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헤어질 시간?…한동훈 "김건희 여사, 활동 자제" 첫 공개발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향해 "공개 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직접 김 여사의 공개 행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의 발언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독자적 정치 노선을 걷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 대표는 9일 낮 10·16 재보선 선거가 열리는 부산 금정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친한계(친한동훈)에서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질문에 "저도 그게(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 여사가 국민들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것 자체가 당정에 큰 부담"이라며 "활동을 조금 자제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상설특검 가동 등을 통해 총공세를 나선 상황에서 김 여사에 대한 비판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읽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의 독자 노선 추구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봤다. 윤 대통령이 독대 요청을 거부한 후 한 대표가 친한계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만나는 등 독자 세력화 행보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친한계 의원 및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회동을 했다. 해당 만찬에 참석한 친한계 인사들은 지난 7·23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 지원을 위해 의원실 보좌진을 파견했던 17명이 주축을 이뤘다. 이 밖에도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이 회동에 함께 했다.
해당 만찬 회동에 참석한 친한계 인사들은 '당은 당대로 역할을 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역할을 해 국민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대화가 주를 이뤘다고 했다. '김 여사 리스크' 등 정국 위기에 대한 상황 인식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해당 만찬에서 "(김 여사 의혹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몰라 걱정이 된다. 앞으로 어떤 내용이 나올지를 지켜보면서 대응하자"며 "국민 목소리를 들으며 나아가자.내가 적극적으로 나서겠으니 나를 믿고 따라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대표는 친한계 만찬 다음날인 7일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가졌다. 해당 자리에서 한 대표는 지구당 부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같은 날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선택하겠다. 민심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 대표는 지난 6일 윤 대통령이 필리핀·싱가포르 국빈 방문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같은 날 친한계 만찬, 다음날 원회 당협위원장 오찬을 가진 것과는 대조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한 대표의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발언에 대해 "앞으로는 이런 메시지가 계속 나올 것 같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각자도생하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한 대표가) 나는 내 가길 가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김 여사 문제와 채상병 특검법 문제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이 된다"며 "(김 여사) 사과 요구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윤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뜻은 밝혔는데 그 수위가 문제일 것 같다"며 "김 여사 문제는 사과는 이미 늦은 것 같고 채상병 특검법은 수용하느냐 마냐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 대표가) 차별화를 한다면 쌍특검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걸 압박하는 건데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택의 문제이긴 하나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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