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F-21이 기존 계획보다 빠르게 진화합니다. 1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방위사업청과 KF-21 추가무장시험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공대지 무장 능력 확장을 위한 ‘추가무장시험’ 사업에 착수합니다. 계약 규모는 6,859억 원. 얼핏 보면 그저 개발 단계의 일상적인 계약처럼 보이지만, 이 계약 뒤에는 한국 방산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이례적 결정'이 숨어 있습니다.
체계개발 끝나기 전 블록2 시험? 전례 없는 속도전
통상 무기체계 개발은 철저히 단계를 밟습니다. 체계개발 완료 → 초도양산 → 전력화 → 다음 블록 개발. 이게 정석입니다. 그런데 KF-21은 지금 체계개발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블록2 무장시험에 착수합니다. 2026년 하반기부터 공군에 인도될 예정인 블록1 전투기가 아직 초도양산 단계인데, 벌써 블록2 공대지 능력 검증을 시작한 겁니다.
왜 이렇게 급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자신감입니다. 2022년 7월 첫 비행 이후 지금까지 쌓아온 시험비행 데이터, 양산체계 안정화 결과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는 뜻이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일정을 앞당긴 이유는 하나입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기술적 확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시장의 시계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당초 2028년 말로 예정됐던 공대지 능력은 2027년 전반기부터 확보됩니다. 1년 이상 앞당겨진 겁니다. 숫자로만 보면 1년이지만, 전투기 수출 시장에서 1년은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시간입니다.

블록1에서 블록2로, 단순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블록1 KF-21은 공대공 전투에 특화된 전투기입니다. 적 전투기를 격추하고 제공권을 장악하는 임무죠. 하지만 현대전에서 전투기는 공중전만 치르지 않습니다. 지상의 적 기지, 레이더 시설, 미사일 발사대, 지휘통제소를 타격하는 공대지 임무가 필수입니다.
블록2는 바로 이 공대지 능력을 갖춥니다. AESA 레이다의 공대지 모드 활성화, 주요 항전장비의 지상표적 추적 기능, 그리고 다양한 공대지 무장 통합. 단순히 미사일 몇 개 더 다는 게 아닙니다. 전투기의 두뇌인 임무컴퓨터부터 센서 융합 체계까지 전면 재구성되는 작업입니다.
KF-21은 NATO 표준 무장을 기본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즉, 미국과 유럽의 검증된 무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국산 무장 통합입니다.

천룡과 극초음속 미사일, 수출의 열쇠
사거리 500km 이상의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천룡'. 마하 5~10으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공대지 미사일(HAGM). 이 두 무기가 KF-21 블록2에 통합될 예정입니다. 천룡은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고, HAGM은 지하벙커와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도 뚫을 수 있는 220kg급 관통탄두를 장착합니다.
왜 국산 무장이 중요할까요? 전투기를 사는 나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전투기를 사면, 무장도 그들에게서 사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정치적 이유로 무기 수출 안 해"라고 하면? 수천억 들여 산 전투기가 무용지물이 됩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수없이 많았습니다.
KF-21은 다릅니다. NATO 표준 무장도 쓸 수 있지만, 한국산 무장으로도 완전무장이 가능합니다. 특히 FA-50 경공격기를 운용 중인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미국 눈치 안 봐도 되는 전투기"라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수출 시장이 KF-21을 기다리는 이유
글로벌 전투기 시장은 지금 과도기입니다. 미국의 F-35는 너무 비싸고, 러시아 전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뢰도가 추락했습니다. 유럽의 라파엘과 타이푼은 좋지만 역시 비용 부담이 큽니다. 중국 전투기는 정치적 부담이 따릅니다.
그 사이에서 KF-21은 절묘한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4.5세대 최신예 전투기, 합리적 가격, 정치적 제약 최소화, 그리고 검증된 국산 무장 패키지. FA-50이 이미 증명한 한국 방산의 품질 신뢰도까지 더해지면,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KF-21의 블록2 조기 전환, 이건 단순한 개발 일정 변경이 아닙니다. 한국 방산이 '납품업자'에서 '시스템 통합자'로, 다시 '글로벌 플랫폼 제공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2027년, 공대지 능력을 갖춘 KF-21이 하늘을 날 때, 세계 전투기 시장의 지형도는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