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稅혜택 늘려 脫홍콩기업 잡고, 첨단 산단 더 만들어 승부수를

임성현 기자(einbahn@mk.co.kr) 2023. 1. 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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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 도약 7대 제언
재정·연금 통계 투명성 높여
고질적 K디스카운트 해소를
호주처럼 고위직 감시 강화
국가 부패지수도 개선해야
기부금 세제 혜택 대폭 늘려
급증하는 복지지출 충당을

◆ 가자! G5 경제강국,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신제윤 前 금융위원장

세계 10위 수준의 국내총생산, 세계 7번째 5030클럽(인구 5000만명,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가입, 유엔무역개발협의회의 선진국 분류. '한강의 기적'에서 출발한 한국 경제가 눈부신 성장으로 얻어낸 글로벌 성적표들이다. 올해 역대급 저성장이 엄습하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성과로 일궈낸 자신감을 토대로 한국 경제는 G5 경제 강국을 향한 초석을 쌓아야 한다.

최빈국에서 10대 경제국으로 성장한 한국이지만 경제 성장의 3대 요소인 노동, 자본, 요소생산성에서 선진국들을 추격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고령화로 투입 가능한 노동의 양은 줄어들고 있고 여전히 외국 자본 유치보다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이 더 많다. 무엇보다 후진적인 정치 행태, 과도한 규제로 요소생산성이 정체 상태라는 게 특히 뼈아프다.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매년 제도, 인적 자원, 연구개발, 인프라스트럭처 등 7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혁신지수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지난해 스위스, 미국, 영국 등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인적 자원과 연구 부문에서는 4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제도 부문에선 여전히 30위권에 머물고 있는데 한국이 이뤄낸 경제 성과와 보유한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를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다. 거꾸로 이런 제도 부문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G5 경제 강국은 실현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 서바이벌 게임 승자의 조건

세계 경제가 유동성에 취해 연명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제 경제 질서 개편 과정에서 향후 몇 년 동안 혹독한 시련이 닥칠 것이다. 기업은 물론 국가 간 옥석도 가려질 것이다. 살아남으면 강자가 되고 도태되면 약자로 전락하는 변곡점의 시기다.

지속가능한 한국 경제의 성장은 요소생산성에 달렸고 그 열쇠는 후진적인 제도 부문의 개혁에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선봉에 서야 하고 과감한 규제 개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로 공공, 금융, 기업, 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도 정부의 솔선수범 없이는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는 정부의 재정 통계가 거짓임이 밝혀지면서 발생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정부 발표와 달리 가용 외환보유액이 바닥났다는 사실이 도화선이 되었다. 그리스와 한국은 IMF 자금 지원을 받는 대신 구조조정과 대규모 실업 등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정확한 통계는 국가 신인도의 근간이고 경제 강국의 기본 조건이다.

선진국답지 않은 지표 중 대표적인 것이 부패지수다. 여전히 30∼40위권이라니 한심한 수준이다. 경제 강국 중 중국을 제외하면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가 없다. 부패는 인허가권 등 규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로부터 나온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는 '정치적 고위인물(PEPs)'의 금융거래에 대하여 금융사가 더 철저히 감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부패지수가 현저히 낮은 싱가포르와 호주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도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 규제 혁신과 투자 유치의 선순환

전국경제인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로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는 매년 1000여 건이 넘었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는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규제는 질긴 생명력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규제는 나름의 근거가 있고 규제이익을 보는 기득권의 반발이 있기 때문에 폐지나 완화가 어렵다. 프로젝트에 따른 맞춤형 규제 완화가 필요한 이유다. 2005년 당시 정부가 경기도 파주시에 대규모 액정표시장치(LCD) 단지를 허용해준 게 대표적이다. 수도권과 휴전선 군사보호지역 규제를 한시적이나마 모두 풀어 대기업의 공장 신설이 가능했다. LCD단지는 지금은 경기 북부의 대표적인 기업 클러스터 단지로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였던 홍콩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엑소더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초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은 물론 중국발 정치적 불안이 리스크로 재부각되면서 홍콩에 지역 거점을 마련하고 있던 글로벌 기업들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특수를 누리며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고, 일본 도쿄도 주요 이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K컬처 등 영향으로 외국인들은 한국 거주를 선호하고 있고 언어 소통이나 교육 환경도 홍콩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외국인 과세 제도 역시 최근 법 개정으로 해외 자본 유치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 현재 외국인들의 경우 5년간 단일세율(19%)로 소득세를 적용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20년으로 확대된 것이다. 애초 정부안은 평생 단일세율 적용이었지만 줄어들어 아쉬운 감은 있다. 또 홍콩, 싱가포르가 16.5~17% 수준이란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많은 다국적 기업이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RE100을 선언했다. 이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요하는 데이터센터를 어느 곳에 두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인터넷 연결 및 보안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충분하고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최적지인 전라남도 서해안 지역에 'RE100 데이터센터 특구'를 마련해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 현재 새만금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 민간과 컬래버로 경쟁력 확대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큰 과제 중 하나는 상속이다.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생전이나 사후에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싶어 하는 이가 많다. 공익신탁은 기부자가 공신력 있는 수탁자에게 재산을 맡기고 이를 운용해 나온 수익을 장학, 구호 등 공익 사업에 쓰도록 한 제도다. 노년층이 쉽게 공익신탁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정부의 재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사각지대 없이 촘촘한 지원을 위해서는 현지 사정을 구석구석 잘 아는 민간 자선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행 기부금의 경우 세액공제제도를 소득공제로 바꾸거나 세액공제율을 높여 세제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수 감소보다는 기부금 확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복지 재정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특히 고소득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유도할 수 있어 사회 계층 간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ESG경영은 그 평가가 갈리긴 하지만 기업 활동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주주뿐만 아니라 투자자, 채권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된 것이다. 기업의 ESG경영을 이젠 '시민 ESG 운동'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임성현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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