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마셔요, 장기자랑도 없어요” 신입생 새터 모시기 안간힘

이승우기자 2023. 2. 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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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새터'에서 한 번도 빠진 적 없었던 새내기 장기자랑 순서를 없애는 대신 선배들이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한양대 사회학과 학생회장 김지영 씨(20·여)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내기가 한 명이라도 더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 '금주 인증 팔찌'부터 경품까지 서강대의 한 단과대 학생회는 신입생 250명 안팎이 새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참여하겠다고 나선 신입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여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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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올해 입학하는 새내기들이 재학생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2023.01.10 뉴스1
“신입생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새터’에서 한 번도 빠진 적 없었던 새내기 장기자랑 순서를 없애는 대신 선배들이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한양대 사회학과 학생회장 김지영 씨(20·여)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내기가 한 명이라도 더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재개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새내기배움터(새터)’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재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신입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학생회들은 ‘신입생 모시기’에 공들이는 모습이다.

● ‘금주 인증 팔찌’부터 경품까지

서강대의 한 단과대 학생회는 신입생 250명 안팎이 새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참여하겠다고 나선 신입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여 명뿐이었다. 학생회 측은 결국 지난달 31일 마감이었던 새터 신청기간을 열흘 더 연장했다. 연세대와 한국외대, 경희대 등도 저조한 신입생 참여율에 신청 기간을 늘렸다. 서울과학기술대의 한 단과대에선 신입생 40명 중 10명만 새터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생 사이에선 “새터에 가면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참여를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감안해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인증 표시를 제공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경희대 경영대는 음주를 안 하는 신입생들에게 ‘금주 인증용’으로 야광 팔찌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영대 학생회장 송원섭 씨(24)는 “대학 커뮤니티와 학생회에 ‘음주가 두려워 참여하지 않겠다’는 신입생 의견이 많이 접수됐다”며 “새로운 새터 문화를 만들기 위해 4가지 색상의 팔찌를 준비해 원하는 만큼만 음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인문대 새터기획단은 새터 참여를 신청한 새내기들 중 추첨을 통해 약 40명에게 커피와 치킨 등 기프티콘 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기획단장 김철진 씨(21)는 “참여하겠다는 신입생이 적다보니 고육지책으로 기프티콘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의 한 단과대도 상품권과 전자기기 등을 새터 참여 경품으로 내걸었다.

● “모르는 사람과 숙박 불편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대학 신입생 상당수는 단체 활동이 낯설다는 분위기다. 새터에 불참하는 서울과기대 시각디자인과 신입생 이영서 씨(19·여)는 “모르는 사람들과 숙박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광주과기원 신입생 배모 씨(19)는 “개인 생활에 익숙한데 새터에 가면 단체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재학생들은 새터 같은 대학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경희대 2학년 박현우 씨(21)는 “몇 년 후에는 새터라는 명칭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대학 문화가 과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교 시절 비대면으로 생활하며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성이 약화됐던 신입생의 경우 대학 진학과 대면 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겹치면서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대학가 문화가 올해 큰 전환기를 맞았다”고 했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최원영기자 o0@donga.com
손준영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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