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쇼핑이 중국 부동산 법인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국내 자산 처분 규모도 대폭 확대했다. 13조원대 차입금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 선택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의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청두 법인 유증 후 매각 작업 본격화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중국 청두 부동산 법인인 롯데프라퍼티스청두HK를 매각예정처분자산집단으로 분류했다. 자산 2542억원, 부채 1150억원 규모다. 해당 법인은 2009년 청두 반성강 프로젝트 복합개발을 위해 설립됐으나 현재는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현지 운영 법인 매출은 지난해 0원으로, 재작년 76억원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롯데쇼핑은 매각 성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 3월 청두HK에 유상증자로 3097억원을 투입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같은 해 별도 기준으로 1844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투입 자금의 60%를 손상으로 털어낸 셈이다. 매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재무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으로 추정된다.
중국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처분 규모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이사회 결의에 따라 국내 부동산 2291억원을 신규로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다. 재작년에 분류해뒀던 백화점·전자제품전문점 자산도 지난해 처분을 완료했다. 그 결과 매각예정자산 전체 규모는 재작년 1889억원에서 지난해 5621억원으로 약 3배 늘었다.
다만 2291억원은 분류 단계로 실제 처분손익은 올해 이후 반영될 전망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기준으로 실제 매각이 완료된 규모는 재작년 800억원(롯데슈퍼 여의도점·백화점 미아점 주차장), 지난해 250억원(영등포 나대지·홍대시네마) 수준이다.
자산 매각이 선택이 아닌 이유
자산 매각의 목적지는 차입금이다. 롯데쇼핑의 총차입금은 2021년 1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8000억원으로 4년간 2조1000억원 줄었다. 그러나 이자 부담은 여전히 무겁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5820억원으로 영업이익 5470억원을 웃돌았다. 이자수익 1167억원을 차감한 순이자비용도 4653억원에 달해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이자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롯데쇼핑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29년까지 중소형 백화점과 도심형 아울렛을 대상으로 구조 재편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자산 매각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 재무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매각은 재무 부담을 덜어내는 데 유효한 수단이지만, 이자보상배율이 0.9배대에 머무는 구조에서 자산 매각만으로 재무 체력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며 "자산 처분으로 분자를 줄이는 동시에 할인점·슈퍼 등 부진 사업부의 수익성 회복으로 분모를 키우는 투 트랙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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