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번으로 주입하는 인공 난소 개발
- 체내 호르몬 메커니즘을 따르는 세포 기반 인공 난소
- 부작용 없이 호르몬 불균형 문제 해결 기대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완경 후 여성들의 호르몬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 난소가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강원 교수 연구팀과 함께 세포 기반의 인공 난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완경 이후 중년 여성들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의 본질, 호르몬 변화
갱년기의 시작부터 완경기에 이르까지 중년 여성들의 삶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본질적 원인은 호르몬이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이로 인해 호르몬 불균형이 발생하며, 다양한 증상과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갱년기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증상은 ‘급격한 기분 변화’일 것이다. 호르몬 변화는 뇌와 신경계의 화학물질 균형과 직결된다. 이로 인해 신경이 쉽게 날카로워지거나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자칫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에스트로겐의 경우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하면 뼈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파골과 조골 작용의 균형이 깨진다. 이로 인해 뼈 밀도가 감소할 수 있으며, 완경기 이후 여성의 골밀도 감소 및 골다공증 발생의 주된 원인이 된다.
체형과 체중 변화에 영향
또한, 호르몬 변화는 몸 전체의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라면 체형과 체중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지방 세포의 생성과 분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던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신체의 지방 축적 패턴도 바뀐다.
에스트로겐이 왕성할 때는 지방이 엉덩이와 허벅지에 주로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지방의 주된 축적장소가 복부로 바뀐다. 이로 인해 같은 체중이어도 체형 자체가 바뀌게 되며, 몸매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 원인이 된다.
또한, 에스트로겐 감소는 인슐린 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슐린 감수성이 낮아져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며, 잉여 포도당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즉, 체중 관리가 더 까다로워진다. 체형과 체중 모두에서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지방 축적이 가속화되면 염증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 대사 질환, 심혈관 질환, 정신건강 문제 등이 나타날 우려도 생긴다.
호르몬 치료의 한계
이러한 이유로 급격하게 감소하는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호르몬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에스트로겐 단독 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보충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치료법은 약물 복용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피부에 패치를 부착하거나 젤을 바르는 방법, 주사 방법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호르몬 감소로 인한 증상을 생각하면 호르몬 치료가 꼭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우선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물 복용의 경우만 해도,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문제는 부작용이다. 메스꺼움이나 두통과 같은 부작용은 심각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체중이 증가하거나 감정 변화가 들쭉날쭉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알려진 것들 중 가장 심각한 부분은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부분이다.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 중 유방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
주사 한 번으로 주입할 수 있는 인공 난소
이정렬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부분에 착안해, 약물 기반의 호르몬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신체에 안전한 여성 호르몬을 생성할 수 있는 ‘세포 기반 인공 난소’ 개발이 그 해법이다.
연구팀은 난소에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세포를 분리한 다음, 미세 크기의 난소 세포 하이드로겔 구조체를 만들었다. 구조체 안에 있는 세포끼리 상호작용하며 호르몬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다. 약 90일에 걸친 배양을 통해 인공 난소 구조체가 호르몬을 성공적으로 생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완경 상태의 쥐 모델에게 주사 방식으로 인공 난소 구조체를 주입했다. 그런 다음 난소를 유지하고 있는 모델, 난소를 절제한 모델, 호르몬 약물 치료를 적용하는 모델과 비교했다.
비교 결과, 인공 난소를 주입한 쥐 그룹은 여성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면서도 골다공증 및 체중 증가와 같은 증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유방조직의 과도한 형성이 발생하지 않았고, 유방암과 관련된 지표의 발현도 감소함으로써, 유방암 발생 위험도 높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이 방식의 가장 뛰어난 점은 최소 침습에 의한 시술과 지속적인 편의성이다.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기존의 방법 대신, 스스로 호르몬을 생성하는 구조체를 주사 방식으로 주입함으로써 편의성을 높였고, 자연스러운 호르몬을 생성하기 때문에 안전성도 높다.
이정렬 교수는 “세포 기반 인공 난소는 체내 호르몬 자가조절 기전을 따르기 때문에, 약물을 사용하는 호르몬 치료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라며 “향후 임상 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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