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하 40도·풍속 200km/h로 극한 시험"…'기술혁신 심장' 현대차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최고 시속 200km 바람을 맞고, 영하 40도 혹한에서 눈폭풍을 견디는 전기차.

한계를 뛰어 넘어 혁신 기술을 탐구하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종합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내부 시험실 모습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위치한 남양연구소의 핵심 시설을 미디어에 공개하며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을 소개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곳은 연구소 내 공력시험동, 환경시험동, R&H성능개발동, NVH동 등 4곳이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공력 성능을 개발하는 공력시험동(공기역학)이었다.

세계적으로 1회 충전시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모든 제조사들은 공기저항계수(Cd)를 낮추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소측은 공기저항을 3~4% 줄이면 주행거리를 6km 연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공력시험동의 대형 송풍기 모습

공력시험동의 대형 송풍기 모습공력시험동은 총 면적 약 6000㎡ 규모로 대형 송풍기, 지면 재현 장치 등 실제 주행 환경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설비들이 모여 있었다.

이 중 핵심은 대형 송풍기다. 3400마력 출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차량 속도 기준 시속 200km까지 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직경 8.4m에 달하는 송풍기 날개는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제작됐다. 

이 곳에서 가장 눈을 끈 것은 세계 최저 공기 저항 계수(Cd) 0.144를 달성한 콘셉트카 '에어로 챌린지 카'였다. 현재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Cd값이 0.19~0.1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기아의 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연구소 내부 대부분이 그렇듯이 보안상 사진 촬영이 금지돼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차가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액티브 카울 커버',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액티브 리어 디퓨져', '통합형 3D 언더커버' 등이 있었다. 이의재 공력개발팀 책임연구원은 "각각의 기술들이 모두 함께 작동될 때 최적의 공력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와 액티브 리어 디퓨져는 차량 후면에 숨겨져 있다가 나온다. 차량 측면 및 바닥 길이가 확장되는 효과를 통해 측면 와류와 후류를 억제하거나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측 설명이다.

아울러 '유동 가시화 시험'도 진행됐다. 차량에 연기를 분사해 주변 공기 흐름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각 기술이 작동될 때마다 공기 흐름 변화와 공력성능 개선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두번째로 찾아 간 곳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차량 성능을 검증하는 환경시험동이었다. 핵심 시설은 전 세계 다양한 기후와 주행 조건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환경 풍동 챔버다. 

환경 풍동 챔버는 고온 풍동, 저온 풍동, 강설 풍동 등 다양한 조건을 재현한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50도 고온의 중동 지역, 영하 40도 혹한 지역의 강설 환경 등 극단적인 기후를 그대로 구현하며 냉·난방 공조 시스템과 배터리 열관리 성능을 검증한다. 

환경시험동 고온 챔버에서 아이오닉 6 N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환경시험동 고온 챔버에서 아이오닉 6 N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환경시험동 저온 챔버에서 PV5의 난방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환경시험동 저온 챔버에서 PV5의 난방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방문 당시 고온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섭씨 50도 기온에서 현대차 아이오닉 6 N의 차량 평가 검증이 한창이었다. 

이어서 방문한 저온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최근 선보인 기아 PV5를 시험 중이었다. 내부 온도는 영하 20도로 설정돼 있었고, 차량 표면에는 성에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다이나모 위를 주행 중인 PV5는 마치 혹한의 북유럽 겨울 도로를 달리는 듯했다.

환경시험동 강설 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는 모습.

환경시험동 강설 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는 모습.환경 챔버 중 가장 눈길을 끈 곳은 강설·강우 환경 풍동 챔버였다. 이곳에서는 저온 환경에 더해 눈과 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추가로 구동되고 있었다. 내부 온도는 영하 30도로 설정돼 있었고 현대차 아이오닉 9이 시험대에 올라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차량 앞에서 거친 눈보라가 일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챔버 내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눈보라가 거세졌다.

연구소측은 "시간당 7cm 강설, 시간당 최대 300mm 폭우 같은 가혹 상황까지 시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강설이 차량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관찰하고 있었다. 특히 전기차 충전구와 프렁크의 눈 유입 여부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홍환의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연구원은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프렁크에도 눈이 들어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번째 방문한 연구시설은 핸들링 및 승차감 성능을 개발하는 R&H성능개발동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시험 시설들이 있었다.

R&H(Ride & Handling) 성능은 모든 차종에 공통으로 요구되는 기본 역량이다. 특히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R&H 성능은 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R&H성능개발동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 모습.

R&H성능개발동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 모습.먼저 살펴본 것은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Uniformity) 시험기였다. 시험실 안에는 커다란 드럼 위에 고정된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최대 시속 320km까지 회전하는 드럼 위에서 타이어를 굴려 진동 발생 여부를 측정한다. 

최고봉 주행성능기술팀 책임연구원은 "타이어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미세한 불균형으로 진동이 발생한다"며 "해당 시험기는 타이어 진동 유발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다.

핸들링 주행시험기에서 코나 일렉트릭의 핸들링 특성을 시험하는 모습.

핸들링 주행시험기에서 코나 일렉트릭의 핸들링 특성을 시험하는 모습.다음으로 핸들링 주행시험기를 살펴봤다. 거대한 기계 장치 위에 코나 일렉트릭이 고정돼 있었고 차량 앞에는 120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의 주행 환경이 그대로 표시됐다. 시험이 시작되자 코나 일렉트릭은 제자리에서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고, 마치 실제 도로 위를 달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마지막 방문지는 NVH동으로 소음과 진동을 해석하고 차량의 감성 품질을 구현하는 곳이다.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성능은 중요한 요소다.

NVH동 로드노이즈 시험실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는 모습.

NVH동 로드노이즈 시험실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는 모습.로드노이즈 시험실에서는 차량 주행시 노면 소음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내부는 10×14m 규모로 벽면은 두꺼운 흡음재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어 소리 반사가 없는 고요한 공간이었다.

내부에 설치된 샤시 다이나모는 차량 바퀴와 맞닿아 있는 롤 표면에 실제 도로를 본뜬 패치가 부착돼 있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험로 등 실제 도로의 노면 질감을 그대로 구현했고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날은 일반 국도의 거친 노면을 모사한 패치로 시험이 진행됐다. 테스트가 시작되자 롤 위를 굴러가는 타이어에서 특유의 낮은 방사음이 들려왔다. 주행 속도에 따라 톤과 음량이 달라지는 것이 모니터의 그래프와 함께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연구원들은 마이크를 운전석과 뒷좌석에 설치해 주파수별 소음을 계측한다

NVH동 몰입음향 스튜디오 모습

NVH동 몰입음향 스튜디오 모습다음으로 찾은 시험 공간은 몰입음향 스튜디오와 몰입음향 청취실이었다. VR을 이용해 실제 도로와 유사한 시각·청각 환경을 구현해 차량의 음향 성능을 검증한다. 

특히 몰입음향 청취실은 청취 좌석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스피커가 정교하게 배치돼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었다. 돌비 애트모스(7.1.4채널)와 4차 앰비소닉(25채널)을 모두 청취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노정욱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책임연구원은 "차량 주행음뿐 아니라 인포테인먼트 음향까지 모두 평가할 수 있어 고객 관점에서 종합적인 사운드 품질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약 723만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력·상품성을 앞세워 존재감을 뚜렷이 하고 있다. 

2022년 현대차 아이오닉 5와 2023년 아이오닉 6, 지난해 기아 EV9에 이어 올해 EV3까지 전기차가 4년 연속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했다. 지난 5월에는 전기차 글로벌 누적 판매가 100만대를 돌파하도 했다.

이런 전동화 경쟁력의 중심에는 1996년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거점 남양연구소가 있다. 이날 살펴 본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기지였다.

/지피코리아 경창환 기자 kikizenith@gpkorea.com, 사진=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