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팬들 'We want levy out' 외치는 이유는?

사진출처=The Spurs Express X계정

1월 26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토트넘 vs 레스터시티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후반 5분 어처구니없이 두 번째 실점이 나왔다. 무기력한 경기가 이어졌다. 갑자기 토트넘의 남쪽 스탠드에서 하나의 걸개가 올라왔다.

'24년의 세월 16명의 감독들 그리고 트로피 하나. 바뀔 시간이다(24 years, 16 managers, one trophy. time to change)'

이뿐만이 아니었다. 토트넘 찐 서포터들이 있는 남쪽 구역에서는 실점하거나 경기가 지지부진할 때마다 하나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우리는 레비의 퇴진을 원한다(We want levy out)"

레스터시티에게 2대1 패배가 확정되자 이 구호는 스타디움 전체로 퍼졌다. 토트넘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치로 치닫고 있었다.

레비 회장은 2001년 토트넘의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에닉(ENIC-English National Investment Company)그룹의 CEO다. ENIC그룹은 사모 투자 신탁 회사로 스포츠, 미디어, 레저 사업에 집중 투자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축구 투자 붐을 따라 토트넘 등 여러 클럽 지분을 사들였다.

2001년 앨런 슈가로부터 토트넘의 지배 지분을 매입했다. 이때부터 레비가 토트넘의 회장이 됐다. 토트넘 운영의 전권을 가져갔다. 이후 ENIC 그룹은 토트넘의 구단 지분을 조금씩 사들였다. 2007년 토트넘 지분의 85%를 소유했고, 남은 지분을 마저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토트넘은 ENIC그룹의 사유 재산이 됐다.

레비 회장 아래에서 토트넘은 분명 발전했다. 2008~2009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계속 한자리수 순위를 유지했다. 2009~2010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도 진출했다. 2015~2016시즌에는 리그 3위, 2016~2017시즌에는 리그 2위를 차지했다. 2018~2019시즌에는 UCL결승까지 올랐다. 북런던의 중위권팀에서 프리미어리그 빅6안에 드는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재정적으로도 발전을 거듭했다.

2008~2009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15시즌동안 토트넘은 41억8280만 파운드의 매출을 올렸다. 총 수익은 7600만 파운드였다. 빅 6구단으로 발돋움한데다 글로벌 가치가 높아지면서 스폰서십 금액도 크게 올라갔다. 유럽 대항전 진출로 중계권료도 더욱 많이 받았다. 6만석 규모의 새 구장 건설을 통해 매치데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많아졌다.

그러나 번 돈은 ENIC그룹과 구단주 조 루이스, 레비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조 루이스의 재산은 2023년 약 61억 달러에서 2024년 82억 달러로 늘었다. 레비 회장은 토트넘에서 받는 연봉을 인상했다. 2021~2022시즌 326만 파운드의 연봉을 2022~2023시즌 358만 파운드로 올렸다. 여기에 성과급 역시 300만 파운드를 받았다.

그 사이 토트넘은 한계에 봉착했다. 우선 성적. 2016~2017시즌 준우승 이후 리그 우승권에 가본적은 단 한번도 없다. 최근 성적은 떨어지는 추세이다. 2021~2022시즌 4위를 했을 뿐, 2022~2023시즌은 8위, 2023~2024시즌은 5위에 그쳤다. 리그컵, FA컵, 유럽대항전에서도 우승 문턱에도 들지 못했다. 올 시즌은 28일 현재 리그 15위로 떨어져있다. 23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리그 15위. 토트넘으로서는 레비 회장과 ENIC 그룹 시대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최저 순위이다. 더 이상 토트넘은 빅6가 아니다. 이제는 현실적으로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재정적인 부분에서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2019~2020시즌이후 토트넘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올랐지만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있다. 2019~2020시즌 6390만 파운드, 2020~2021시즌 8020만 파운드, 2021~2022시즌 5010만 파운드, 2022~2023시즌 8680만 파운드의 손실을 봤다. 2019~2020시즌과 2020~2021시즌 손실은 불가피했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출은 급감했다. 그러나 2022~2023시즌 손실은 충격이 컸다. 팬데믹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큰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2001년 이후 토트넘 감독과 감독 대행들

이 지점에서 토트넘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티켓 가격은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막대한 손실을 냈다. 토트넘 팬들은 레비 회장의 반성과 그에 맞는 행동을 기대했다. 그러나 레비 회장은 자신의 연봉만을 올렸다. 결국 자신들이 구단의 경기를 보고, 먹고, 마시려고 지불한 돈을 가지고 구단 수뇌부의 배만 불려준 셈이었다.

구단의 리더십도 약해졌다. 24년간 16명의 감독을 갈아치웠다. 각 감독들은 평균 2년도 채 안되어 잘린 것이다. 팀의 철학을 구축할 시간도 전혀 없었다. 그나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만이 5년간 토트넘을 이끌었다. 포체티노 감독 아래 토트넘은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주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감독 등을 데려왔지만 2년도 안되어 다 내쫓았다. 이들 감독을 내보내면서 물어준 위약금만 6000만 파운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위태롭다. 만약 포스테코글루 감독까지 경질한다면 약 1200만 파운드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토트넘은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현재 성적을 봤을 때 유럽 대항전은 힘들다. 유럽 대항전에 나가지 못한다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각종 스폰서들로부터의 손해도 피하기 어렵다. 매출이 줄거나,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 선수 영입이 힘들어지게 되면서 성적은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쟁은 더 치열하다. 다른 구단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더욱이 중하위권 구단들도 중계권료를 받으면서 재정을 강화했고, 그 겨로가 선수들을 많이 수혈하고 있다. 팀들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좋은 감독들도, 좋은 지원스태프들도 충원되고 있다. 절대적인 강자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토트넘이 경쟁력을 가지기에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금 출전중인 유로파리그나 FA컵, 리그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을 나간다고 해도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악순환의 시간만을 연기시킬 뿐이다.

결국 혁명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 토트넘 팬들은 계속 경기장에서 외치고 있다.

We want levy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