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테리어가 처음이신가요? 초보 식집사를 위한 쉬운 입문 가이드

플랜테리어를 처음 시작할 땐 어떤 식물을 고를지, 어디에 무엇과 함께 배치할지 막막한 마음뿐이다. 식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디자인 노하우를 담아 풀어낸 산뜻한 플랜테리어 입문 가이드를 만나보자.

모두가 식물의 이로움을 만끽하며 산다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도 ‘플랜테리어’라는 영역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식물의 종류와 특성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식물과 공간을 함께 디자인하는 감각도 필요하기 때문. 또한 오브제처럼 툭하고 두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잘 키워내기까지 해야 한다.
그럼에도, 식물이 우리 생활에 주는 이점을 떠올리며 용감한 첫걸음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공기질의 악화로 공기 청정기가 실내 공간의 필수 가전이 된 지 오래다. 식물은 자연의 방식으로, 게다가 아름답게 공기를 정화하는 일을 한다. 플랜테리어를 시작하기 충분한 이유다. 식물을 돌보고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생활 속 명상의 순간들도 식물의 이로움 중 하나다.
현대인과 식물의 싱그러운 생명력을 연결하는 아카데미, ‘초록생활연구소’를 운영하는 정재경 작가는 “식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며 식물을 종교와 같다고 말한다. 플랜테리어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그의 집을 배경으로 플랜테리어에 관해 물었다. 식물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식물 키우기를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플랜테리어의 기본과 노하우를 제시한다.


플랜테리어를 망설이는 입문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무슨 일이든 처음엔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는 가드닝이 운전과 비슷하다고 느껴요. ‘자, 시동을 켰지? 그다음엔 기어를 바꿔야지. 차선을 바꾸려면 깜빡이를 켜고 사이드미러를 본 다음 핸들을 돌려야지’. 이렇게 처음에는 하나하나 다 생각해야 하지만 익숙해지면 자동으로 되는 것처럼요.

플랜테리어에 대한 작가님만의 원리 원칙은

제가 가진 원리 원칙이라면 언제나 지나친 것보다 모자란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점이에요. 나와 내 가족이 즐겁게 관리할 수 있는 범위의 식물을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플랜테리어를 위해 식물에 대한 지식, 가드닝 방법, 연출법을 따로 배우는 것이 좋아요. 최근 저의 플랜테리어 노하우를 바탕으로 출간한 <플랜테리어101>이나 영국 왕립 원예협회(RHS)에서 기획한 <실내식물도감>이라는 책을 추천해요. 식물원이나 플랜트 숍의 강의를 들으면 훨씬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요.

플랜테리어에도 권태기가 찾아온다. 그런 경험이 있나

저에게도 식물이 별로 즐겁지 않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일상이 바쁘거나 힘에 부칠 때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장마철을 지나고 보니 마당에 아스타가 까맣게 된 걸 보고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챙길 겨를이 없었던 거죠. 그럴 땐 자책하게 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게 없습니다. 이별 또한 삶의 한 과정인걸요. 미안해, 애도하고 보내줍니다. 그리고 또 마음에 들어오는 식물을 기다립니다. 어떻게 보면 헤어짐 덕분에 또 새로운 만남이 있으니까요.

떡갈잎고무나무

이제 막 식물을 고르기 시작한 초보자라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식물은 살아 있는 생명이기에 돌보는 기술의 숙련도에 따라 식물의 개수를 조절하는 것이 좋아요. 만약 초보자라면 화원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에요. 공급이 많은 식물은 가격이 저렴하고, 우리 땅에 잘 적응한 식물이니 우리 집에서도 잘 자랄 가능성이 높아요.
예쁘고 비싼 식물은 공급이 적은 식물이라 초보자에겐 키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한 개, 두 개 그렇게 화분을 늘려 보세요.

플랜테리어라는 여정의 첫걸음으로 선택하면 좋은 식물은

식물을 처음 키우는 분들에게 저는 ‘스킨답서스’를 추천합니다. 실내에서 가장 키우기 쉬운 식물이고, 너무 잘 번식해 별명이 ‘악마의 식물’입니다. 작고 여린 식물이 잘 자라는 걸 보면 키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재미가 있어야 또 하게 되니까요. 스킨답서스는 잎의 종류와 색상도 다양해 다채로움을 즐길 수 있습니다.

스킨답서스

작가님께서 식물을 고르는 기준은

공기정화 식물로 플랜테리어 하는 것을 좋아해요.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모든 식물은 정화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공기정화 식물과 일반 식물 사이에 공기정화 능력은 60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베이스 메이크업처럼 ‘스파티필름’과 ‘스킨답서스’를 수경재배 해서 키우고, ‘알리고무나무’나 ‘떡갈잎고무나무’를 포인트로 키워주면 공기까지 맑아지는 실용적인 플랜테리어의 기본이 완성됩니다.

박쥐란
알리고무나무

플랜테리어 식물을 고를 때 초보자가 가장 하기 쉬운 실수는

초보자가 하기 쉬운 실수는 식물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식물을 고르는 거예요. 귀한 식물이 예뻐 보이는데 귀한 식물은 공급이 적다는 의미거든요. 장미나 사과 같은 식물은 실내에서 키우긴 어렵지만 대부분의 공기정화식물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정도의 환경이라면 잘 자랍니다.

특이한 디자인으로 공간에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식물은 무엇이 좋을까

저는 요즘 ‘알리고무나무’가 예뻐 보여요. 잎이 날렵해서 세련된 느낌이 듭니다. ‘일본 철쭉’이라 불리는 ‘엔카이셔스’도 나뭇가지의 선이 아름답고 잎은 아기의 손처럼 귀여운 식물이에요. 여름에 쑥쑥 잘 자라는 ‘박쥐란’도 용처럼 기세가 좋아 남떡갈잎고무나무 다른 힘이 느껴집니다.

오렌지 나무, 히메몬스테라, 월계수
휘커스 움베라타, 베고니아, 겐차 야자

식물을 배치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특별히 추천하는 방식이 있나

플랜테리어를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플랜터에 담아 키우는 방법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서양에서는 주로 저면관수법으로 식물을 기릅니다. 화원에서 판매되는 식물을 그대로 구멍 없는 화분에 담아 키우는 걸 말해요. 물은 흙이 아니라 화분 아래쪽에 부어 줍니다. 물이 넘치지 않아서 관리하기 편리해요.

식물을 골랐다면 연출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잘 어울리는 식물 조합을 추천한다면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름, 아레카야자’, ‘인도고무나무, 접란, 홍콩야자’, ‘벤자민고무나무, 떡갈잎고무나무, 히메몬스테라’ 등의 조합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TIP. 공간별 플랜테리어 제안

· 거실 : 거실은 집안의 표정을 잡는 곳이어서 풍부하게 연출하는 편이 좋습니다. 벽과 벽이 만나는 공간엔 키가 큰 식물을 두셔도 동선을 해치지 않아 편리합니다. 코너 공간에는 공기가 고여 있는데, 식물을 키우면 흐름이 좋아져 운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 주방 : 렌지 후드 위, 냉장고 위에도 식물을 키워 보세요. 먼지가 눈에 띄게 사라집니다. 창문이 있는 주방이라면 허브류를 키워도 좋아요. 요리할 때마다 잎 몇 장만 사용해도 풍미가 살아나 기분도 좋아집니다.

· 침실 : 침실 공간엔 ‘산세베리아’를 두시면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밤에 산소를 뿜어내는 기특한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방은 살림살이가 많은 편이니 부피가 작은 식물을 키우는 게 좋고, 장롱이나 서랍장 위에서 키우면 편리합니다.

· 욕실 : 욕실은 암모니아를 잘 제거하는 식물을 배치해 보세요. ‘관음죽’이나 ‘맥문동’이 효과적입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암모니아를 좋아해서 많이 먹는 거니 괜찮습니다.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에요.

Interviewee | 정재경 : 초록생활연구소 대표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식물 200여 개와 동고동락하는 동안 창조성이 깨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창조성 아카데미 ‘초록생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코칭과 강의, 강연을 하고 있으며, 월간 〈샘터〉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우리 집은 식물원》, 플랜테리어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플랜테리어 101》, 에세이집 《있는 힘껏 산다》 등이 있다. https://crsh.kr

기획_ 조재희 | 사진_ 송사랑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9월호 / Vol.307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