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로버츠가 달라졌어요? AI급 불펜 테트리스… 그런데 오늘 지면 잘린다고?

김태우 기자 2024. 10.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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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부터 다저스를 이끈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가을에 약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 로버츠 감독은 팀이 1승2패로 위기에 몰린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완벽한 불펜데이를 실행해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이른바 ‘더 스틸’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어느덧 현역 선수보다는 감독 경력이 더 화려해진 인사다. 2016년 LA 다저스 감독으로 부임해 올해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정규시즌 통산 851승을 기록했고, 이 기간 로버츠 감독의 승률은 0.626에 이른다. 대단한 성적이다. 한 번도 빠짐없이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로버츠 감독은 지략형 감독이라는 이미지는 덜하지만, 그보다는 LA 다저스라는 스타 군단을 한 곳으로 묶어 나가는 리더십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쩌면 남부러울 것 없는 금전적 여력을 바탕으로 항상 좋은 선수단을 만드는 다저스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오점은 화려한 정규시즌 성적에 비해 포스트시즌 성적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다저스는 2016년 이후 모두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궁극적으로 팀이 목표로 하는 월드시리즈 우승은 2020년 딱 한 번이다. 그것도 당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60경기 단축 시즌이었고, 그래서 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인정하지 않는 시선도 존재한다.

2016년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탈락, 2017년과 2018년에는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 2019년에는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 2021년에는 애틀랜타에 밀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셨다. 최근 2년은 더 충격이었다. 2022년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에서 1승3패로 탈락했고, 2023년은 애리조나와 디비전시리즈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다. 모두 상위 시드의 이점을 잡고도 업셋을 당했다.

로버츠 감독의 기민하지 못한 선수 기용은 매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결과론이 지배할 수밖에 없는 투수 교체가 큰 실패로 돌아가며 시리즈를 내준 경우들이 많아 로버츠 감독의 책임론은 더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버츠 감독에 대한 신뢰가 큰 다저스는 두 차례의 연장 계약을 통해 2025년까지 지휘봉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나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라는 즉시 전력감들을 쓸어 담으며 이적시장의 중심에 섰다. 그것도 모자라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는 마이클 코펙, 잭 플래허티, 토미 에드먼 등을 영입했다. 사실 지구 우승만 도전한다면 이 정도까지의 전력 보강은 필요하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라면 실패한 시즌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었다.

그런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에서 벼랑에 몰려 있다. 4차전까지 2승2패를 기록했고, 1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5차전을 벌인다. 올해 내셔널리그 1번 시드를 잡고도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한다면 충격이 클 전망이다. 3년 연속 업셋의 희생양이 되며 챔피언십시리즈도 아닌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다저스가 만약 3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업셋 패배를 당할 경우 희생양을 찾으려는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프런트보다는 로버츠 감독이 경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망이다

만약 그렇다면 구단 안팎에서 책임론이 커질 전망인 가운데, 오너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앤드루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 등 프런트 오피스가 대거 갈려 나갈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대상은 로버츠 감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지 언론에서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지만, 들끓는 여론에 로버츠 감독과 결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로버츠 감독은 올해 투수 기용에서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자 속출로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고, 디비전시리즈에 나선 선발 투수들이 부진해서 그렇지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 자체에 큰 흠을 잡기는 어렵다. 3차전에서는 경기 초반 흔들리던 워커 뷸러를 그래도 믿고 가 5이닝을 책임지게 했다. 뷸러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이 선택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평소 기계적인 좌우놀이를 하던 로버츠 감독과 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4차전에서는 선발 오프너인 라이언 브레이저를 필두로 거의 완벽한 불펜데이 운영을 선보이며 8-0 승리의 기틀을 놓기도 했다. 팀 마무리격인 마이클 코펙이라는 가장 강한 칼을 경기 초반 승부처에서 휘두르기도 하는 등 과거의 로버츠 감독과는 확실히 달라진 경기 운영을 보였다. 그런 역량이 5차전에서도 발휘되어야 한다. 5차전 선발은 올해 샌디에이고에 유독 약한 선수이자, 1차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역시’ 부진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로버츠 감독의 현란한 투수 교체와 용병술이 팀을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려놓는다면 평가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반대라면 패배 직후 경질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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