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장면을 보라. 어디를 보는지 모를 초점 없는 눈, 치켜올린 안경, 어색한 미소로 무장한 이 사람. 당신도 신촌, 홍대, 강남역 등지에서 자주 마주쳤을 ‘도믿걸’이다. 주로 2인 1조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인상이 좋으세요” “기운이 참 맑으세요” “저희 이상한 사람들 아니구요” 이런 멘트를 돌려쓰며 접근하던 사람들 말이다.
요즘 사이비 종교를 다룬 다큐 때문에 다들 난리여서 왱도 도믿걸들 근황이 너무나 궁금했는데, 이메일로 “길거리에 도믿걸들이 안 보이던데 어디로 간 건지 추적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서 취재해봤다.

요즘 도믿걸들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한 추측은 여러 가지다. 얼마 전에 ○(땡)플릭스에서 방영된 다큐 ‘나는 신이다’ 때문에 잠깐 몸을 사리는 거라거나, 패러디 영상들 때문에 수법이 탄로나서 전략을 바꿨다거나.
잠깐, 그런데 진짜 도믿걸들이 예전만큼 보이지 않는 게 맞긴 맞는 건가? 일단 이 궁금증부터 해결하기 위해 왱PD가 도믿걸들이 자주 나타난다는 현장에 직접 나가봤다.

새 학기를 맞은 한 대학가. 대학 세 군데에서 도믿걸들이 가장 많이 출몰한다는 건물과 거리 주변에서 두시간 가량 서성거려봤다. 한 대학에서 성경을 읽어주고 작은 책자를 선물로 주고간 사람은 있었는데, 개인정보를 묻거나 상담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아쉽지만 이 사람은 도믿걸은 아닌 걸로. 다음은 홍대 입구. 도믿걸들이 가장 많이 출몰한다는 8번 출구 앞에서 두 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나를 찾아준 건 요놈들뿐. 신촌의 한 백화점 주변에서도 세 시간이나 서성거렸건만 설문조사를 요청하는 사람도,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없었다.

대학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도믿걸들이 보이니 조심하라”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긴 하지만(에타 캡처본), 하루를 꼬박 투자해 왱이 도달한 결론은, 도믿걸들이 예전만큼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사실인 거 같다.

그렇다면 도믿걸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동안 이단 종교를 추적해온 구리이단상담소의 김강림 전도사에게 물어봤더니 도믿걸들이 없어진 게 아니라, 코로나 이후에 전도 방법이 달라져서 눈에 안띄게 된 거라고 설명했다.

김강림 전도사
"(사이비 종교들은) 코로나 이후로 비대면으로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방식을 오랫동안 연구해서요. SNS 즉 온라인상에서 당근마켓, 인스타그램, 소개팅 어플, 알바몬 등등 일반적인 어플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많이 개발했습니다. 오픈 카카오톡방 같은 곳에서는 신천지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전도하고요.”

실제로 한 사이비 종교에서 활동 중인 A씨에게도 직접 물어봤는데 길거리 전도는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사실상 중단됐다고 했다.
신천지 신자 A씨|
"코로나 이후에 종교활동 자체가 전체적으로 많이 줄어들었잖아요. 그 영향이 좀 큰 것 같고...그런 노방(길거리 전도)을 아예 거의 안하는것으로 저는 알고 있거든요. 모이기만 해도 당시에 욕을 너무 많이 먹으니까. 길거리 전도나 이런 것도 당연히 이제 못하고...”

그러니까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또 신천지 사태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튼 도믿걸들이 예전처럼 길에서 무작위로 말 걸면서 전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신 등장한 신종 포교 수법 중 대표적인 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이건 주로 청소년들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김강림 전도사
"제가 최근에 봤던 것들은 신천지 예쁜 누나랑 성경 공부하자 하고 이렇게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놓고 신천지라는 사실을 드러내놓고 오픈 카톡방을 많이 하더라고요. 제목들이 거의 다 예쁜누나, 여신누나, 연극영화과 누나랑 합시다 이렇게 돼 있던데..."

최근까지는 주로 '신천지 누나'나 ‘연영과 여신누나랑 말씀 공부하자’는 등 식의 카톡방이 많았고, 요즘은 신천지, 대순진리교가 자신들의 이름을 대놓고 내건 카톡방들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위장 포교도 여전하다.
김강림 전도사
"알바 자리 같은거 만들어 놓고 월급 준다고 하면서 데려오면 성경 필사 같은 거, 일일 알바 같은 거 부탁해서 성경 공부방으로 넣는 거죠."

꿀알바인 줄 알고 갔다가, 사이비 성경 공부를 하게 되고,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포교를 당하게 되는 식이다. 탈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찾아다니며 협박까지 한다는데, 이런 경우엔 명백한 불법이다.

박상흠 변호사
“사이비 교회라는 것을 알고 탈퇴하려고 하니 이를 막고 직장까지 찾아와 위협하는 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나아가 사기 포교를 통해서 신천지 탈퇴를 방해하게 된다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선택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사람들 경계심이 높아진 것만큼이나 도믿걸들도 계속 진화 중이다. 옛날에는 “학생, 눈빛이 참 맑아요” 하면 “저도 알아요” 하고 후다닥 도망가면 끝이었는데, 이제는 중고앱이니 알바사이트 같은데 출몰해서 이렇게나 교묘하게 말을 건다니, 앞으로는 도믿걸들을 또 어떻게 알아보고 도망을 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