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 취득 후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통과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CJ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자사주 비중이 22.6%에 달하는 CJ올리브영을 중심으로 기업공개(IPO)보다 지주사 CJ와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글로벌 성장세를 기반으로 그룹 내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올리브영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성과를 지주사 가치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5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입점 브랜드 수는 116개로 집계됐다. 2020년 36개에 불과했던 ‘100억 클럽’ 브랜드 수가 5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브랜드도 6개로 확대되며, 올리브영은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K뷰티 브랜드를 키워내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외국인 구매액이 1조원을 돌파하며 방한 관광객의 대표적인 소비 채널로 자리 잡았다. 주요 관광 상권에 랜드마크 매장을 구축하고 이를 글로벌 쇼룸과 테스트베드로 활용한 전략이, K뷰티 브랜드의 인지도 확산과 해외 수요 창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미국 오프라인 매장 출점 등 해외 확장 계획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처럼 안정적인 성장성과 글로벌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한 CJ올리브영은 CJ그룹 내에서 단순한 유통 자회사를 넘어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단기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K뷰티 브랜드 생태계를 키워내는 플랫폼이자 글로벌 확장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리브영의 성과를 별도 상장을 통해 분리하기보다 지주사 가치에 직접 반영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자사주 취득 후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도 맞물리며 합병론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자회사 상장에 대한 주주 보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22.6%에 달하는 CJ올리브영은 IPO보다는 합병을 통해 구조를 정리하는 편이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리브영의 글로벌 위상과 현금창출력이 이전과는 다른 단계로 올라선 상황에서, 성과를 지주사로 귀속시키는 합병이 지배구조 측면과 주주가치 제고 측면 모두에서 설득력을 갖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CJ올리브영은 외부 투자자 지분을 단계적으로 회수하며 자사주 비중을 22.6%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주주 구성은 CJ가 51.2%로 최대주주이며, 자사주 22.6%,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경영리더가 약 11%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 현실화될 경우 지분 구조 변화는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지분 구조가 상장보다는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 정비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리브영이 IPO를 선택할 경우 자회사 상장에 따른 중복 상장 논란과 모회사 주주가치 희석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상법 개정안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된 점 역시 자회사 상장에 대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승계 구도 측면에서도 합병은 유리한 선택지로 꼽힌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CJ 지분은 3%대에 불과하지만 CJ올리브영 지분은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올리브영과 지주사 CJ가 합병될 경우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지주사로 이전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도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특히 상장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병은 세금 측면에서도 오너 일가에 유리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높은 시점일수록 이러한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다만 합병의 관건은 합병 비율이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지분이 많은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산정하는 편이 유리한 반면, CJ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될 경우 일반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주주 보호 장치가 강화된 상법 개정 이후에는 계열사 간 합병이나 구조 개편 과정에서 합병 비율의 정당성을 보다 엄격하게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CJ 관계자는 “CJ올리브영과 지주사 CJ의 합병이나 IPO와 관련해 현재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며 “최근 자사주 비중 확대 역시 특정한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라, 기존 투자자와의 계약 종료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최석훈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