에 뒤진다고 보기는 애매하다. 특히 후반기의 성적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유영찬은 일주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박영현은 5위 결정전부터 3일 연속 등판해 체력을 더 소모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KT의 마무리 투수가 LG에 뒤진다는 근거는 없다.

범위를 불펜 전체로 넓혀보면 KT의 우위가 더 커진다. 지난해 우승 뒤 고우석과 이정용이 이탈하고, 정우영과 박명근이 부진, 함덕주가 부상에 시달린 불펜은 올 시즌 LG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올 시즌 LG의 불펜 승리기여도(WAR)는 3.18. 10개 팀 중 9위에 불과했다. 반면 KT는 박영현 외에도 김민, 우규민, 김민수 등이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쓸만한 불펜을 구축했다. 게다가 지난해 맹활약을 펼쳤지만 올 정규시즌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손동현까지 가을 들어 구위가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손동현이 기록한 직구 평균 시속은 144.6km. 정규시즌 때의 142.5km보다 2km 넘게 빨라졌다.
 

2. 투수진 전체 탈삼진 능력

정규시즌 때 LG 투수진의 탈삼진 비율은 19%. KT는 19.5%였다. LG의 새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가 28.2%의 최정상급 삼진 비율을 기록 중이라는 걸 감안해도, 역시 LG가 확실히 앞선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3. 팀 수비력

KT 수비진은 정규시즌에 116개의 실책을 범했다. LG의 102개보다 꽤 많다. 하지만 실책 수는 수비력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많은 지표다. 수비 범위가 넓고 공격적인 수비를 하는 선수나 팀은 실책도 많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수비 범위가 넓었고 어깨가 강했던 유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1994년의 이종범이 리그 실책 1위였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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