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무뚝뚝하던 사위가 장모인 나와 단둘이 점심을 먹자며 정갈한 한식당으로 나를 불렀다.
딸아이 없이 사위와 맞은편에 앉아 어색하게 물만 마시는데 사위는 머뭇거리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용건이 무엇이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사위가 식사 중간에 조심스럽게 봉투 하나를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봉투 속을 확인해보니 예상과 달리 돈이 아니라 딸아이의 건강검진 결과지와 진단서가 들어있었다.
사위는 딸이 혹여 친정엄마 걱정할까 봐 몇 달 동안 희귀 질환 투병 사실을 숨겨왔다고 조용히 고백했다.
혼자서 통원 치료를 견디며 힘들어하는 딸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장모님께 도움을 청하러 나온 것이었다.

딸이 친정에 올 때마다 밝게 웃었던 모습이 모두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한 연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위는 자신이 직장 때문에 곁을 지키지 못하는 낮 시간만이라도 딸의 끼니를 챙겨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딸을 향한 사위의 깊은 애정과 그동안 혼자 속을 끓였을 마음이 전해져 나는 차마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나는 사위의 손을 꼭 쥐며 그동안 까맣게 몰라주어서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이야기했다.
식당을 나와 사위가 들려준 병원으로 바로 달려가 홀로 수액을 맞고 있던 딸아이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리는 딸을 안아주며 앞으로는 절대 혼자 아프게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딸에게 끓여줄 따뜻한 죽 재료를 사기 위해 동네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쳐 있을 딸과 마음고생이 심했을 사위를 위해 온 정성을 다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위가 식당에서 건넨 진심 어린 부탁 덕분에 나는 소중한 딸의 곁을 다시 단단하게 지킬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