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 서울모빌리티쇼 개막을 앞두고 참가 브랜드에서 선보일 제품들이 속속 공개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러 브랜드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건 역시 규모가 가장 큰 현대차일텐데, 여러 전시 제품 중 전 세계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 제품 중 하나로 캐스퍼 일렉트릭이 낙점됐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델인데 모터쇼에서 새로 공개할 게 있을까 싶겠지만, 현대차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한가득 담아 만들어낸 ‘쇼카(show car)’ 형태로 공개된다. 쇼카라 함은 판매보다는 전시를 목적으로 특별히 제작된 맞춤형 자동차를 뜻하는데, 즉 양산이 목적이 아닌,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을 현실화해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모델인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31일 서울 성동구 피치스 도원에서 인스터로이드 미디어 프리뷰 행사를 진행했다.
인스터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해외 수출명으로, ‘친밀함(intimate)’과 '혁신(innovative)‘을 뜻한다고. 이 인스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디자인 콘셉트카의 이름을 인스터와 ’강화하다‘는 의미의 ’스테로이드(steroid)‘를 합친 ’인스터로이드’로 결정해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사전에 티저영상을 통해 대략적인 제품의 형태를 먼저 공개했는데, 차체 후방에 거대한 스포일러 같은 것이 언뜻 스쳐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캐스퍼 일렉트릭 차체보다 더 넓어보이는 스포일러라니, 극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한 과장이겠거니 생각하며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불이 켜지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상에서 본 큼지막한 리어 윙 스포일러를 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아빠 옷을 빼입은 듯한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 여기에 전면부 역시 거대한 스포일러를 더했고, 차체 바깥쪽으로 상당히 돌출된 오버펜더와 거대한 타이어 등은 마치 덩치가 커 보이려고 한껏 어깨를 부풀린 어린아이의 모습 같다.
캐스퍼 일렉트릭에서는 이모티콘 형태의 스마일 캐릭터를 사용해왔는데, 이번 인스터로이드는 그 캐릭터의 형상이 조금 바뀌었다. 마치 게임 ’팩맨(Pac-man)’의 몬스터 캐릭터가 연상되는 ‘부스트’로 바뀌었다. 계기판은 물론이고 차량 곳곳에 이 부스트 캐릭터를 숨겨놨는데, 서울모빌리티쇼 현장을 방문한다면 차량 외부 여러 곳에 숨은 부스트를 직접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전면부는 캐스퍼 일렉트릭 특유의 디자인을 이어받아 개성 넘치는 표정을 완성했다. 휠은 무려 21인치로, 여기에 340mm에 달하는 거대한 타이어를 장착해놓아 귀여움 속에 파워풀함을 함께 보여주는 요소다. 타이어는 피렐리 최상위 모델인 피제로를 적용했는데, 타이어 패턴에 캐스퍼 일렉트릭의 헤드라이트 디자인을 연상케하는 큐브 모양을 새긴 전용 타이어가 장착됐다. 타이어 상단에는 가변형 에어 플랩이 적용되어 필요에 따라 여닫히도록 했고, 뒤 펜더 안쪽으로는 라디에이터를 달아 고성능을 내는 배터리의 냉각 효율을 높였다.
후면에서는 거대한 윙 스포일러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이 리어 글래스 너머로 보이는 비트박스다. 음악을 재생하면 화려한 조명과 함께 음악이 재생되는데, 이 때 리어 범퍼에도 큐브 타입의 LED를 넣어 마치 이퀼라이저처럼 재생 상태를 보여주는데, 마치 차량 전체가 거대한 이동형 비트박스처럼 보인다.
실내는 레이스카처럼 시트와 대시보드 등 기존 인테리어 요소 대부분을 제거해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롤 케이지와 버킷 시트, 여러개의 작은 스크린으로 이어진 계기판 정도가 구성 요소의 전부. 센터 콘솔 쪽에는 거대한 핸드 브레이크가 배치되어 이 모델이 드리프트에 특화된 모델임을 보여분다. 전기차의 약점은 청각적 요소, 사운드의 부재인데, 이미 아이오닉 5N에서 보여준 가상 사운드가 업그레이드되어 인스터로이드에 적용됐다. 승하차는 물론이고 대기 중, 드리프트 등 상황에 맞춰 개발된 ‘인스터로이드 유니크 사운드’가 제공되어 차량과 운전자가 감성적으로 소통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다. 그리고 전기차인 만큼 지속 가능성 또한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3D 니트 원단을 재활용한 실을 인테리어에 사용했고, 격자 무늬의 경량 레티스 구조로 차량 전반의 무게를 줄이면서도 친환경까지 고려했다고.
이날 전시 공간에는 인스터로이드를 이용한 다양한 게임들을 함께 마련해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게 했는데, 팩맨을 연상시키는 레트로 게임과 넥슨과의 협업으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게임 내에 인스터로이드 카트를 마련하는 등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현대디자인센터장 사이먼 로스비 전무는 “인스터로이드는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하나하나 탐구하며, 순수한 즐거움을 표현한 콘셉트카”라며 “강렬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몰입감 있는 사운드 경험으로 인스터로이드는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자유롭게 꿈꾸고 행복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터로이드는 오는 3일부터 서울모빌리티쇼 현장에 전시되어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고, 이후에는 인스터의 주요 시장에서도 공개되어 현대차의 비전을 선보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기왕이면 양산 계획을 갖춘 모델을 공개하는게 브랜드에게도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개발자들의 틀을 깨뜨려 기존과는 다른, 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인스터로이드는 물론이고 앞으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고정관념을 깨뜨린 새로운 모델로 현대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시장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