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중계방송 후기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입니다.
지금은 10월 24일, 현재 시각은 오후 세시 반입니다.
2승 2패로 맞선 삼성과 한화가 이제 5차전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한 경기는 두 팀 모두에게 지면탈락경기(Elimination game)이자 승자독식경기(Winner-take-all game)이기도 합니다.
이 경기의 중계방송 후기는 맨 마지막에 덧붙이도록 하고 지난 1차전부터 4차전까지의 중계방송 소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제목처럼 중계방송 후기입니다. 경기에 대한 분석은 많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비...비...비...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부터 SBS 중계방송만 있으면 비가 내렸습니다.
아주 난처해 죽겠습니다.
특히 몇몇 관계자들은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오늘 SBS예요? 오늘 또 비오겠네.”
이런 말씀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10월 17일 1차전 때는 귀신에 홀린 것 같았습니다.

1차전을 앞두고 갑자기 내린 비에 내야방수포를 편 한화생명볼파크 <사진 필자>

저는 예보를 보고 혹시 비로 인해서 밀릴 수 있을 것을 감안해서 17일과 18일 고속열차 티켓을 모두 구해놓은 상태였습니다. 17일 오후 3시쯤 대전역에 도착해서 경기장에 갔는데 당시 대전의 하늘은 도저히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은 하늘이었습니다. 야구장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기사분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은 비 안 내리겠죠?”
현지의 하늘의 판단은 택시 기사분이 가장 정확하다는 것이 제 지론이라 언제나 기사님께 확인을 하는 편입니다.
“안 옵니다. 예보는 밤에 있기는 하던데 워낙에 틀리니까요.”

그 말씀을 믿고, 또 제가 단골로 확인하는 기상앱의 비구름 사진을 보고 과감하게 18일의 기차표를 왕복 모두 취소했습니다.

딱 세 시간 후, 저는 그 결정을 후회하게 됩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 그라운드 오프닝 녹화 <사진 필자>

그라운드 오프닝을 준비하던 오후 다섯 시 즈음부터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고, 잠깐 비가 약했을 때 오프닝 녹화를 하기는 했지만 이후 비는 계속 내렸습니다. 결국 1차전 경기는 이튿날로 연기가 됐습니다. 당일 대전에서 숙소를 잡기도 쉽지 않아서 저와 저희 중계팀은 모두 고속철도 표 잡기 경쟁에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조금만 있다가 취소할 것을...’
‘기상청을 믿을 걸...’
계속 후회했습니다.

중계석 위치는 정말 문제인가?

1,2차전 경기가 진행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는 뜬금없이 경기와 상관없는 시야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제가 플레이오프 1차전 중계방송을 마치고 SNS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1차전 중계방송을 하면서 두 개 정도 코너로 가는 타구에 대한 판단이 잘 안 됐거든요.
그러자 많은 팬들이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대전 야구장을 잘못 지어서 그렇다.’
‘코너 쪽이 원래 야구장 직관을 가도 안 보인다.’
‘지금 이 사진에도 코너가 안 보인다.’
등등의 의견을 주셨습니다.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는 감사드립니다만 이 글이 이 논란의 시발점이 된 것 같아서 야구장 관계자분들께 무척 죄송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2010년대 이후 지어진 야구장 중에 코너 쪽이 보이는 야구장은 고척 스카이돔 한 곳뿐입니다. 지어진 시간 순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2014년부터 사용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입니다. 양쪽 코너가 정확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중계석 시야 <사진 필자>

2017년부터 리그 경기를 펼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입니다.
이번 시리즈의 3,4차전의 격전지이기도 했던 이곳 또한 코너 쪽은 관중석에 가려져 있습니다.
특히 저희 중계석 위치에서 오른쪽 코너 확인은 불가능합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중계석 시야 <사진 필자>

2019년부터 사용한 창원NC파크입니다.
이곳은 중계석 위치가 좀 위쪽이라서 그나마 좀 보이는 것 같기는 하나 오른쪽 코너는 가려져 있고요. 이 사진은 일어서서 찍은 사진이고 평소 앉아서 중계할 때는 안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창원NC파크 중계석 시야 <사진 필자>

2010년부터 시작된 전국 신구장의 시대에 그동안 중계진이 봤을 때 양쪽 코너가 정확하게 보였던 야구장은 고척스카이돔 빼고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래서 서럽다가 아닙니다. 중계진에게 중계석의 위치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에 글을 올렸던 이유는 진짜 제 미숙함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올해 이상하게 대전에서 중계를 몇 번 못했거든요. 기억에 따르면 4~5경기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글이 ‘그렇게 중계 많이 한 정우영도 안 보였다더라. 야구장 잘못 지었다.’가 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1차전 경기 종료 직후 한화생명볼파크 중계석 시야. 다른 신구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멀어 보이는 것은 광각으로 찍어서 그렇습니다. <사진 필자>

어차피 캐스터의 경우는 화면을 보고 콜을 하는 사람입니다. 위치가 좋으면야 물론 좋겠죠. 해설위원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아질 테고요.
메이저리그의 경우 중계석이 1루 혹은 3루 쪽에 있는 경우도 있고, 많은 구장들의 중계석이 외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중계석 위치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분들은 어떻게 중계를 해요.

중계를 마치고 중계차의 메인 피디와도 소통을 많이 했습니다. 메인 피디도 코너 타구에 대한 본인의 샷 선택이 경기 중반 이후에 감이 왔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로서로 소통에 따라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관중석에서도 안 보였다면 그건 개선의 여지가 있겠죠.

2차전 경기에서 강민호 선수가 경기 막판 홈런을 쳤습니다.
강민호 선수는 ‘팬들도 너무 조용해서 홈런인 줄 몰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기사도 봤습니다. ‘중계진도 몰랐던 홈런’이라면서 잘못 지어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탓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해당일 스튜디오에서 중계를 했고, 추후 라이브를 했던 중계사의 홈런콜도 들었습니다. 그들은 홈런임을 모르지 않았고 캐스터는 넘어가는 순간에 정확하게 콜을 했습니다.
그저 주변이 조용했을 뿐입니다.

강민호 선수의 홈런 타구는 판단하기 상당히 어려운 타구였습니다. 과거 박병호 선수 전성기 시절 밀어치는 타구가 체감상 1초도 안되어서 코너 쪽을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몇 차례 타구를 놓쳤던 적이 있는데 강민호 선수의 타구는 당기기는 했지만 탄도도 매우 낮고 빠르게 넘어가서 1루 쪽 관중석이 아니면 모두가 판단하기 쉽지 않은 타구였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장 탓이 아니라 타구가 어려운 타구였다는 겁니다. 저도 스튜디오에서 중계하면서 구분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오프 2차전 플레이오프 최고령 홈런을 때린 강민호 <사진 OSEN>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중계석에서 코너 타구 판단이 어려워서 야구장 잘못 지었다?
아니다. 다른 곳도 이렇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다만 팬들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지점들은 개선이 되어야 한다.

강민호 선수의 홈런을 눈치채지 못해서 야구장을 잘못 지었다?
아니다. 콜은 정확했다. 판단이 어려운 타구였고, 즉각 판단이 가능한 위치는 한화팬들이 위치한 1루측 관중석이었다. 그들은 환호를 할 이유가 없었다.

“영웅은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3,4차전은 김영웅이라는 새로운 전국구 스타플레이어를 탄생시켰습니다. 지난 2024시즌부터 가을야구를 뛰기 시작한 프로 4년 차의 젊은 김영웅 선수는 포스트시즌 18경기에서 무려 8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포스트시즌 홈런 수에서 벌써 양신 양준혁 해설위원과 헐크 이만수 전 감독을 추월했습니다.

KBO리그의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은 현 삼성의 박병호 선수와 삼성의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14개입니다. 가을야구 경험 단 2년 만에 KBO 최다 포스트시즌 홈런 기록의 절반을 넘긴 겁니다. 향후 김영웅은 이 기록을 매우 수월하게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 <사진 OSEN>

4차전 경기에서 김영웅 선수가 역전 3점 홈런을 때렸을 때 제가 했던 자문자답 홈런콜 - 영웅은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 을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첫 홈런콜이 샤우팅의 볼륨은 컸는데 극적인 것에 비해서 멘트가 좀 밋밋해서 해놓고 살짝 후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닝을 마치고 잠깐 뭐가 괜찮을까 생각을 해보는데 김영웅 선수의 이름이 영웅이니까 그걸 활용해서 저렇게 묻고 답하면 근사한 홈런콜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음에 언제가 됐든 김영웅 선수의 극적인 홈런이 나오면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바로 다음 이닝에 첫 홈런보다 더 극적인 홈런을 때렸습니다. 저런 자문자답 콜은 우승콜을 제외하고 라이브 상황에서 플레이 중에 해본 적은 없어서 저에게도 모험이었는데 해보니까 생각보다 화면과 잘 어울리더라고요.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도 응용을 해봐야겠다는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5차전

저와 이택근 위원은 스튜디오에서 중계방송을 했습니다.
날이 좀 쌀쌀해진 데다가 스튜디오는 추워서 최근 스튜디오 중계를 할 때는 목 전용 온열 마스크를 두르고 일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생방송 풍경 <사진 박단비 기록원>

경기 직전 한화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 예고대로 원투펀치 폰세와 와이스가 경기를 책임졌습니다. 또 3,4,5번 중심타선이 폭발하면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특히 한국 시리즈에서는 문현빈 선수를 주목해보고 싶습니다. 원래 정규 시즌에도 삼성에 강한 모습이었지만 플레이오프 후반 보여준 타격감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한화가 5차전까지 갔다는 것이 코리안 시리즈에서 딱히 불리하다고만 볼 것은 아닙니다. 이전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업셋이 나왔던 2018년의 경우도 당시 우승팀 SK는 플레이오프 5차전 연장 접전 끝에 한유섬의 끝내기 홈런으로 신승을 거두고 코리안 시리즈로 향했던 적이 있으니까요.

PO 5차전 쐐기포를 때린 문현빈 <사진 OSEN>

이제 주사위는 던져 졌고 2025년 내내 자웅을 겨뤘던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두 팀만의 승부가 남았을 뿐입니다.

플레이오프 중계방송 후기는 이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제 한국시리즈에서도 잠실과 대전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뵙겠습니다.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