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희망을] (1)청년몰을 지킨 청년 사업가 양영웅 ‘더 지글’ 대표
울산 남구 청년몰 5년차 터줏대감
남구청 지원받아 배달 등 다양한 시도
“고객 조언에 귀 귀울여야…” 당부 등
청년 창업가들에 창업 노하우도 나눠
“철판 볶음밥은 손이 더 많이 가는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음식을 만들 때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울산 남구 신정 평화시장 지하의 청년몰에 들어서자 ‘더 지글’이라고 적힌 빨간 간판 아래에서 주문을 받는 한 청년이 눈에 들어온다.곧바로 철판 위로 음식이 쏟아지고 지글지글 재료가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식사 시간을 넘긴 시간대였지만 청년의 철판 요리가 시작되자 청년몰 안에는 금세 음식 냄새가 퍼졌다.
철판 가득 볶음밥을 담아낸 청년은 울산 청년몰 초창기부터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 양영웅(31) 대표다.
양 대표는 유년 시절 전부를 울산에서 보낸 토박이다.
어렸을 때부터 직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일을 했다는 그는 유독 고깃집, 식당, 술집 등 음식점과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교를 자퇴했다.
이후 인천부터 수원, 용인, 양산, 거제 등 전국을 돌며 목수 일을 해 창업 비용을 마련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 마침 인터넷에 울산 남구의 청년몰 모집 공고가 떴다. 이것이 당시 28살 양 대표의 첫 창업이자 청년몰과의 첫 인연이다.
‘더 지글’ 대표로 5년차에 접어드는 중견 사장님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의 첫 창업 도전은 쉽지 않았다.
청년몰의 원래 의도대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더 지글’은 홀 중심의 매장 운영만 준비한 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는 가혹했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거의 없었고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보니 입소문도 나지 않았다. 문을 닫고 자리를 뺀 청년 창업가들도 여럿이었다.
이 때 양 대표는 ‘더 지글’을 유지하기 위해 배달을 시작했다.배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장에 마케팅 전략, 배달 메뉴 구성조차도 알지 못하는 초짜 사장님이었다.
신종코로나 지원금으로만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배달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마케팅과 메뉴 구성 공부를 했다.
구청에서 지원받은 창업 비용과 임차료, 홍보의 덕도 컸다. 현재 ‘더 지글’ 매장 수익의 80%는 배달이 차지한다.양 대표는 “남구청 지원으로 매장을 유지, 발전시키며 매출 향상을 위한 온라인 판매, 밀키트 제작, 배달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며 “시행착오를 토대로 청년몰의 다른 청년 창업가와 노하우를 나누며 수익이 늘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시작하는 청년 창업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양 대표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났던 사장님이 청년 창업가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손님과 주변인의 조언과 지적에는 귀를 기울이는 대처법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여전히 손님들의 잔반이 궁금하다. 홀 손님들이 먹고 간 그릇을 치우며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것은 그의 습관이 됐다.
그가 생각하는 청년 창업가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다양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간 그는 손님들이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었을 때, 좋은 말씀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매장을 여는 청년 창업가가 ‘더 지글’의 노하우를 적용해 매출이 늘었다고 이야기할 때 새로운 보람을 느끼고 있다.
현재 ‘더 지글’은 개장 초와 비교해 5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본인의 매장을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키우는 것이다. 올해 말을 목표로 소스와 요리법을 계량화하고 즉석 요리의 효율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일부 자동화 주방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로고와 네이밍 작업도 시작할 계획이다.양영웅 대표는 “젊은 체력으로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노력을 할 수 있는 게 청년 창업자의 장점”이라며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창업의 큰 매력인 만큼 단점이 되지 않도록 수동적이지 않고 더 부지런히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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