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美 함정 MRO보다 '신조' 관심

HD현대중공업이 진수한 정조대왕함(DDG-995) / 사진 제공 = HD현대중공업

미·중 군비 경쟁, 서방·러시아 갈등 등 글로벌 안보 위협이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호재로 이어지고 있다. 서방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함정 제조사들 중 생산력과 품질을 갖춘 것은 한국 조선사들이 유일한 만큼 K방산 영해를 넓힐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함정 부문에서 미 해군과의 사업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7일 미군 장성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HD현대중공업 연구시설을 방문했다. 올 2월에는 울산 생산 현장을 찾기도 했다. 또한 '조선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협력 MOU' 등 미래 사업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미군이 주목하는 것은 함정 유지·보수·정비 등에 해당하는 MRO다. 미국 해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함정 정비 및 수리 관련 시설은 조선소 4곳, 총 17개 건조시설(도크)뿐이며 이는 약 291척(2023년 말 기준)에 달하는 미국 전투함들을 감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한국, 일본 등 우방국 조선사 인프라를 이용해 전투역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27일 토마스 앤더슨 소장 등 미 해군 고위관계자들이 경기도 판교의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 함정 분야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사진 제공 = HD현대중공업

美 관심은 지원함 'MRO'…수익성 낮아

최근 미 해군은 한화오션에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윌리 쉬·Wally Schirra)호 창정비를 맡겼다. 거제조선소에 입항된 이 함정은 3개월간의 정비 후 미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조선사가 미군 현역 함정을 관리한 첫 사례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전투지원함 MRO는 수익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투함 MRO는 일반 상선 유지·보수와는 성격이 다르다. 제작 및 수리 난이도가 높고, 시스템 구성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안 사항 등이 걸쳐 있어 전투함(호위, 구축함) 등의 고부가 함정은 제조사가 함정 설계·시공·유지·보수등의 전 과정을 수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함정 MRO를 이행할 설비도 부족하다. 현재 특수선 도크는 모두 가동중인 상황이다. 주력 생산 함정은 '정조대왕금' 이지스함이며 오는 2025년까지 2척을 더 진수하고 2027년까지 모든 함정을 해군에 인도해야 한다. 상선 건조시설도 모두 채워진 상태다. 충분한 수익이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도크를 무리해 비워야 할 이유가 없다.

필리핀이 발주한 초계함 ‘미겔 말바르함’ / 사진 제공 = HD현대중공업

신조 함정, 10년간 113조원 규모…영역 확장 잰걸음

신조 건조 준비는 부담이 적다. 통상적으로 함정 개발소요부터 기공으로 이어지는 기간이 4~6년이 걸릴 정도로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재 건조중인 정조대왕급 구축함의 경우 2013년 소요결정이 이뤄졌고 8년이 지난 2021년부터 건조가 시작됐다.

기대되는 시장 규모도 크다. HD현대중공업이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Janes Market Forecast)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신규 발주가 예상되는 함정 수는 약 1100척이며 시장 규모는 113조원으로 추산된다. MRO 시장을 더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현재 시점에서 시야에 들어온 사업은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 등 3국이 발주하는 잠수함 신조 프로젝트다.각 국가별 사업 규모는 △캐나다 12척(60조원) △폴란드(2~3척, 4~8조원) △필리핀 2척 등이다. 총 사업비만 최대 70조원에 달한다.

호주 호위함 사업(SEA3000)에도 관심이 많다. 총 111억호주달러(약 10조원)을 들여 11척의 안작(Anzac)급 호위함을 건조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다만 수주 조건으로 내건 '현지건조'가 난관이다. 호주 생산시설이 없는 만큼 현지 조선소 인수가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함정을 제조하거나 납품하는 것은 여러 방식이 있다”며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지만 현지 조선소 인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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