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들이 탐내는 에코백 브랜드 5

안녕. 예술과 패션 카테고리에 나름 관심이 많은 객원 에디터 남필우다. 오늘은 에코백(Eco Friendly Bag)이란 주제를 들고 왔다. 패션에 대해 언급하고 에코백을 이야기하자니 조금 모양이 빠지는 느낌이지만, 정확히는 헤리티지가 있는 각 분야를 들춰보고 그 무드가 녹아있는 에코백을 소개하는 시간이라고 이해하자. 이제는 에코백이 예전처럼 환경만 생각하는 가방이라기보다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되었으니까.

에코백은 영국 디자이너에 의해 2007년 처음 등장했다. 가죽 가방과 비닐 봉지의 사용량을 줄이자는 취지로 디자이너 안냐 힌드마치(Anya Hindmarch)가 환경단체와 함께 작업해 첫선을 보인 것. 가격은 1만 원 내외였다. 이후 연예인, 패셔니스타가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며 대중의 관심을 뜨겁게 받았고, 지금은 그때에 비해 굿즈나 판촉물로 인식되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에코백은 여전히 취향과 관심사를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 브랜드를 제외한 분야에서 에코백은 어떻게 포지셔닝 되었을까?


01
Bookshop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은 작가, 예술가, 지식인들이 모이며 자연스러운 커뮤니티가 생성되었다.

프랑스 파리 생 미셸 광장 근처엔 소설가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가 자주 들렀다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후손이 운영하는 곳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1919년 파리에 거주하던 미국인 출판업자가 셰익스피어의 희귀 판본을 판매한 곳이라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었다. 수많은 손님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여는 장을 열었고, 예술가와 문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흡사 카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그 역사를 살려 서점 바로 옆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이름난 서점들은 자체 굿즈가 멋지기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일부 여행객에겐 책보다 에코백을 사러 방문하는 코스로 인지되고 있는 게 조금 슬픈 현실이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에코백은 이제 웹사이트에서 전 세계로 배송된다.

그 밖에 런던의 포일스(Foyles Bookshop), 노팅힐(The Notting Hill Bookshop), 던트(Daunt Books), 파리의 이봉 랑베르(Yvon Rambert), 오에프알(OFR Bookshop) 등 유명 서점들은 웹사이트에 ‘Tote Bag’ 카테고리를 버젓이 보이게 해놓을 정도로 나름의 팬층을 형성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포일스, 노팅힐, 던트 서점의 에코백

이봉 랑베르, 오페프알의 대표 에코백


02
박물관
Museum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시립미술관, 스테델릭뮤지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난 뒤 마주하게 되는 마지막 루트에는 늘 아트숍이 있다. 해당 전시와 관련된 도록이나 포스터, 엽서, 게다가 머그컵 같은 생활용품까지 굿즈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전시장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시장 자체 굿즈도 상시적으로 진열하고 있는 곳도 있다. 그중에서 에코백은 다른 굿즈보다 조금 더 인기가 있는 편이다. 에코백 자체의 모양은 특별할 게 없는데, 뮤지엄들은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예술을 창조해 내기 때문이다. 런던 대영 박물관(The British Museum)과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 Albert Museum),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시립미술관(Stedelijk Museum Amsterdam) 그리고 파리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가 대표적이다.

대영 박물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스테델릭 뮤지엄의 대표 에코백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소위 명품이라 불리며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패션 브랜드도 자신들의 헤리티지를 모은 뮤지엄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피렌체에는 구찌 박물관(Museo Gucci), 파리에는 이브 생로랑 박물관(Musée Yves Saint Laurent Paris), 루이비통 박물관(Fondation Louis Vuitton) 등 여럿이 있다. 이런 곳들 역시 뮤지엄이기에 자체 굿즈인 에코백을 판매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본연의 명품 뉘앙스가 디자인에 녹아들어 있어 방문객은 해당 브랜드의 가방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한다는 희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구찌 박물관, 이브 생로랑 박물관, 루이비통 박물관의 에코백


03
잡지
Magazine

더 뉴요커를 창간한 뉴욕 타임즈의 기자 헤럴드 로스와 더 뉴요커 1호 표지 이미지

미국의 시사 주간지, 더 뉴요커(The New Yorker)는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 기자 출신 부부에 의해 1925년에 창간된 잡지다. 잡지 치고는 특별한 점이 있는데, 이 잡지는 내지에 사진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일러스트로 그 자리를 채운다. 그 어느 잡지보다 일러스트가 많이 그리고 자주 사용되고, 자연스럽게 세계의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을 엿볼 수 있는 특이한 매체가 되었다. 아무래도 주간지이다 보니 구독 시스템이 운영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구독자에게 자신들만의 감각적인 에코백을 사은품으로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 뉴요커의 에코백은 일러스트 아트워크 위주로 감각적이다.

구독 방식은 실물 매거진이 배송되는 옵션과 디지털로 받아보는 옵션 두 가지가 있다. 구독 시 함께 제공되는 에코백은 디자인이 다양한 편인데, 프로모션마다 증정되는 에코백이 다르다고 한다. 에코백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더 뉴요커 에코백 컬렉터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잡지를 사면 부록으로 에코백을 주는 프로모션이 과열 경쟁했을 때가 있었다. 잡지는 버리고 에코백은 리셀한다는 현상까지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잡지와 에코백은 이렇게나 서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04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Lifestyle Brand

헤이는 일상에서 만나는 소품들을 심플한 디자인과 색감으로 재해석했다.

단순한 알파벳 세 글자로 큰 유행을 이끈 에코백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헤이(HAY).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폰트의 이 브랜드는 2002년에 설립된 덴마크 코펜하겐의 가구 브래드다. 2014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그들이 선보인 팝업스토어 ‘HAY Mini Market’은 테이프, 손톱깎이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평범한 제품을 디자인적으로 풀어내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파리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é) 백화점과 도쿄 츠타야(TSUTAYA) 서점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가게 되었다. 가구는 물론 생활밀착형 제품들을 감각적인 컬러와 디자인으로 풀어내다 보니 자연스레 에코백 소비층과의 접점이 맞아 떨어졌고, 심플한 로고가 박힌 에코백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매우 심플하지만 인기가 좋은 헤이 에코백

심플한 디자인의 에코백 하면 바쿠(BAGGU)를 빼놓을 수 없다. 바쿠는 2007년, 재사용 가능한 쇼핑백을 만들자는 취지로 가방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고 있으며, 그중 가장 유명한 건 일명 ‘장바구니’라고 불리는 모양의 바쿠 에코백이다. 이 제품은 립스톱 나일론(Ripstop Nylon) 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며, 무엇보다 생기발랄하고 재치 넘치는 다양한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바쿠백에서 좋아하는 디자인을 발견하지 못하며 스스로의 취향을 재고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디자인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고 있는 바쿠백


05
백화점
Department Store

세계 최초의 백화점 르 봉 마르셰

백화점 마케팅의 기초를 마련한 르 봉 마르셰

위에서 잠깐 언급한 파리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é) 백화점은 역사적으로 꽤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건 바로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것. 르 봉 마르셰 백화점이 있기 전에는 재래시장에서 가격 흥정이나 반품 등으로 상인과 구매자 사이에 실랑이가 꽤 있었는데, 이곳은 개점 초부터 가격 정찰제와 반품 제도를 도입하며 고객 우선 문화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대접을 받으며 물건을 고르고 구매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게다가 지금은 익숙한 백화점 문화센터나 라운지의 시초가 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 백화점 내에 미술관이나 도서실 등을 운영하고 폐점 후에는 회화 교실, 음악 교실 등을 열기도 했다. 그만큼 쇼핑하는 사람들에게 예술과 문화의 품격을 함께 고양시키는 마케팅을 1852년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단종된 에코백을 구매하려는 컬렉터까지 존재하는 르 봉 마르셰 에코백들

이와 더불어 1875년 창립된 런던의 리버티(Liberty London) 백화점 역시 예술을 표방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백화점은 일본과 아시아의 패브릭, 예술품을 선보이는 상점으로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럭셔리한 상품과 원단의 기념관을 세우자는 목표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이 백화점은 당시의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고, 곳곳에 역사적인 작품들이 숨어있으며 실제로 공예제품들과 고가구도 만날 수 있다. 르 봉 마르셰, 리버티, 두 백화점의 자부심 가득한 헤리티지는 작은 에코백 디자인에도 스며들어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럭셔리한 상품과 원단의 기념관을 세울 목적이었던 리버티 백화점의 초기 모습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리버티

원단에 대한 자부심과 헤리티지가 녹아있는 리버티 에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