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무전기 공격 ‘우위 확인’ 이, 공습 이어 지상전 나서나

김서영 기자 2024. 9. 2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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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대규모 전력 상실
지휘관 16명 포함 다수 사망
18년 이어진 세력 균형 깨져
한밤중의 공습…레바논 사상자 계속 늘어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자우타르 외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을 상대로 무선호출기·무전기 폭발 공격을 감행한 것을 계기로 2006년 양측의 전쟁 이후 18년 동안 이어져 오던 세력 균형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우위가 확인된 현시점에 이스라엘의 다음 움직임이 어떤 것일지 주목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공습을 주고받으며 날을 세웠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서로 견제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균형을 이어왔지만 최근의 사태로 그 균형이 깨지며 안보 상황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2006년 전면전을 벌인 이후 각자 무장을 강화하고 국경을 따라 크고 작은 교전을 벌여왔지만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할 만한 충돌은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17~18일 레바논에서 호출기와 무전기 수천대가 동시 폭발해 3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공습을 퍼부으면서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레바논 보건당국은 호출기·무전기 폭발과 공습으로 인해 22일까지 최소 8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폭발·공습으로 헤즈볼라는 전력을 크게 상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망자 중에는 헤즈볼라 특수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 아흐메드 와비 등을 포함해 지휘관 16명이 포함됐다.

아킬은 헤즈볼라 창립 멤버로 1983년 미국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 1986년 프랑스 파리 폭탄 테러 등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의 제재 및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미국은 아킬을 ‘헤즈볼라의 핵심’으로 보고 최대 700만달러(약 93억5000만원) 현상금을 걸었다.

이외에도 헤즈볼라 대원 수백~수천명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정보장교 출신 한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헤즈볼라의 지휘 및 통제 구조에 심각한 타격이다. 다시 군대를 세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자지구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는 달리,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재무장을 꾀할 수 있으며 하마스보다도 규모가 크다고 NYT는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호출기 폭발 등을 감행한 이유로는 레바논 접경 지역인 북부 국경의 위협 요소 제거가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초기부터 늘 거슬렸던 헤즈볼라를 이참에 진압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는 이스라엘의 우세가 굳어지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연구소의 리나 카티브 연구원은 “헤즈볼라가 내세웠던 ‘침투 불가능한 조직’이란 껍데기는 산산이 부서졌고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얼마나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호출기·무전기 폭발 이후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WP는 전현직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공격은 일반적으로 더 광범위한 공세의 서곡으로 다음 군사작전에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기획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전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22일에도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약 400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가한 가장 큰 공격으로 평가된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 전자장비 업체에 로켓 수십발을 발사했다.

지난해 10월 이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레바논 내 사망자 수는 지난 일주일간 약 70명이 추가돼 740여명에 이른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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