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어게인만 들끓는 장동혁 ‘귤 상자’…썩은 귤 진즉 솎았더라면 [웁스구라]

윤운식 기자 2026. 3. 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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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을 상자째 구매해 본 사람들이 한 번씩 겪는 일이 있다.

살 때는 몰랐는데 집에서 상자를 열어보면 바닥 쪽에 하얀 곰팡이가 피고 물컹해진 귤이 두세개쯤 있다.

이렇게 방치된 귤 상자가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윤어게인'을 내치지 못하는 국민의힘 처지와 비슷하다.

국민의힘이라는 귤 상자는 곰팡이가 귤이고 귤이 곰팡이인 물아일체의 경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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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운식의 카메라 웁스구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한 주요 대여투쟁. 왼쪽 사진부터 2025년 9월21일 대구역 집회, 2025년 12월23일 국회 본회의 24시간 필리버스터, 지난 1월22일 8일째 이어가던 단식 중단, 지난 3월3일 국민대장정 도보 행진, 지난 3월5일 청와대 앞 의원총회. 윤운식 김영원 류우종 기자

귤을 상자째 구매해 본 사람들이 한 번씩 겪는 일이 있다. 살 때는 몰랐는데 집에서 상자를 열어보면 바닥 쪽에 하얀 곰팡이가 피고 물컹해진 귤이 두세개쯤 있다. 그럴 땐 얼른 문제의 귤을 버리고 주변에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것은 추려내고, 나머지를 다른 용기에 담아 서늘하게 보관하면서 까먹으면 대부분 별문제가 없다.

문드러지고 곰팡이가 핀 귤을 버리지 않고 그냥 놔두면 주변은 물론, 결국 상자 안의 대부분의 귤을 버리게 된다. 이렇게 방치된 귤 상자가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윤어게인’을 내치지 못하는 국민의힘 처지와 비슷하다.

각 당을 비롯한 정치인들 특히 야당대표는 당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장외투쟁 등 이벤트를 벌이곤 한다. 사진기자들이 이런 장외투쟁을 취재하다 보면 응축되고, 소위 그림 되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모이는 카메라 뷰파인더 상으로만 봐도 그다지 효과가 신통치 않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자가 지난해 8월 대표로 선출된 이후 벌인 각종 이벤트가 그랬다. 광장도 나가고, 천막 농성도 하고 24시간 필리버스터라는 신기록도 세우고 곡기를 끊는 단식투쟁도 했다. 당명과 색깔도 바꾸려 하고 민생을 살핀다며 봉사활동과 시장 방문도 이어 가더니 다시 길거리로 나서며 결연한 표정을 하고 청와대로 행진까지 했다.

삭발과 고공농성 빼곤 장 대표가 할 건 다 해본 것 같지만, 현장에는 ‘윤어게인’ 세력만 몰려들었고 시민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의 지지율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8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결선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장동혁 후보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표결에서 당론으로 동참했더라면, 한남동으로 몰려가 윤의 수호천사를 자처한 의원들을 진작에 제명했더라면, 썩은 귤 몇 개를 골라내 버렸더라면 대다수의 귤을 살릴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헌재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돼도 썩은 귤을 절대로 솎아내지 않았다.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장동혁 대표도 ‘절윤’은 커녕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친윤’ 행보를 이어갔다.

그중 백미는 지난 2월19일 법원이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한 바로 다음 날 있었던 기자회견이다. 장동혁 대표는 2월20일 윤 전 대통령 내란죄 1심 판결에 대해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뒤집을 충분한 근거와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며 윤어게인의 본당임을 대놓고 선언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사람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모든 원인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으며 반대파 잘라내기와 대여투쟁의 기치를 올렸다. 그런데도 본인과 당 지지율에 별 효과가 없자, 잠깐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지를 표현한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질 데로 늦어져 이젠 상자를 열기도 겁이 날 지경이다. 그리고는 그마저도 이게 ‘끝’이라고 공언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월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혁신 서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귤에 핀 곰팡이는 포자를 여기저기 퍼뜨리며 상자 구석구석을 오염시킨다. 국민의힘이라는 귤 상자는 곰팡이가 귤이고 귤이 곰팡이인 물아일체의 경지가 됐다. 방향제와 살충제만 뿌리면서 버텨온 귤 상자엔 책임감이라고는 1도 없는 파리떼만 들끓고 있다. 몇 개나 살릴 수 있을까? 온전한 게 있기나 할까? 대체 장 대표는 썩은 귤들을 모아서 뭘 하려는 걸까?

당명개정을 앞두고 지난 2월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국민의힘 당명을 지우개로 지운 옥외 광고물이 걸려있다. 이후 당명개정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추진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윤운식 선임기자

윤운식 선임기자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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