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쏘리" 49살이 된 5살 딸…발톱 빠져라 뛰었던 엄마, 그제야 웃었다[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9년 10월18일, 잃어버린 5살 딸과 44년 만에 마주한 어머니 한태순(이하 당시 나이 67세)씨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중년이 돼 돌아온 딸 신경하(미국명 라우리 벤더·49)씨는 한씨의 얼굴을 한번에 알아봤다. 모녀는 상대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얼굴은 똑 닮아 있었다. 한씨는 딸을 품에 안고 "안아보니까 내 딸이 맞았어 얼굴을 대보니까 내 딸이 맞았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절대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며 "꼭 부모를 찾아달라 당사자가 나서지 않으면 부모는 찾을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한씨는 곧바로 신씨를 찾아 나섰다. 2~3년 동안은 출근하다시피 경찰서를 들락날락했다. 발톱이 다 뽑혀나갔지만, 딸과 이별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절박한 마음에 친정아버지가 소를 팔아 마련해준 월세 보증금으로 굿까지 했다.
1990년 한씨는 대구에서 신씨와 비슷한 여성을 찾기도 했다. 갓 성인이 된 이 여성은 자신이 신씨라며 한씨더러 '엄마'라고 했다. 다만 여성은 만남 3년 만에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거짓말했다"고 실토했고, 충격을 받은 한씨는 2015년 갑상선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신씨는 실종됐던 날 기억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는 한 기차역을 떠올렸다. 목적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열차에 올라섰다가 갑자기 문이 닫히면서 한씨와 이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당시 열차를 타고 충북 제천시에 갔다. 이후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미국 버지니아주로 입양됐다. 이곳에서 간호사가 된 그는 현재 인디애나주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정을 꾸린 그는 현재 남편, 의대생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신씨 역시 10년 넘게 한씨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딸의 권유로 자신의 DNA를 미국의 한 업체에 등록해뒀는데, 마침 이 단체가 325캄라와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여서 신씨와 한씨의 DNA를 대조해볼 수 있었다.
한씨와 신씨는 44년 만의 만남을 앞두고 기억을 맞춰봤다. 신씨의 허리에 있는 작은 흉터, 신씨가 조르고 졸라 시장에서 사줬던 꽃신, 그리고 한씨 가족이 살던 마을의 약도까지 모녀의 기억은 모두 일치했다.
한씨는 특히 신씨가 보낸 '꽃신' 사진을 보고 자신의 딸이 맞다고 확신했다. 가난했던 시절, 신씨가 떼를 쓰는 바람에 사줬던 꽃신은 실종 당일에도 신씨가 신고 있던 신발이었다.
해마다 아동 실종 신고도 2만건 이상 들어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18세 미만 아동 실종 접수 건수는 2만5000건을 넘겼다.
경찰은 아동과 지적·자폐·정신장애인, 치매 환자의 실종에 대비해 지문·사진·보호자 연락처 등 신상 정보를 경찰청 시스템에 미리 등록하는 실종 예방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실종시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2012년 7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만 18세 미만 아동 보호자는 아동과 함께 가까운 지구대 및 파출소를 방문해 사전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사전등록 정보는 아동의 연령이 만 18세를 넘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보호자가 등록 취소를 요청하면 언제든 삭제할 수 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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