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데이 기간 늘렸지만…월마트로 향한 소비자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올해 프라임데이 기간을 두 배로 늘렸지만 경쟁업체인 월마트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 제공=아마존

2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이 연례 대규모 할인 행사인 프라임데이를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일 동안 진행해서 이전에 비해 기간을 두 배로 늘렸지만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에 민감해진 탓에 저가 전략을 내세운 월마트로 향했다고 전했다.

월마트는 ‘딜스’ 할인 행사를 기존 4일에서 6일로 기간을 늘려 지난 7~13일 진행했고 일부는 프라임데이와 겹쳤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소비자데이터 분석업체인 블룸버그세컨드메저에 따르면 딜스 행사 성과가 여러 지표에서 아마존 프라임데이를 뛰어넘었다. 월마트 딜스 행사의 신용·직불카드 지출은 지난해 행사 대비 24% 증가해 아마존 프라임데이의 전년 대비 성장률보다 6배 높았다.

또한 웹분석업체 시밀리웹에 따르면 웹 트래픽의 경우 월마트는 14% 늘어난 반면 아마존은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정체됐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도 월마트는 22% 증가해 아마존의 3%를 크게 앞질렀다.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협력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실적을 엿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브랜드 컨설팅업체 모멘텀커머스는 총 7억5000만달러 규모의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와 가격대의 아마존 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프라임데이 기간 소비가 4.9%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모멘텀커머스는 행사 첫날 이후 9.1%의 성장을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세컨드메저도 증가율이 비슷한 수준인 4%인 것으로 추산했다. 두 기관 모두 올해 행사와 지난해 2일간 진행된 프라임데이 및 그 직후 2일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러한 제3자 데이터는 올해 프라임데이에 대한 고객들의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실제 고객 참여와 매출은 이러한 수치보다 훨씬 강력했고 역대 프라임데이 중 최대 규모 판매와 절약 효과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아마존 측은 올해 프라임데이 기간 동안의 지출이 “과거 프라임데이를 포함한 4일간 동안의 기간 중 가장 큰 규모였다”고 밝혔다. 다만 프라임데이는 날짜가 매년 바뀌고 아마존이 일관된 주요 성과 지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지출 추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아마존은 미국 내 1조3000억달러 규모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온라인 지출 1달러당 약 40센트를 차지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월마트의 온라인 사업 규모는 아마존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성장 여지가 더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올해 4일간 열린 프라임데이 기간 동안 아마존 웹사이트에 4억300만명이 방문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월마트 대비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월마트의 온라인 매출 상승세는 충성도 높은 아마존 고객들도 할인 혜택에 따라 얼마든지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컨드메저가 2000만명의 미국 소비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 중 8%가 월마트에서도 온라인 쇼핑을 해서 지난해의 5%에서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코어사이트리서치의 데보라 와인스위그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열리는 여러 할인 행사는 소비자들에게 통제권을 가졌다고 느끼게 하고 지출을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와인스위그는 “사람들이 여러 웹사이트를 둘러보고 가격을 비교하는 수고를 더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며 “실제로 브라우징 시간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2015년 여름 프라임데이 세일 행사를 도입했다. 연 139달러의 요금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와 영상, 음악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데이터연구업체인 어도비에 따르면 올해 프라임데이 행사 기간 동안 미국 온라인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30.3% 증가한 241억달러를 기록했다.

월마트는 대형 유통망과 가격 협상력을 갖춰서 아마존의 최대 온라인 경쟁자로 꼽힌다. 월마트는 5년 전 아마존 프라임에 대항하기 위해 연 98달러에 유사한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 월마트+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외부 셀러가 입점하는 마켓플레이스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약 3배 많은 셀러가 참여한 덕분에 판매 상품 폭이 넓어졌다.

올해 프라임데이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진행돼서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이를 소비자 심리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지표로 여겼다. 이번 프라임데이 행사에서 소비자들은 고가의 TV나 명품보다는 세제, 종이 접시와 같은 필수품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월마트에서는 양말과 속옷이 많이 판매됐고 새 학기를 앞두고 크레용과 풀과 같은 제품이 큰 관심을 끌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이 비용을 흡수하고 미국이 대부분의 교역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효과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설팅사 커니의 캐서린 블랙 파트너는 “소비자들은 이번 행사를 비축의 기회로 여겼다”고 진단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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