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찍힌 민주당 비서관이 밝힌 尹 비속어 발언 입수 전말
이동주 의원실 최지용 선임비서관, 방송 전 커뮤니티에 윤 대통령 발언 공개
단체SNS메신저 통해 자료 입수 "워낙 충격적이어서…경솔했다" 시인
"수사해도 상관없어, 기자한테 안받아, 최초유포자 아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영상이 MBC에 공개되기 전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선임비서관이 사전에 이 사실을 알고 한 커뮤니티를 통해 알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동주 의원실의 최지용 선임비서관은 지난 22일 오전 MBC 방송 전에 커뮤니티 DVD프라임에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사실 △윤 대통령의 발언 문구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MBC가 이날 보도한다는 사실 등의 글을 올렸다. 특히 이 내용들은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이 보도 엠바고(보도유예) 해제 시점인 9시39분 이전에 쓴 글이라는 점을 들어 국민의힘 등은 대통령실 출입기자 또는 MBC 쪽에서 알려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에 해당 최 선임비서관은 2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통령실 출입기자 또는 MBC 쪽에서 받은 것이 아니라며 최초 유포자를 통해 받은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단톡방(단체카카오톡방의 약자)'과 같은 단체SNS메신저에서 '지라시' 형태의 글을 통해서 이런 내용을 알게 됐다고 했다. 다만 MBC 이외의 다른 매체가 보도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 아는 기자들에 전화해서 물어봤다고 답했다.
최 선임비서관은 지난 22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형 사고 쳤네요'라는 글에서 “조금 전에 현지에서 행사 끝나고 나오는 길에 미 의회와 바이든을 모욕하는 발언이 우리 취재단 영상에 잡혔다고 합니다. 상상도 못할 워딩”이라며 “대통령실에서 보도 막으려고 하는데 못 막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곧 보도 나옵니다”라고 썼다. 이어 최 비서관은 9시28분에 쓴 '윤석열 “국회(미의회) 이새끼들이.. 바이든 쪽팔려서..”' 글에서 “용와대 기자들이 대통령실 비보도 요청 받아줬다는 얘기가 있어 열받아 그냥 공개한다”며 “받/ 바이든 주최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했던 윤 대통령이 박진 장관과 걸어나오면서 '국회에서 이새끼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게 카메라에 잡혔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박홍근 원내대표가 9시33분경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외교를 폄훼하는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MBC가 유튜브에 영상을 처음 올린 시간은 이날 10시7분이었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MBC의 정언유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도 관련 보도를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진실을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7일 오후 논평에서 “MBC 자막조작 사건, 이제는 민주당이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22일 오전 9시39분까지 해당 기사는 보도가 금지된 '엠바고'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부터 이 의원의 선임비서관까지 어떻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비공개 영상과 조작된 자막 내용을 최초 보도 이전에 파악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는 국민께서 '정언유착'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으실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지용 비서관은 지난 26일 저녁 이 커뮤니티에 '조선일보에 등장한 DP아저씨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그날 오전 9시 정도에 처음 글을 올렸고 그 뒤로 하나 더 썼다”며 “처음 대통령 발언 지라시를 받은 건 8시50분 쯤이네요. 그 뒤로 한 다섯개 정도 더 받았다”고 썼다. 자신의 글에 달린 댓글에 답글로 “8시50분 처음 지라시를 보내준 건 기자가 아니라 다른 의원실 동료 보좌진이었다”고도 설명했다. 그런 글(정보)를 준 사람 중에 MBC 기자는 없었다고도 썼다. 최 비서관은 “기자 생활 10년에 보좌진으로 2년 있으면서 아는 기자가 몇 백명 된다”며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받)'글을 받는다.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었기에 여기저기 크로스체크를 했다. 그중에도 MBC 기자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 비서관은 “그 과정에서 순방기자단,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논의 상황을 알게 됐고 발언이 사실이라는 걸 여러 루트로 확인하고 DP에 첫 글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또한 최 비서관은 2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좀 더 자세한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정보의 입수 경위를 설명했다. 최 비서관은 최초에 인지한 경위를 두고 “8시50분경 알게 됐고, MBC는 아니다. 어디가 먼저라고 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몇 분 간격 여러 건의 (지라시-미확인 정보지) 받았다”며 “기자생활 하고 국회 와서 하면서 단체방(단체SNS메신저)이 있다. 다수가 있는 방에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알려줬느냐는 질의에 최 비서관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고, 최초유포자를 통해 정보를 받았는지 묻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영상은 입수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문제의 윤 대통령 자막 문구를 받은 것과 MBC의 자막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MBC에서 입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질의에 최 비서관은 “그냥 제가 본 글을 전혀 편집 없이 그대로 올린 것”이라며 “단체 방에 있던 최초 지라시 내용 그대로”라고 답했다.
MBC가 보도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의에 최 비서관은 “SNS상, 단체카톡방 등에서 안 것”이라며 “대신 다른 매체들의 보도 여부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기자에게 MBC는 보도한다던데 거기도 보도하느냐고 물어보니 '보도한다는 것 같다'고 답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MBC가 '바이든', '이 ××' 등의 자막을 낸다는 것도 알고 있었느냐'는 질의에 “MBC가 보도할 것이라는 건 전해 들었을 뿐 어떻게 보도할 지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전 유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보수단체 등의 주장에 최 비서관은 “저를 수사해도 상관 없다”며 “MBC로부터 자료 입수한 것도 아니고, 당이 MBC와 정언유착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이런 민감한 내용이고, 책임있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을 왜 이런 커뮤니티에 올렸느냐는 질의에 최 비서관은 “이런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저도 경솔하게 올렸다, 잘못했다는 생각은 든다”며 “다만 워낙 충격이 큰 내용이다 보니 커뮤니티에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다”고 해명했다. 자칫 보도 전에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사거나 보도 과정에 간섭 또는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 최 비서관은 “이 커뮤니티는 오래 머무는 공간이어서 공유하고 싶었고 큰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지 못했다”며 “제 행위로 인해 당이 난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데 대해 자책하고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이런 잘못을 드러내 놓고 밝히는 것과 별개로 MBC와 유착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사전 유출경위와 관련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은 2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SNS를 보고 얘기했다'는 박홍근 원내대표 측의 주장을 두고 “궁색한 변명”이라며 “SNS에서 본 것을 회의에서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군가가 그것에 대한 확신을 줬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문제의 영상이) 짤방으로 돌았으면 그것을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굉장히 소수(출입기자들)”라며 “그것이 미리 커뮤니티에 게재가 됐는데, 어떤 기자가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해서) 짤방으로 돌았는지, 어떤 기자가 야당과 연결이 되어 있는지, 정도는 밝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것에 대한 정식 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수사가 어려울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행자인 김현정 CBS PD는 “엠바고를 깬 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 않느냐”며 “방송사 기자들 사이의 규칙이지, 경찰과 검찰이 나서서 수사하고 압수수색하고 그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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