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말리던 도전"...토종다래로 거둔 달콤한 성공
[농업 명인] 이평재 부저농원 대표
달아서 생긴 이름 '다래'... 갈증 해소·해열·이뇨를 비롯 구토·황달 치료 등에 이용
극조생, 중생, 만생으로 완성된 상업재배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이평재 부저농원 대표는 '다래'가 "산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열매의 대명사로 나온다”며 "고려 시대 때 지어진 청산별곡에서도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한국인과 친숙한 과일이라고 했다.
그는 "그 맛이 달아서 다래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했다. 다래는 한반도 전역에서 오랫동안 자생해 온 토종 식물이다. 중국 동북 3성과 일본 북부에서도 볼 수 있다. 삼국시대 때의 기록에서부터 다래가 등장한다.
부저농원의 이평재 명인은, 토종다래와 참다래의 차이에 대해 묻는 질문에 고려시대 가요 청산별곡의 한 구절부터 읇은 뒤 다래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 명인은 "다래는 한민족과 함께 한 흔하디 흔했던 열매, 다래는 참다래와 그 본류가 같지만 지금 우리가 요즘 마트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참다래는 뉴질랜드에서 품종을 개량해 전 세계로 퍼뜨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0년 전, 중국산 다래의 씨앗을 뉴질랜드 선교사가 자국으로 갖고 돌아가 지금의 형태로 만들었다"며 “토종다래는 그 크기가 참다래에 비해 많이 작아 가장 큰 것이라 해봤자 18~20g밖에 되질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껍질째 먹을 수 있기에 섭취가 간단할 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다양한 비타민과 배변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들은 참다래보다 몇 배는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며 토종다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래는 약용 가치도 우수하다. 동의보감은 토종다래가 가진 갈증 해소, 해열, 이뇨 등 다양한 효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 중국과 국내 의약서에 따르면 다래는 ‘원숭이가 먹는 과일’이라는 뜻인 ‘미후도’라 불리며 약재로 사용돼 왔다. 황달이나 구토가 나타날 때, 소화불량에도 쓴다고 기록돼 있다.
이 명인의 부저농원은 전남 광양 백운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그가 이곳에서 다래농원을 만들게 된 것은 추억과 사업 실패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장 나들이를 가서 달디 단 다래를 사 먹는 게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IMF 이후 사업 실패로 낙향을 해 재기를 모색하던 중 다래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고, 이런 저런 공부 끝에 대래농사가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광양의 백운산에 토종다래가 13여 종 이상 자생한다는 점도 그가 다래 농사를 결심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그는 "백운산 자락에 13종이나 토종다래가 자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래를 키우기에 기후와 토양이 적합하는 방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누구도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가족들도 성공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크고 단 참다래가 있는데 사람들이 토종다래를 사먹을까 하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그가 토종다래를 농사짓기까지는 제대로된 대규모 상업재배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명인는 이를 반대로 생각했다. 그는 “하던 대로, 관행대로만 하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될 테데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이기에 가능성이 있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요즘 말하는 역발상이었다.
그는 다래를 상업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먼저 전남농업기술원과 국립산림과학원을 찾아 토종다래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다래의 생태와 특징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최우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론적 토대가 쌓이자 본격적인 품종 개발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다래가 출하되면 저장부터 판매까지 다양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 수확시기가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평재 명인은 극조생, 중생, 만생을 위한 신품종 다래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는 한편 연구를 위한 다양한 협약을 맺어 스스로 실험의 최전선 현장이 되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농원을 실험장으로 제공한 것이다.
상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수확기간이 길어야 한다고 믿었고, 시행착오끝에 극조생종부터 중생종, 만생종 품종을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극조생은 8월부터, 중생은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만생은 10월 말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그는 "수확시기를 다르게 농장을 구성하면 농가는 기존 다래를 재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신품종 다래에 붙인 이름은 리치모닝, 리치캔들, 리치선셋. 부자(Rich)가 되는 극조생(Morning), 향이 좋은 중생(Candle), 마지막까지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만생(Sunset)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모두 국립산림품종센터에 품종보호 출원까지 마친 상태. 일부 품종의 경우 실증과 시험재배를 마치고 전국에 보급되고 있다.
그는 "새로 품종을 개발한 다래들의 최소 당도는 어지간한 과일들보다 단 15브릭스(Brix)"라며 "만생종의 경우 25브릭스까지 나와 과일로서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미 일부 백화점에 납품하는 한편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는 "당도와 영양분도 부족함이 없지만 특히 노인 변비에 특효라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년 동안 꾸준하게 주문하는 단골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자신이 개발한 다래 자체가 명품과일로서 부족함이 없지만 명품으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보관법과 포장재 등도 개발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더 온전하고 신선한 다래를 받아볼 수 있도록 포장재도 맞춤형 스티로폼으로 구성하는 한편, 수확철이 지난 후에도 토종다래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냉동보관법을 개발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은 다래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며 "인근 다래 재배농가들도 잘살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런 취지에서 이 명인은 광양 일대에서 생산되는 다래를 수매해 식초와 발효액 등으로 가공판매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 토종다래영농조합을 설립해 다래 농가들에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그는 "토종다래의 상품성을 높여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작물로 만들겠다는 열정이 아직도 뜨겁다"며 여전히 할일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요즘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반면 은퇴는 빨라지고 있어 새로운 인생에 대해 더 일찍부터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모두에게 찾아오고 있다"며 "토종 다래를 대안으로 생각해보며 어떨가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래의 장점으로 ▲병충해에 강하고 ▲인공수정이 필요 없으며 ▲어린 순을 나물로 이용할 수 있고 ▲수액을 채취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또 ▲다래나무는 덩굴식물이라 덕 위에서 크기 때문에 그늘이 져 풀베기도 수월하고 ▲다래 밭 곳곳에 삼 씨, 취나물 씨를 뿌려 복합경영이 가능하다는 점 등 "고령자에게 토종다래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