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은하수 흐르는 순간… 한국의 숨은 별 관측 성지

7월 추천 여행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릉시 ‘안반데기’)

한여름에도 긴소매를 챙겨야 할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고지대, 강릉에 은하수가 뜬다고 하면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다. 보통은 여름 바다를 떠올리는 지역이지만 바다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장소가 있다.

바다 대신 배추밭, 파도 대신 별빛이 넘실대는 그곳은 바로 안반데기다. 국내에서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로, 밤이 되면 도시의 불빛은 사라지고 밤하늘의 별무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맨눈으로도 은하수가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흔히 ‘배추밭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별사진작가들이 여름이면 삼각대를 들고 모이는 대표적인 천체 촬영지다.

낮에는 초록으로 물든 밭이 펼쳐지지만 해가 지고 나면 고요하고 광활한 우주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더운 도시를 떠나 맑고 선선한 공기 속에서 별빛을 따라 걷고 싶다면 안반데기만큼 확실한 선택지도 많지 않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릉시 ‘안반데기’)

한여름임에도 일몰 후 기온이 크게 떨어져 별을 보며 더위를 잊기에 적합하다. 별과 바람, 농부의 땀이 어우러진 공간 안반데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안반데기

“차량 주차 가능, 밤기온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도심 탈출 힐링여행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릉시 ‘안반데기’)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길 428에 위치한 ‘안반데기’는 해발 1,100미터 고지에 형성된 고랭지 밭이다. 1960년대 중반, 화전을 일구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이 경사가 가파른 산등성이를 개간해 만든 곳으로, 농사를 짓기에 결코 쉬운 지형이 아니었다.

삽과 곡괭이만으로 이뤄낸 개간 끝에 약 2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고랭지 밭이 조성되었다. 배추밭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현재도 실제 농업이 이뤄지고 있는 생활공간이자 대를 이어 밭을 일구는 주민들의 삶터다.

안반데기라는 이름은 주변 지형이 넓고 편평한 안반(평평한 바위)처럼 생긴 데서 유래했다. 이곳은 여름철에도 강릉 시내보다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낮아 선선한 날씨가 유지된다.

낮에는 고랭지 채소밭이 펼쳐지는 농촌 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해가 진 뒤에는 별빛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장소로 바뀐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릉시 ‘안반데기’)

야경 촬영지로서 안반데기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공조명이 거의 없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 대형 숙박시설이나 상업지구가 없기 때문에 광해(빛 공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7월과 8월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주요 시기로, 밤 9시 이후부터 새벽 2시까지가 관찰 최적 시간대다. 북두칠성과 은하수가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은하수 출사지 1순위’로 꼽히기도 한다.

넓은 평지 위에 삼각대를 세우기 좋은 공간도 많아 천체 촬영 입문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실제로 별 관측을 위해 방문하는 이들 중에는 카메라 없이 돗자리 하나만 들고 와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도 많다.

날씨와 달빛, 운에 따라 그날의 은하수 밝기는 달라지지만, 주변을 둘러싼 산 능선과 밭의 윤곽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전체 풍경은 낮 못지않게 인상 깊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릉시 ‘안반데기’)

주간에 둘러볼 수 있는 풍경도 간과할 수 없다. 해발 1,100미터 지점까지 도로가 이어져 있어 차량 진입이 가능하고,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현장에는 전망대를 포함한 포토 스폿이 다수 조성돼 있으며 여름철에는 고랭지 배추를 포함한 다양한 작물이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가꾼 밭 사이를 따라 난 길을 걷다 보면 고랭지 특유의 바람과 냄새, 흙의 촉감까지 느껴진다. 일부 구간은 경사가 급하므로 이동 시 주의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도보 이동이 어렵지 않도록 관리되고 있다.

이용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상시 개방된다. 입장료는 없으며 연중무휴로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현장에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자가용 접근이 가능하다.

단, 해발 고지대 특성상 밤에는 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도 있어 여름에도 겉옷이 필요할 수 있다. 천문 현상에 따라 은하수 관찰 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일기예보와 달의 밝기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릉시 ‘안반데기’)

뜨거운 여름밤, 가장 가까운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몰려드는 순간이 있다. 그 안에 서면 자연의 거대한 리듬 속에서 자신을 비워내는 시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