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한화 이글스는 11승 17패였다. 승패 마진 마이너스 6. 시즌 절반을 앞두고 하위권에 머물던 팀이 같은 달 30일, 26승 25패로 5할 고지를 밟았다. 5월 한 달 동안만 15승 9패를 거둔 셈이다. 그 마지막 퍼즐이 3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맞춰졌다. SSG 랜더스를 13대 10으로 꺾으며 3연승을 완성한 한화는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 확보와 함께, 31일 결과와 무관하게 5월을 5할 이상 승률로 마감하는 것이 확정됐다. 반대편 더그아웃의 사정은 달랐다. SSG는 이 패배로 11연패 수렁에 빠지며 SK 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한 구단 역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과 마주하게 됐다.

한화는 최근 흐름 자체가 달라진 팀이다. 5월 초반만 해도 중하위권을 맴돌며 김경문 감독 체제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5월 중반을 지나면서 타선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특히 강백호와 노시환을 중심으로 한 중심 타선의 장타력이 살아나면서 이기는 경기의 패턴이 잡혔다. 허인서는 이날 경기 전까지 이미 시즌 10홈런을 기록 중이었고, 류현진은 5승을 달고 등판에 나섰다.
SSG의 상황은 반대였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선발진이 흔들렸고, 불펜 운용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날 선발로 나선 김건우는 불안한 시즌 성적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SSG는 경기 직전 내야수 최정을 1군에 등록하며 부상 복귀를 알렸다. 최정은 지난 5월 14일 수원 KT전 이후 무려 16일 만에 홈런포를 재가동했지만, 팀 분위기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즌 전체 맞대결 구도에서도 이날 경기는 의미가 있었다. 한화와 SSG는 올 시즌 7차례 맞붙었으며, 이 경기는 양 팀의 극명한 방향성 차이를 드러내는 자리가 됐다. 상승세를 타는 팀과 연패의 늪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팀의 대조가, 스코어보드 이상의 메시지를 담았다.

경기는 SSG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됐다. 1회초 박성한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최정의 내야 안타, 에레디아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고, 김재환의 적시타로 1점을 먼저 냈다. 그러나 이닝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1루수 김태연이 1루 태그 후 홈 송구로 3루 주자 최정을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차단했다.
한화는 1회말 곧바로 역전했다. 이원석의 안타로 포문을 열고, 문현빈의 2루타와 강백호의 2타점 적시타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김태연의 연속 안타까지 더해지며 1회에만 3점을 뽑았다.
2회말에도 강백호의 1타점 적시타가 터져 4-1로 달아났다. 3회에는 SSG가 김재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한화는 그 이상으로 응수했다. 심우준의 번트가 야수선택으로 이어지고, 이원석의 볼넷과 페라자의 2타점 적시타, 강백호의 2타점 적시타까지 터지며 3회말에만 4점을 추가했다. 3이닝이 끝난 시점에 스코어는 9-2였다.
SSG는 6회초 반격을 시도했다. 김재환이 투런 홈런, 오태곤이 솔로 홈런을 기록하며 6-9로 격차를 줄였다. 그러나 한화는 6회말 허인서가 이건욱의 127km/h 슬라이더를 받아쳐 시즌 11호 투런 홈런을 기록하며 다시 5점 차로 벌렸다. 허인서는 2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7회초 최정의 시즌 12호 솔로 홈런으로 SSG가 한 점을 더 줄이자, 한화는 7회말 문현빈의 희생플라이로 12-7을 만들었다. 8회초 SSG가 만루 찬스에서 정준재 희생플라이와 최정 2타점 적시타로 2점 차까지 좁혔지만, 8회말 노시환의 솔로 홈런이 쐐기를 박으며 13-10이 됐다. 이민우가 9회초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5이닝 5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시즌 6승을 달성했다. 강백호는 5타수 3안타 5타점, 이원석은 5타수 3안타 4득점을 기록했다. SSG의 선발 김건우는 2⅓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7실점으로 물러나며 시즌 2패를 떠안았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스코어인 13-10이 아니라, 한화가 3이닝 동안 뽑아낸 9점이다. SSG 선발 김건우가 2⅓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뒤를 이은 이기순도 0이닝 2실점으로 불을 끄지 못했다. 상대 선발이 무너진 경기에서 기회를 극대화한 것이 한화 승리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한화가 완벽한 경기를 한 것은 아니다. 불펜이 6~8회에 걸쳐 총 7실점을 허용하며 13-2였던 격차를 13-10까지 좁혀줬다. 윤산흠·김종수가 이닝을 잡지 못하고 물러났고, 정우주도 ⅔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불펜 안정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8회말 노시환의 홈런이 나왔고, 이민우가 멀티이닝 세이브로 마무리한 것은 클러치 상황에서의 집중력이 살아 있다는 근거가 된다.
강백호의 5타점은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화가 이번 달에 꾸준히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심 타자들의 생산성이 받쳐줬다는 점이 있다. 5월 한 달 15승 9패라는 기록은 팀 전체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며, 특정 경기의 우연이 아닌 시스템적 변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SSG의 11연패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구단 역대 최다 연패 타이는 2000년과 202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공교롭게도 두 번의 선례 모두 팀에 큰 변화를 예고한 시즌이었다. 최정이 복귀전에서 홈런과 3타점을 기록했음에도 팀이 졌다는 것은, 현재 SSG의 문제가 특정 선수의 부재가 아니라 팀 전체의 구조적 불균형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선발진이 조기 강판을 반복하면서 불펜 누적 소진이 이어지고, 이는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화는 31일 에르난데스를 선발로 내세워 3연전 스윕에 도전한다. 상대 SSG는 다케다 쇼타가 등판한다. 5할을 되찾은 팀과 구단 최다 연패 기록 앞에 선 팀이 같은 날 마운드 위에 선다. 이 시리즈 마지막 경기, 두 팀의 5월 마지막 날은 어떤 장면을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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