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신발을 수집하는 30대 직장인 김희원(가명)씨는 올해 초 지인들에게 애장품들을 모두 팔았습니다. 주로 구매하던 브랜드가 사실상 ‘리셀’을 금지하는 약관을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김씨는 “브랜드 스스로 리셀 시장을 조장한 측면도 있으면서 이를 문제 행위로 몰아가는 것 같아 앞으로 관심을 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리셀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명 브랜드의 희소성 있는 인기 제품을
정가에 구매한 후 웃돈을 얹어
시세차익을 얻는 '리셀 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방법으로 관심을 끌었죠.
이에 '슈테크'(슈즈+재테크),
'샤테크'(샤넬+재테크) 등의
신조어도 나왔는데요.

리셀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명품 브랜드의 독특한
판매·유통 전략 때문입니다.
이들은 한정된 수량만을 공급하는 대신에
가격을 꾸준히 올리면서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을 소비자에 심어주죠.
소비자 입장에선 매장에 공급되는 수량이 한정적이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웃돈을 좀 더 주더라도
리셀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리셀 시장이 점점 활성화되자
유명 브랜드들이 재판매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할 시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약관을 발표하며
사실상 리셀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판매자들의 재판매 금지와 같은
‘갑질’이 일부 사라지게 됩니다.
정부가 주요 브랜드의 불공정 약관
시정에 나섰기 때문인데요.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이키와 샤넬,
에르메스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10개 유형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 불공정 약관으로는
고객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한 경우
계약 취소나 회원자격 박탈을 할 수 있다는
‘리셀 금지’ 조항이 꼽히는데요.

공정위는 이러한 조항이
약관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매한 물건의 처분 결정 권한은
구매자에 있다는 지적인데요.
재판매 목적의 구매인지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 없이
사업자의 판단에 따르도록 한 점도
부당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상품 리뷰와 같은 소비자가 작성한 콘텐츠를
사업자가 무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들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동의 없이 회원의 게시물을 수정할 수 있게 하거나,
회원의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판매자와 구입자 간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고
사업자의 모든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과
포괄적 사유에 의해 판매자가 자의적으로
주문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됐는데요.
사업자들은 이 같은 정부 압박에
지적받은 불공정 약관 조항을
모두 스스로 시정했습니다.

명품업계에선 재판매 목적의 구매를 막기 위한
제한 조치들이 풀리면서
리셀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전문 재판매 업자들이
활개를 칠 길이 열리며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위 콘텐츠는 매일경제 기사
<내돈내산도 중고거래 안된다고?…막나가는 명품들, 콧대 부러진 사연>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이진한·김기정 기자 / 장원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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