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제도 손질에 나섰습니다. 경상환자에게도 관행적으로 지급되던 ‘합의금’을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3% 내외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골절, 뇌진탕 정도 아니라면 ‘향후치료비’ 없다
관계당국이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불필요한 보상금 지급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없애서 국민이 체감하는 자동차보험료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불필요한 보상금’ 지급을 차단하는데 있습니다.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의 경우 향후치료비를 받을 수 없고, 8주를 넘는 장기 치료를 받으려면 보험사에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정부는 경상환자에게 특별한 근거 없이 지급되는 향후치료비를 보험금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한해에 보험사들이 지급한 향후치료비는 1.4조 원으로, 치료비로 지출된 1.3조 원 보다 규모가 컸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도 개선이 완료되면 결과적으로 중상환자(1~11급)만 향후치료비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요. 상해등급표에 따르면 11급에 포함되는 상해에는 뇌진탕, 코뼈골절(수술x), 손·발가락 골절·관절탈구(수술x), 6치~8치 치과보철 등이 포함됩니다.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는 절차가 강화됩니다. 통상의 치료기간(8주)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희망하는 경우, 보험사에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보험사가 당위성이 낮다 판단해서 지급보증 중지계획을 통보하면 별도의 기구를 통해 조정을 받아야 합니다.
정부는 관계 법령, 약관 등 개정을 연내에 완료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보상금 지급이 감소되면, 개인별 자동차 보험료도 약 3% 내외로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약·약물운전 보험료 할증… 동승자 보상금도 40% 감액
각종 불건전 행위에 대한 처벌과 제한·감시망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향후치료비를 받은 뒤에는 동일 증상에 대해 다른 보험으로 중복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중복수급 금지)을 보험사가 안내하도록 하고, 중복수급 탐지 지원책도 마련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새로 마련된 마약·약물운전 관련 제재에 따르면, 마약·약물운전은 음주운전(중대 교통법규 위반)과 마찬가지로 20%의 보험료 할증이 붙게 되며, 마약·약물운전, 무면허, 뺑소니 차량 동승자에 대한 보상금도 40% 감액됩니다.
세부사항에 대한 제도개선도 진행됩니다. 청년(19~34세)의 경우 부모의 보험으로 운전한 무사고 경력을 신규로 인정해주기로 했고, 배우자도 부부한정특약을 들지 않더라도 무사고 경력을 최대 3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외에 △보험사기 가담 정비업자 행정처분 강화 △품질인증부품의 사고 수리시 ‘신부품’으로 편입 △지급보증 절차 전자화 △의무보험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대책에 담았습니다.
‘불필요한 치료 유인’ 차단… 보험사 편들어주기 볼멘소리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소위 ‘나이롱 환자’의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 24일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투영된 제도개선 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상반기 80.5%에서 4분기에 89.3%로 늘었습니다.
리포트에서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경상환자의 향후치료비를 지목했습니다. 합의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향후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 구조 때문에, 보상 목적의 불필요한 치료를 계속 받는 유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대형손보사가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간 합의한 자료에 따르면, 12~14급 경상환자의 경우 치료비 대비 향후치료비 비율이 123%에 달했습니다. 중상해 환자 중 가장 높은 7급(72%)에 비해서도 확연히 높은 수준입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소비자는 “사소한 부상처럼 보여도 추후에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8주로 완치되면 다행이지만, 아닐 경우 보험사와 다퉈야 한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