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지은 주택, 사실 '컨테이너'였다고요..?!

안녕하세요. 어느 날 서울을 떠나서 주문진으로 이사 온 향횰이입니다. 남편과 저 그리고 딸, 아들이 바다와 가까운 마을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어 살고 있어요.

로망을 꿈꾸게 된 이유는

모든 고민의 답, 탈서울
혼 때부터 막연하게 ‘우리도 나이 들면 시골 내려가서 주택에 살까’ 하는 꿈은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남편도 그렇고 저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 모든 게 다 서울에 있거든요. 그래서 한 가지 계기로 강릉에 오게 된 건 아니에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까 서울을 떠나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던 거죠.

도시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장 비중이 큰 건 아이들이었어요. 우리가 자란 것과 똑같이 도시에서 살며 학원에 치이고, 친구들과의 경쟁 속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또 요즘은 아이들에게 무작정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교육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잖아요. 저희 생각도 딱 그랬어요. 그냥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고 싶었어요. 근데 도시에선 그게 힘들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우리가 그렇게 안 키운다고 해도, 주변 친구들이 그런 삶을 산다면 아이가 스스로 비교하고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았거든요.

또 지금은 미세먼지가 당연한 일상이 됐지만, 저희가 이사를 결심한 3~4년 전만 해도 한참 미세먼지가 이슈였거든요. 예전에는 봄에 잠깐 지나가는 황사 정도가 다였는데 이제 사계절 내내 미세먼지가 있다는 뉴스를 보며 서울을 떠나야겠다 결정했어요.

로망을 이뤄줄 동네를 찾아서

선택의 폭을 넓혀준 집 짓기

이사를 결정하고 구옥을 리모델링 할지 아니면 집을 지을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자산이 넉넉한 상태에서 이사 결정을 한 게 아니니까 비용적인 면을 고려해서 집을 짓기로 결정했어요. 구옥과 신축 둘 다 빠듯했는데, 리모델링할 때보다 신축을 할 때 비용을 줄일 방법이 더 많겠더라고요.

그리고 구옥은 이미 동네가 형성된 곳에서만 찾아야 하는데, 집을 지을 땐 오로지 땅만 있으면 되니까 오히려 선택의 폭도 넓었어요.

여행의 기억으로 찾은 동네
릿속에 떠오른 지역은 양평, 춘천이었어요. 남편이 코로나 이후론 재택근무 중인데 그때만 해도 육아휴직을 하고 있던 상황이라 서울하고 가까운 곳을 찾았거든요.

근데 미세먼지 수치를 보면 태백산맥을 넘어야 드라마틱한 차이가 있고 아니면 서울하고 별다를 바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태백산맥 너머 지역을 알아봤는데 아는 지역이 많지 않았어요. 속초나 강릉 정도라서 그중 강릉으로 정했는데, 여행으로 와본 곳이라 친근한 마음이 들어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우리 가족에게 맞았던 곳

바닷가가 욕심나서 해안선을 따라서 땅을 알아봤는데 경포 부근은 상업적으로 발달해서 그런지 굉장히 비싸더라고요. 땅값을 떠나서 저희는 장사하러 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 때문에 가는 거니까 상업적인 지역은 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점점 올라오다가 강릉의 최북단 주문진을 보게 됐어요. 여긴 아래 동네보다  마을이 띄엄띄엄 형성되어 있고, 분위기도 조용하더라고요. 상업적 느낌은 덜했고요.

근데 주문진항이 활발했던 시절엔 인구가 많았기 때문인지 교통이나 학교, 편의시설 등은 잘 되어 있었어요. 집에서 바다까지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데 그 사이에 학교가 있고 차로 5분 정도 나가면 큰 마트와 시장, 학원이 있어요. 학교도 가깝고, 바다도 가까운데 기본적 인프라는 갖춰진 곳이라 여기다! 싶어서 바로 계약했죠.

로망, 진짜 이뤄질 수 있도록

열심히 벌고, 열심히 아꼈어요
편이나 저나 대기업에 다닌 것도 아니고, 고액 연봉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열심히 벌고 많이 아꼈어요. 그렇게 맞벌이 5년 만에 1억을 모았죠. 그렇게 1억을 만들고 나서 귀촌을 마음먹고 1~2년을 바짝 더 준비해서 이사 온 거예요. 모아 놓은 돈에 살고 있던 아파트 보증금을 더해 땅을 매입했고, 건축 비용은 땅으로 토지담보 대출을 받아서 마련했어요.

기본적으로 토지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 가능 금액이 작더라고요. 하지만 추가 대출을 이용하는 대신 건축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찾았어요.

효율을 따진 결정, 컨테이너 하우스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어요. 저희 예산으로 가능한 건 흔히 보이는 조립식 판넬주택 정도더라고요. 그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저희가 원하는 집 구조가 좀 특이했거든요. 외장재와 내장재가 많이 들어가고 벽을 많이 세워야 하는 비효율적인 구조라서 어떤 재료를 쓰든 건축비가 올라갔어요.

그래서 컨테이너를 선택한 거예요. 컨테이너는 그냥 상자니까 블록 쌓기 하듯 놓고 구멍을 뚫어 연결하기만 하면 돼서 저희가 원하는 구조를 짓기에 딱 효율적이었거든요.

손품과 발품으로 완성한 우리 집

컨테이너 하우스를 짓기로 결정한 다음, 컨테이너 시공사를 찾아갔는데 저희 예상보다 비용을 높게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비용 절감을 위해 반셀프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인터넷에 건축 순서를 검색해보면 아무리 비전문가라도 기본적 과정은 쉽게 파악할 수 있더라고요. 토목공사 후 건물을 올리고, 내장 마감을 한 이후 창호 및 페인트칠을 한다는 과정을 알아낸 뒤, 과정마다 필요한 업체를 그때그때 검색해서 찾았죠.

그리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은 사례가 없어서 해외 사례를 많이 참고했어요. 특히 집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해외 중에서도 우리나라 기후와 최대한 비슷한 ‘미국 컨테이너 하우스’로 검색해 사례를 알아봤죠.

로망집이 가져다준 변화

일상이 된 특별한 날의 로망

저희는 생각보다 마당에 나가는 일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에 마당 절반 정도 크기로 테라스를 만들었어요.

거의 마당처럼 이용하긴 해요. 그 안에 아이들 욕조를 두고 물놀이도 시켜주고, 한 켠에는 테이블이랑 버너를 두고 캠핑존처럼 꾸몄어요. 야외 마당은 거의 바비큐 할 때나 아이들이 줄넘기, 배드민턴 등을 할 때만 이용하는 것 같아요. 테라스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요. 아무래도 강릉이고,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날씨가 좋을 때면 마당에서 놀기보다는 산책을 자주 나가요. 근처에 바다도 있고, 호수도 있으니까 바다를 보러 잠깐씩 다녀오기 좋거든요. 보통은 오후 서너시쯤에 아이들에게 산책 나갔다 오자 하면 아이들은 자전거를 꺼내서 타고, 저와 남편은 걸어서 바다 한 바퀴를 돌고 오곤 해요. 도시에 살 땐 특별한 날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여기서는 거의 매일 하고 있죠.

끝나지 않을 로망집

저희와 같은 로망을 가지고 있다면 꼭 도전해 보시기를 권해요. 이왕 가진 꿈은 빨리 이루는 게 좋더라고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즐기는 게 더 행복하니까요. 물론 저희도 건축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라 나이가 든 뒤에 했다면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집을 짓고 가꿀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체력이 안 돼서 못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남편과 둘만 누리는 게 아니라 애들한테 이런 환경을 만들어줘서 더 뿌듯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만약 저와 같은 로망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단 하루라도 더 빨리 실천해서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익숙한 지역을 벗어나서 하는 전원주택 살이는 불편한 점이 많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다시 태어나도 이렇게 살고 싶어요(웃음).

지금까지 우리집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더 많은 집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 집들이에서, 가족의 근황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해주세요!