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광주 계림점 폐점…주민 “장 어디서 보나” 아쉬움

[르포-폐업정리 매장 가보니]곳곳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공지직원들 제외 손님 거의 없어 썰렁공동주택 등 주거시설 들어설 듯
12월 폐점을 앞두고 있는 광주시 동구 홈플러스 계림점 건물 외벽에 폐점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여져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의 구도심인 동구의 유일한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 계림점이 문을 닫는다.

지난 2004년 광주광역시청사가 신도심인 상무지구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2007년 영업을 시작한 상업시설마저도 17년만에 폐점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공공시설에 이어 상업시설까지 구도심을 떠나면서 쇠락의 정도는 더할 전망이다.

광주일보가 동구 계림동을 찾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우리 가족들의 먹거리를 담당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어 준 곳입니다. 집에서 거리도 가까워서 아이들이 장 보러 간다고 하면 따라나서니까 자연스레 가족 화합의 공간이 되기도 했었는데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아쉽습니다.”


7일 오전 10시께 찾은 광주시 동구 계림동 홈플러스 계림점 일대에서는 마트 직원을 제외하면 인적이 드물었다.계림점이 오는 9일부터 폐점 정리에 나설 것을 공지하면서, 이따금씩 보이는 지역민들이 우울한 표정을 짓고 마트로 들어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계림점은 인근 인도와 입구부터 폐점정리를 준비하는 직원들이 지역민과의 이별을 준비하 듯, 종이박스에 각종 물품을 정리하는가 하면 문을 닫는 입주 점포들도 많았다.계림점 외벽과 입구 곳곳에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폐점정리 공지문이 붙었고, 매장 내부 역시 입구에 위치한 수제화, 안경점 등의 점포는 본격적인 폐점정리를 이틀 앞두고 이미 점포를 비웠고, 고객서비스센터부터 1층 식품매장까지 이어지는 통로와 기둥 곳곳에도 폐점정리 관련 플래카드가 게시됐다.


광주시 동구 일대에 거주하며, 계림점을 자주 이용해왔던 지역민들은 매장 곳곳에 붙은 폐점 공지문을 보고 막막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가정 주부 한민영(여·51)씨는 “운전을 못하는 입장에서 10분 거리 내로 올 수 있는 대형마트가 계림점밖에 없어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방문해 장을 봐 왔다”며 “당장 올해 말부터 멀리 장을 보러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갈 곳을 잃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의류매장이 위치한 2층은 중앙 매대가 텅 빈 채로, 손님은 단 한명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폐점정리 수순에 따라 의류매장에 남은 점포들을 1층으로 옮기기 위해 짐을 싸는 직원들만 가득했다.이어 불이 꺼진 키즈존 앞에서는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부모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지민(여·35)씨는 “집에서 나올때부터 키즈존에 오는 것을 기대한 아들이 많이 실망한 것 같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어 “마트라는 곳은 단순히 장만 보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키즈존, 푸드코트 등 지역민의 생활과도 밀착된 장소다”며 “아이들이 쇼핑카트에 타기도 하고, 간식도 사는 등 마트 오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역 대형마트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홈플러스 계림점은 지난 2007년 구 광주시청 부지에 개점했다.

이어 지난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매출 급감 및 대형마트들의 지방 매장 효율화 방침 등에 따라 이마트 동광주점마저 폐점하게 되면서, 계림점은 광주시 동구 유일의 대형마트로 자리잡아 인근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앞서 계림점은 지난 2022년 광주 소재 시행사에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매각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부터 12월 6일까지 계림점의 폐점정리 기간이 종료되고 나면, 해당 부지에 공동주택 및 오피스텔 등 복합주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홈플러스 측이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매장들이 온라인 유통업의 발달 등으로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방 지점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대 영업 방침을 내세우는 등 오프라인 매장 영업에 대한 효율성, 전략성을 고려한 것으로, 토지 및 건물 매각을 통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노후화된 매장을 현대화하는 등 리뉴얼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 측은 정부의 고용보장 제도에 따라 현재 계림점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전원이 인근 점포에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방침이다.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사를 해야 하는 등 애로사항이 발생할 시 보상 지원도 이뤄질 계획이다.홈플러스 관계자는 “정확한 시기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시행사에서 공동주택을 준공하고 난 뒤 계림점은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광주전남 #광주 #전남 #광주일보 #홈플러스계림점 #홈플러스폐업 #광주홈플러스폐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