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발 ‘퐁당’ 체험마을…달달·쌉싸름한 맛에 ‘풍덩’
2015년부터 와인 판매·양조 체험 운영
올해 농식품부 ‘우리술 품평회’ 최우수
족욕·시음 인기…매년 지역축제 개최
내년 2000㎡규모 생산·숙박시설 완공
흔히 와인엔 포도가 자란 땅의 맛이 담긴다고 이야기한다. 포도밭의 토질·배수·일조량 등 다양한 요소가 와인 생산에 영향을 주어서다. 강원 영월 읍내에서 차로 30분가량 남한강 지류를 따라가면 야트막한 산골 마을이 보인다. 고운 석회질 토양이 깔려 있고 김삿갓의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예밀와인마을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엔 영월의 깨끗한 물과 공기, 햇살이 가득 담겨 있다. 올해로 와인 생산 10주년을 맞은 예밀와인마을을 찾았다.
지명이 예밀촌인 예밀와인마을은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예밀2리 영농조합법인이 주도해 조성한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이곳엔 약 70여가구가 사는데 포도 판로를 고민하던 마을 주민들이 2009년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와인 가공시설을 만들었다. 2011년부터 4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와인 생산에 몰두했다. 2015년부터 와인 판매와 와인 양조 체험을 시작했다.
좋은 와인에는 좋은 포도가 필수. 예밀와인마을은 당도 높은 ‘캠벨얼리’ 포도를 재배한다. 석회암 지대라 배수가 잘되며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포도 재배에 최적이다. 이곳은 10명의 포도농가가 매년 150t가량의 포도를 생산하고, 이 가운데 20t을 와인으로 가공한다.
한창 포도를 수확하던 박은경 예밀와인힐링센터장은 “‘예밀 김삿갓 포도(브랜드명)’는 원래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올해는 더위 때문에 18∼19브릭스(Brix)까지 나왔다”며 “그냥 먹어도 맛있고 와인으로 가공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예밀와인은 현재 5종이 있으며 연간 1만5000병이 생산된다. 매년 10월이면 농가마다 수확한 포도를 모아 발효한 뒤 1년간 숙성과정을 거쳐 판매한다. 와인 양조를 담당하는 최우석 예밀와인마을 사무장은 “시기마다 맛을 보면서 숙성 시간이나 온도를 조절해 맛있는 와인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2024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예밀와인 레드 드라이’는 참나무통 숙성을 거쳐 깊고 풍부한 타닌과 특유의 산미가 조화로운 것이 특징이다.
예밀와인마을의 자랑은 2018년 개관한 ‘예밀와인힐링센터’다. 편백으로 꾸며진 이곳에선 1인당 1만5000원에 와인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객은 예밀와인 250㎖를 40℃ 물에 희석하고 말린 장미와 허브, 핑크빛의 히말라야 소금을 넣어 족욕을 즐긴다. 따듯한 물이 쏟아지면 체험장은 금세 은은한 와인향으로 가득 찬다. 와인 소믈리에가 들려주는 예밀와인 이야기와 함께 예밀와인 2종도 시음할 수 있다. 체험객 최주영씨(39·영월읍)는 “깔끔한 편백 인테리어가 매력적이고 와인을 배우는 시간도 좋았다”며 “색다른 와인 체험·구매 덕분에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도 따라왔다. 와인 판매량은 2015년 1400병에 불과했지만 2022년엔 1만5000병이 넘게 팔리며 8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지금은 와인 판매만으로 연평균 매출액 약 3억원을 올린다. 족욕 체험객 또한 매년 늘어 연평균 5000명이 방문한다. 와인마을 설립 이전엔 관광객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던 마을이 지난해 방문객 1만9000명을 기록했다. 매년 10월말 열리는 ‘예밀와인축제’는 지난해 4회째를 맞으며 매번 1000여명이 방문하는 지역 대표 행사로 성장했다.
마을을 찾는 고객들에게 보답하고자 예밀2리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진입로를 정비하고 축제 준비를 돕는 등 힘을 보탰다. 예밀2리 영농조합법인은 지역 상생을 위해 영월지역 16개 리에 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하고 와인 판매 수익금 일부를 마을 주민들에게 환원한다.
예밀와인마을은 2021년 영월군으로부터 120억원의 ‘예밀와이너리 슬로타운’ 조성 기금을 지원받아 약 2000㎡(600평) 규모로 와인 생산과 숙박 시설을 짓고 있는데 내년에 완공된다. 또 지난해 예밀와인힐링센터 옆 외식사업장에는 지역농산물을 활용하는 빵집을 유치해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더욱 탄탄하게 성장할 기반도 다져놓았다.
최 사무장은 “예밀와이너리 슬로타운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첫 삽을 뜬 예밀와이너리는 연간 약 10만병의 와인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며 “참나무통에서 숙성한 브랜디 등 다양한 주류를 생산하며 영월지역 관광의 중심지를 넘어서 전국적인 힐링체험명소가 되도록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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