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신' 버핏, 삼성 대신 TSMC 사들인 '진짜 이유' [심성미의 증시 돋보기]

심성미 2022. 11. 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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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난주 증시의 화제는 단연 '워런 버핏의 TSMC 투자'였습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3분기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지분 41억 달러어치를 사들였죠. 버크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에서 TSMC 비중은 이번 신규 투자로 1.39%를 기록, 단숨에 10위로 등극했습니다. 

이 소식이 발표된 이후 시장에서는 "버핏이 반도체주를 좋게 보고 샀다", "시클리컬주(경기민감주)의 시대가 다시 올 것이다" 등 여러가지 해석이 난무했습니다. 기술주에 투자할 땐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기업을 선호하던 버핏이 TSMC를 사들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장에서 추측하는 여러가지 '썰' 중에서도 대표적인 논리 몇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①"반도체주에 베팅했다?"

TSMC 매수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시장에선 버핏의 투자 결정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배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경기 둔화 여파로 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크게 떨어졌고, TSMC는 '차이나런' 자금까지 탈출하며 50% 가까이 하락한 상태였습니다.

거기다 내년엔 반도체 업종이 미·중 갈등의 수혜를 볼만한 업종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버핏이 업종 주가가 저점을 찍었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입니다. 

그럴듯한 분석에 매수 소식 다음날 글로벌 반도체주는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바로 이틀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감산 소식에 상승분을 바로 반납해야 했지만요.

 ②"좋은 기업이 충분히 싸졌다"

그러나 버핏은 업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자하는 단기 투자자가 아닙니다. 버핏은 초장기투자를 합니다. "10년 이하로 투자하려면 투자를 하지 말라"는 얘기도 했죠. '좋은 기업의 주가는 결국 상승한다'는 격언을 몸소 실천하는 투자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핏은 장기 투자하기에 충분히 싼 가격이라고 판단되면 업황 등에 관계없이 매수하고 아주 긴 시간을 기다립니다. 130조원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투자 방식이기도 합니다.

9월 기준 TSMC 주가는 올초 대비 5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와 중화권 시장을 빠져나가는 '차이나런' 자금 때문에 금융위기 때보다도 낙폭이 컸습니다. 

그러나 TSMC는 여전히 세계 파운드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입니다.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4%로 1위입니다. 삼성전자가 2위긴 하지만 점유율은 16.5%로 격차는 꽤 벌어져 있습니니다. 

이 격차는 영업이익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85%를 TSMC가 가져갑니다. '경제적 해자'를 가진, 진입 장벽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는 버핏에게는 TSMC는 좋은 선택지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TSMC는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긴 하지만 파운드리 공급량은 여전히 수요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3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냈죠. 반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감소했습니다. 

 ③"애플 밸류체인 투자를 확장했다"

'애플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를 확장했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버핏의 '애플 사랑'은 아주 유명하죠.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42%)을 차지하고 있는건 애플입니다. 3분기 기준 약 1265억 달러(약 169조4500억원) 어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TSMC는 애플에 반도체를 독점 공급하는 업체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TSMC를 편입했다는 건 애플의 향후 지배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버핏의 믿음 때문"이라며 "그 믿음을 이번 투자로 간접적으로 반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기업은 공통점도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단일 제품으로 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의 매출의 절반은 아이폰에서 나오고, TSMC는 파운드리 매출이 100%를 차지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영업이익 중 75% 이상을, TSMC는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의 85%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애플에 대한 사랑이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TSMC로도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버핏의 선택으로 TSMC는 '비메모리 왕국의 제왕'이라는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버핏의 진짜 투자 이유가 무엇이건 반도체주에 관심있는 투자자라면 TSMC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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