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라소에 내 동상 세워야죠"… 15선방 룸, 인구 15만 섬나라 첫 승점 이끌었다
<베스트일레븐> 임정훈 기자

퀴라소의 역사적 월드컵 첫 승점 중심에는 엘로이 룸이 있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퀴라소는 21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에콰도르와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퀴라소는 월드컵 본선 역사상 첫 승점을 따냈다.

퀴라소는 인구 약 15만 명의 작은 카리브해 섬나라로,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역대 최소 인구 국가다. 그런 팀이 첫 승점을 따냈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37세 골키퍼 룸이었다.
같은 날 영국 'BBC'는 경기 후 룸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룸은 이날 에콰도르의 슈팅 27개를 상대로 15개의 선방을 기록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옵타(OPTA)' 기준 기록 집계가 시작된 1966년 이후 월드컵 90분 경기에서 나온 골키퍼 단일 경기 최다 선방 타이기록이다.
마틴 키언 'BBC' 해설위원도 감탄했다. 그는 "룸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 정말 엄청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막판에는 선방 수를 세기 위해 계산기를 꺼내야 할 정도였다. 선방 목록이 쇼핑 리스트처럼 이어졌다. 그의 반응 속도는 최고 수준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룸도 경기 후 농담을 던졌다. 그는 같은 15세이브 기록을 가진 팀 하워드가 "집에서 땀을 흘리며 경기를 봤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자신의 활약에 대해 "퀴라소에 내 동상을 세워야 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시작부터 결정적이었다. 전반 2분 에콰도르의 에네르 발렌시아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실점이 유력해 보이는 상황이었으나 룸은 슈팅 방향을 읽고 몸을 낮춰 막아냈다. 이 선방이 퀴라소의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에도 룸은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헤더 슈팅과 선방 이후 이어진 세컨드 볼까지 막아내며 퀴라소의 골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퀴라소는 지난 15일 월드컵 데뷔전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했다. 하지만 에콰도르전은 달랐다. 룸이 버텼고, 선수들이 끝까지 수비 해냈다. 에콰도르는 기대득점(xG) 3.05를 기록하고도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룸의 활약은 경기 공식 인정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에콰도르전 POTM(Player of the Match)에 선정되며 퀴라소의 역사적 첫 승점 주역으로 이름을 남겼다.
룸은 경기 후 "첫 선방이 팀 분위기를 만들었다. 내게도 자신감을 줬고,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싸웠다. 이런 방식으로 퀴라소를 위해 승점을 얻은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룸은 관중석에 있던 아내에게 달려가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기도 했다.
퀴라소의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종전 상대는 코트디부아르다. 오는 26일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든다면, 인구 15만 섬나라의 월드컵 이야기는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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