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채용비리에도…‘거수기’ 이사 72% 유임한다고?
금융지주 사외이사 연임 논란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오는 23∼24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4대 금융지주의 주총 세부 안건에 따르면 선임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 중 18명(72%)은 현직 이사로, 주총에서 표결을 통해 연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4대 금융 주총에서 사외이사 연임 문제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신한금융이다. 지난해 말 조용병 회장의 ‘용퇴’ 결정에도 채용비리와 라임펀드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ISS는 신한금융 주주들에게 올해 연임에 도전하는 8명(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대형 사고와 관련해 법적 위험이 있는 임원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간 만큼 유임의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가 지배구조 ‘새 판짜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이들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를 회장 후보로 추천했던 이른바 ‘킹메이커’들이다. 국민연금도 ‘사내이사 진옥동 및 사외이사 성재호·이윤재 각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기업가치 훼손내지 감시의무 소홀 등이 그 이유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의 지분 7.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현 정부 들어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주주권 강화를 재차 강조해온 가운데 이번에 첫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통상 금융권에선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도 최장 6년(KB금융은 5년)까지는 대부분 재선임해왔다. ISS는 지난해에도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주주총회에 앞서 이들의 이사진 연임 안건에 대해 같은 이유에서 반대 의견을 표했지만, 결과적으로 물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다만 ISS가 반대를 권고한 이사의 찬성률은 눈에 띄게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신한금융 이사 찬성률은 최고 90%가 훌쩍 넘었지만, ISS가 반대한 이사 찬성률은 최저 60% 수준에 그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ISS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은 17일 기준 KB금융이 72.53%, 신한금융 62.77%, 하나금융 71.72%, 우리금융 40.14%이다.
지난해와 분위기가 달라진 부분은 올해 주총에선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다. 30일 JB금융 주총에선 주주행동주의의 공습에 맞선 표 대결이 예고돼있다. 엔터왕국 SM의 변화를 끌어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최근 금융지주 캠페인에 나섰다. JB금융은 이러한 얼라인의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추천을 거부하면서 치열한 표 대결을 치르게 됐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현재는 전문경영인이 사외이사를 임명함에 따라 이사진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외부로부터 인사가 추천되고,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서 제왕적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총 128건의 안건 중 100%인 128건이 찬성 의결됐다. 부결된 안건은 단 한건도 없다. 국내 대표적 의결권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중대한 주주 손해에 대해 사외이사들에게 책임을 지는 자세를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도 문제의식을 갖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금융회사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과 경영진 감시 기능 작동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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