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8인치 파운드리 회복 잰걸음...내년 재도약 준비
8인치 파운드리 불황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DB하이텍이 올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TV와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 수요 부진으로 여전히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력인 전력반도체를 중심으로 매출이 점차 확대하는 흐름이다.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이 내년 본격적인 회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DB하이텍은 설비투자 확대와 신사업 준비로 수요 대응에 나섰다.
DB하이텍은 지난 5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94억원, 49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분기에 비해 3%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 개선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2% 줄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자회사 DB글로벌칩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수요 부진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한 514억원을 기록했다.
DB하이텍은 주력 제품인 전력반도체의 매출 증가가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력비와 감가상각비 인상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전년 동기의 841억원보다 6% 증가한 888억원을 기록했다. DB하이텍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생산능력 확대와 신규 공정에 총 1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군별 매출을 살펴보면 BCD(바이폴라-CMOS-DMOS)가 전체 매출의 59%를 차지하며 전년 동기보다 비중을 5%p 확대했다. 고전력과 고속 신호 처리가 필요한 응용처, 특히 전력반도체 분야에 널리 활용되는 제품이다. 반대로 DDI의 매출 비중은 1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에서 크게 줄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수요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DB하이텍은 "주력 제품인 전력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디스플레이 부진에 따른 DDI 수요 감소를 상쇄했다"고 밝혔다.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을 올해 4분기 저점을 지나 내년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2% 뒷걸음질 친 시장이 내년 5% 성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 불황에도 7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부터 업계 가동률이 60%대로 주저앉았음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회사는 내년 시장 회복에 발맞춰 가동률은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가전제품과 통신 시장의 반등과 더불어 연간 가동률을 약 85% 규모로 높일 계획이다.
DB하이텍은 월 기준 반도체원판(웨이퍼) 생산능력을 지난 2022년 14만장 규모에서 올해 15만4000장 규모로 확대했다. 지난 10월에는 월 3만5000장 증설을 위한 2500억원 규모 확장 투자를 발표했다. 2027년 10월까지 투자가 이뤄지며 신규 시설은 충북 음성 상우공장에 마련된다. 클린룸(청정실)이 구축되면 현재 15만4000장 대비 23% 증가한 19만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향후 고전력반도체, 특화이미지센서 등 고성장·고부가 신사업을 확대하고, 클린룸 확장 등을 통해 수요에 긴밀하게 대응하며 지속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